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기피' 논란 후 컴백한 엠씨몽. 연합뉴스
“모든 사람에게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거 압니다. 음악만이 저를 숨쉬게 해줬고, 저는 음악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아직도 치과 치료는 받고 있어요.”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고의 발치를 했다는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가수 엠씨몽이 8년 만에 대중 앞에 섰다. 엠씨몽은 그동안 두 장의 앨범을 냈지만, 공식 활동은 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지난 25일 음악감상회와 콘서트를 열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해외 상습 도박 혐의를 받았던 에스이에스(S.E.S) 출신 슈도 새달 27일 일본에서 첫 솔로 앨범을 내고 활동에 나선다. 슈가 연예 활동을 재개하는 것은 지난해 8월 상습 도박 혐의가 불거진 이후 불과 1년3개월 만이다. 지난 7월에는 두번째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배우 안재욱이 5개월 만에 연극 <미저리>로 복귀했다. 지난해 4월 방송사 스태프를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모든 활동을 중단했던 김생민은 지난달부터 팟캐스트 ‘영화 들려주는 김생민입니다’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김생민 쪽은 “공식적인 방송 복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영화를 사랑하고 오랜 시간 관련 일에 종사했던 한 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활동으로 받아들여 달라”고 선을 그었다.
지금까지 문제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복귀 공식은 늘 뻔했다. 짧은 자숙 기간을 거친 뒤 “연기로 보답하겠다”, “음악으로 보답하겠다”며 돌아온다. 대중의 반응 역시 처음엔 차갑지만 잠깐만 지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분노조차 옅어진다. 이 때문일까? 연예인들도 자숙 기간이라면서도 싱글 음반을 슬쩍 발표하거나 팟캐스트나 유튜브 같은 채널로 대중의 반응을 먼저 떠보며 전면 복귀를 저울질한다.
물론 몇 년을 자숙해야 충분한 것인지, 어떤 모습을 보여야 진심으로 반성했다고 볼 수 있는지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음악 활동을 시작한다고, 연기 활동을 재개한다고 무작정 이들을 비판만 하기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합의된 ‘원칙’ 없이 문제 연예인들을 은근슬쩍 복귀시키기 위한 ‘멍석’을 깔아주는 방송사들의 태도가 ‘대중정서법’을 거스르는 것만은 틀림없다. 최근 <밥은 먹고 다니냐>(에스비에스 플러스)에서 가수 김흥국, 배우 성현아 등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공백기가 있었던 연예인을 초대해 그간의 사정과 속내를 털어놓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나 지난해 <아는 형님>(제이티비시)이 해외 원정 도박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신정환을 출연시켜 ‘인맥 출연’ 논란을 빚은 것이 그런 사례다.
지상파는 심의실을 주축으로 출연 규제 여부를 결정하는 방송출연규제심의위원회를 열지만, 명확한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사안이 있을 때마다 심의를 하지만, 각 사안 별로 규제의 강도는 달라질 수 있다. 일률적인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케이블의 규제는 이보다 더 느슨하다. 지상파와 케이블 모두 좀 더 분명하고 강력한 규제와 원칙을 세워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인 대중의 단호한 태도다. 엠씨몽은 논란 이후에도 계속 앨범을 내고, 이단옆차기라는 예명으로 다른 가수의 곡을 만들어 저작권료도 챙겼다. 그의 8집 타이틀곡 ‘인기’와 ‘샤넬’은 현재 음원사이트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엠씨몽의 복귀를 대하는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차가운데도 음원은 1위를 차지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법적·도덕적 문제가 있는 연예인들이 참여한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주체적 소비 거부’가 첫번째 답이 아닐까. 엠씨몽의 새 노래 가사처럼 “인기란 까딱 실수하면 사라지는 맥주 거품 같은 것”이란 냉정한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한겨레 문화팀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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