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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계급격차 희비극…봉준호의 ‘기생충’, 세계를 도발하다

등록 2019-05-26 20:40수정 2019-05-26 22:36

[봉준호, 한국적인 그리고 세계적인]

서정적·철학적 작품 선호 경향속
치밀한 플롯·촘촘한 연출로 호평
경쟁부문 ‘평점 1위’ 달리며 기대 높여
25일 저녁(현지시각)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트로피를 안은 채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칸/EPA 연합뉴스
25일 저녁(현지시각)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트로피를 안은 채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칸/EPA 연합뉴스
“내가 시상 결과에 즐거워하는 건 드문 일이다. (봉준호는) 진정 자격이 있는 감독이자 멋진 사람이다.”

25일(현지시각)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직후 멕시코 출신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축하했다. 봉 감독의 <기생충>은 21일 밤 상영회 이후 압도적인 호평 속에 일찌감치 황금종려상 기대주로 떠올랐다. “덩굴손처럼 당신의 내부에 박히는 영화”(<가디언>), “봉준호 감독은 타란티노·알모도바르와 함께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가 됐다”(<비비시>) 등 외신의 호평이 잇따랐고 칸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가 경쟁부문 출품작에 매기는 평점에서도 1위를 달렸다.

봉준호 감독(왼쪽)과 배우 송강호 25일(현지시각)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 영화제 폐막식 레드카펫에서 밝게 웃고 있다. 칸/신화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왼쪽)과 배우 송강호 25일(현지시각)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 영화제 폐막식 레드카펫에서 밝게 웃고 있다. 칸/신화 연합뉴스

■ 가난과 불안이라는 보편적 열쇳말로 얻은 공감

영화계에선 올해 심사위원단 성향이 서정적이고 철학적인 작품을 선호하는 쪽이 많아 <기생충> 같은 장르영화가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심사위원장을 맡은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심사위원단이 만장일치로 봉 감독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관객을 사로잡은 재미뿐 아니라 메시지의 묵직한 울림과 예술성을 높이 샀다는 뜻이다. 평론가들은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등 <기생충>이 던지는 비판적 메시지가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한다. 현지에서 <기생충>을 본 김효정 영화평론가는 “봉 감독은 <살인의 추억> <마더> 등 전작에서부터 가난, 장애 등 사회적 현안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고 <기생충>은 가난과 불안이라는 보편적인 사회적 키워드를 더욱 적나라하게 풀어냈다”며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의 관계를 반전시킨 <기생충> 스토리는 어쩌면 유럽에서 더 통할 만한 도발적인 방식”이라고 짚었다.

봉 감독 특유의 치밀하게 계산된 플롯과 촘촘한 연출에 대한 높은 평가도 있다. 김 평론가는 “이번 경쟁작 중엔 켄 로치 감독의 <소리 위 미스트 유>를 비롯해 빈부격차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도 있었지만 주제의식이 영화 전체를 압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봉 감독은 전반부 1시간은 블랙코미디, 후반부 1시간은 스릴러로 이끌어가면서 각본 구성을 매우 영리하게 했다”고 말했다.

“한국영화사에 위대한 감독들 있다”
봉준호, 김기영 등 영화적 뿌리 언급
192개국에 판매…역대 최다 기록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25일(현지시각) 시상식 뒤 열린 포토콜 행사에서 트로피를 송강호에게 바치고 있다. 칸/로이터 연합뉴스
영화 ‘기생충’으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25일(현지시각) 시상식 뒤 열린 포토콜 행사에서 트로피를 송강호에게 바치고 있다. 칸/로이터 연합뉴스

■ 한국영화 백년의 뿌리 딛고 피워낸 희망

봉 감독의 선전은 지난 100년 동안 축적된 한국영화의 힘을 증명한 사건이자, 앞으로 한국영화의 미래를 북돋울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봉 감독이 황금종려상을 받기 전에도 임권택, 홍상수, 이창동, 박찬욱 감독 등이 다양한 색깔과 감각으로 해외 영화제에서 깊은 인상을 심어주며 밑돌을 깔았고, 김기영·이만희 등 정치적·문화적 토양이 척박한 와중에도 한국영화의 꽃을 피운 감독들이 있었다. 봉 감독 역시 자신의 영화적 뿌리가 한국의 윗세대 감독들에게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25일 밤 황금종려상 수상 기자회견에서 2006년 프랑스에서 열린 고 김기영 감독 회고전을 언급하면서 “김기영 감독님처럼 한국영화 역사엔 많은 위대한 감독들이 있다”며 “구로사와 아키라, 장이머우 등 아시아의 다른 거장들을 능가하는 한국의 마스터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산업의 앞날도 밝히고 있다. <기생충>은 이번 칸영화제에서 북미·유럽·남미·아시아·중동 등 세계 192개국에 판매돼 역대 한국영화 국외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윤성은 평론가는 “최근 한국 블록버스터들이 고전하면서 산업적으로 침체돼왔는데 이번 <기생충>의 수상은 가물었던 한국 영화계에 단비 같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심사위원대상은 흑인 여성 감독인 마티 디오프의 <애틀랜틱스>에 돌아갔으며, 심사위원상은 라지 리의 <레 미제라블>과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의 <바쿠라우>가 공동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남우주연상은 <페인 앤 글로리>의 안토니오 반데라스, 여우주연상은 <리틀 조>의 에밀리 비첨, 감독상은 다르덴 형제의 <영 아메드>, 각본상은 셀린 시아마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가 수상했다.

유선희 기자, 칸/장영엽 <씨네21>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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