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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어른이들 입덕시킨 거대 펭귄, 아세요?

등록 2019-10-10 17:41수정 2019-10-11 15:40

[구독자 17만 ‘자이언트 펭TV’ 펭수]
최근 유행·문화·습관 공감대 앞세운
교육방송 유튜브 채널 인기 스타
뚝딱이·뽀로로 인기에 도전장
“이직하겠다” 직장인 맞춤 코드로
“우리 회사 와 달라” 댓글 줄이어
교육방송 제공
교육방송 제공
“수학여행에서 버스 맨 뒷자리에 앉을 수 있는 코디법을 알려주세요.”

4일 유튜브에 업로드된 <자이언트 펭티브이(TV)>(교육방송·이하 <펭티브이>)의 ‘수학여행에서 인싸 되는 코디법’ 편에 등장한 한 어린이의 사연이다. 그러자 펭수는 예비군의 상징인 ‘깔깔이’(야전 상의 내피)를 추천하며 “이걸 입으면 뒷자리에 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 영상에는 “우리 동년배들은 이제 수학여행 못 간다. 야유회 패션을 추천해달라”는 ‘어른이’들의 댓글이 달렸다.

<교육방송>의 유튜브 채널 <펭티브이> 구독자 수가 17만명을 넘어서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4월부터 교육방송 채널을 통해 10분 분량으로 일주일에 두편 방송되는데, 유튜브에서 더 화제다.

‘펭수’가 존재감을 드러낸 계기는 지난달 18일, 교육방송이 <아이돌 육상 선수권 대회>(문화방송·아육대)를 패러디해 뽀로로 등 교육방송 캐릭터가 총출동한 <교육방송 아이돌 육상 대회>(이육대)를 선보이면서부터다. 이후 <펭티브이> 구독자 수도 빠르게 늘었다.

나이 10살, 키 210㎝의 펭귄인 ‘펭수’는 회사 선배인 뽀로로에게 도전장을 내민 연습생이다. 요즘 초등학생 장래희망 1위가 크리에이터인 것처럼 펭수 역시 크리에이터를 꿈꾼다. 펭수는 첫 방송에서도 한 초등학교를 찾아가 자신의 채널을 소개하며 “구독, 좋아요, 알람 설정”을 외쳤다. 실제 방송은 주 1회에 두편씩이지만 유튜브엔 더 많은 영상이 올라와 있다.

교육방송 제공
교육방송 제공
<펭티브이>는 <쇼미더머니>(엠넷) 패러디, 인터넷 크리에이터들과의 합방 등 최근 젊은이들의 유행, 문화 습관 등을 앞세운다. 그러면서 봉사활동, 학교 탐방, 전문가와의 8·15 강의 등 교육적인 내용도 담는다. 도덕적인 교훈을 주려 하는 기존 교육방송 캐릭터와는 다른 모습이 펭수의 인기 비결이다. 펭수는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신조어도 거리낌 없이 쓴다. 동요보다 랩과 비트박스를 좋아한다.

어린이를 주요 시청층으로 만든 프로그램인데 성인들에게도 사랑받는다는 점 역시 흥미롭다. 펭수가 초등학교를 찾아가면 자신의 대학교나 직장에 찾아와 달라는 댓글도 줄지어 달린다. 펭수가 ‘어른이’들의 코드를 잘 헤아린 덕분이다. ‘감히’ 부를 수 없는 사장의 이름을 시도 때도 없이 언급하거나, 당당히 “이직하겠다”고 밝히는 식이다. 펭수는 제작진과 (구독자) 1만명 달성을 위한 회의를 하면서 “1만명 공약으로 1만명에게 선물을 주자”고 제안한 뒤 “누구 돈으로 하냐”는 질문에는 “김명중(교육방송 사장)”이라고 답했다. 때론 “못 해먹겠다”며 “<한국방송>으로 이직하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김지영(30·스타트업 대표)씨는 “펭수는 연습생이라는 캐릭터를 잘 살린데다 랩과 춤도 잘하고, 재치도 있다. 직장인의 코드를 잘 헤아려주는 펭수의 말뿐 아니라 제작진의 자막도 재밌어서 알람을 해놓고 꼬박꼬박 챙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펭티브이>를 연출한 이슬예나 피디는 “어린이 대상이더라도 ‘아이다움’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성인이 봐도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며 “교훈적인 메시지를 일방향적으로 전하기보다 유튜브를 통해 활발히 소통하며 유대감을 맺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승한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선배 짜잔이와의 위계 관계, 뽀로로와의 라이벌 구도를 답습하는 게 교육방송이 갈 길인가 하는 논란도 있지만 허세, 질투, 폭력성 같은 요소는 성장하며 느끼게 되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감정”이라며 “어린이들이 더는 교육방송을 보지 않고 성인 프로그램을 보는 현 상황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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