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은 계획이 다 있었던 걸까. <기생충>이 지난 9일(현지시각) 받은 4개의 아카데미 트로피는 최근 1년간 전세계에서 쉼 없이 들어 올렸던 163개 트로피가 그 동력이 됐다.
<기생충>은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 각본상을 거머쥐기까지 57개 영화제와 61개 시상식에서 각각 19개와 144개 상을 받으며 세계 영화사에 그 존재감을 뚜렷이 새겼다.
지난해 5월 프랑스에서 열린 ‘72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게 출발이었다. ‘한국 영화 100돌’이 되는 해에 한국 영화 사상 첫 쾌거를 이뤄낸 <기생충>의 이후 행보는 말 그대로 꽃길이었다. 상을 안 받은 달이 없을 정도로 수상 행진을 이어왔다. 칸영화제 직후인 6월 ‘66회 시드니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은 데 이어 10월 ‘4회 슬레마니 국제영화제’ 각본상, 12월 ‘마카오 국제영화제’ 올해의 아시아블록버스터 영화상, 9월 독일 ‘길드 필름프라이스’ 최우수 국제장편영화상, 12월 ‘밴쿠버 비평가협회’ 작품상, 감독상, 외국어영화상에 이어 영국 아카데미상 각본상·외국어영화상을 받는 등 전 대륙의 영화제와 시상식을 휩쓸었다.
아카데미 수상 가능성이 커진 건 지난 1월 전초전으로 불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으면서부터다. 아카데미 직전인 12월에 시애틀·보스턴·시카고·세인트루이스 등 미국 내 다양한 비평가협회상과 미국 배우조합·작가조합상 등을 연거푸 수상하는 등 미국 내 평가가 좋았던 것도 청신호였다.
<기생충>의 수상 이력을 돌아보면 아카데미에서 받은 작품상과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과 각본상은 예견된 것일 수도 있다. 57개 영화제와 61개 시상식에서 받은 상 중에서 가장 많이 수상한 것도 작품상(최고상 등 포함)과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아시아블록버스터상 포함)과 각본상이었다. 특히 57개 영화제에서 받은 19개 부문 중 관객상이 10개나 되는 등 대중적인 지지도가 높았다는 점도 작품성을 중시하는 칸영화제와 가장 대중적인 미국 시상식인 아카데미에서 모두 작품상을 받은 쾌거가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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