이웃집 공룡 볼리바르숀 루빈 지음, 황세림 옮김/위즈덤하우스·1만9000원
지구에 남은 마지막 공룡 볼리바르는 뉴욕 웨스트 78번가에 산다. 볼리바르는 아침에 신문가판대에서 <뉴요커>를 사서 읽고, 미술관에서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오후에는 센트럴파크를 거닐다가, 저녁에는 시장에서 장을 본다. 볼리바르는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고 “공룡이다!” 비명을 지를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곳은 가장 바쁜 도시 뉴욕이기 때문이다. 서로 얼굴조차 쳐다보지 않는 사람들은 바로 옆으로 공룡이 지나가도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덕분에 볼리바르는 조용히 살아갈 수 있다.
그런데 호기심 많은 소녀 시빌은 옆집에 사는 볼리바르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다. “엄마, 공룡이 집으로 돌아왔어요.” 망원경으로 볼리바르를 관찰하던 시빌이 고래고래 소리쳐도 엄마는 너무 바쁜 나머지 외면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시빌은 학교에서 단체로 견학을 간 자연사 박물관에서 우연히 볼리바르를 만나고, 도심 속 외로운 섬처럼 존재하는 공룡 볼리바르를 사람들에게 알린다. “살아 있는 공룡이다!” 사람들은 순간 겁을 먹고 혼비백산 달아났다. 볼리바르는 시빌의 도움으로 경찰 포위망을 뚫고 간신히 도망친다.
시빌은 세상에 외치고 싶다. 볼리바르는 무시무시한 공룡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 이웃이라고. 무관심 탓에 서로 모르는 이웃은 두려운 존재이지만, 서로 잘 아는 이웃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볼리바르는 어쩌면 우리 자신일 수 있고, 우리 이웃일 수 있다. 살아 있어도 존재하지 않는 공룡 볼리바르 같은 우리 이웃. 시빌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에겐 진짜 이웃이 있나요?”
이 그림책은 도시에 사는 이웃들에게 보내는 한 편의 러브레터다. ‘20세기 폭스’가 영화로 만들고 있는 시빌과 볼리바르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책으로 먼저 만나보자. 초등학교 저학년 이상.
김정필 기자
fermata@hani.co.kr, 그림 위즈덤하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