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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청와대 불상과 쌍둥이불 발견…시기·몸체·암질 일치

등록 2020-06-21 16:26수정 2020-06-22 02:33

[노형석의 시사문화재]
지난 3일 경주 신라문화유산연구원 보존처리동에서 공개된 남산 출토 불두의 옆모습 세부. 미간에 박힌 수정 백호와 강직한 느낌으로 치솟은 눈매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눈과 귀 사이에 옻칠하고 금박을 씌운 흔적도 볼 수 있다.
지난 3일 경주 신라문화유산연구원 보존처리동에서 공개된 남산 출토 불두의 옆모습 세부. 미간에 박힌 수정 백호와 강직한 느낌으로 치솟은 눈매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눈과 귀 사이에 옻칠하고 금박을 씌운 흔적도 볼 수 있다.

오톨도톨한 회색빛 화강암 표면에는 검은 칠 자국과 샛노란 금빛이 반짝거렸다. 1200년 된 신라인의 돌부처는 얼굴에 아직도 옻칠과 금박을 품고 있었다. 강직한 느낌으로 치켜 올라간 눈매와 시원스럽게 늘어진 귀 사이의 공간에 생생하게 살아남은 옻칠과 금박들. 그들의 자취는 신라인들이 불상을 얼마나 극진하게 장식하고 숭배했는지를 뚜렷하게 증언해준다.

지난 3일 경주시 현곡면 신라문화유산연구원 보존처리동에서 만난 9세기 통일신라시대 불두(불상 머리)의 시각적 충격과 감동은 강렬했다. 신라인이 지상의 이상향이자 불국토로 숭배한 경주 남산의 약수골에서 지난봄 출토된 이 불두는 머리 없는 불상 바로 옆에서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다. 조선시대 훼불 사건이 빈번했던 역사를 떠올려 보면, 불두가 파손되지 않고 온전한 상태로 발견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눈, 코, 입, 귀 등이 온전한 불두가 나온 것도 처음이고, 이 땅의 고대 불상 가운데 검은 옻칠과 금박을 입힌 개금의 단면이 나온 것도 처음이다. 더욱이 부처의 미간 사이에 자리한 수정 백호까지 출토됐으니 미술사학계에서 ‘상서롭고 놀라운 발견’이라며 반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남산 약수골에서 출토될 당시 불상 머리. 측면에서 햇살을 받아 얼굴의 굴곡이 세세하게 드러났다.
남산 약수골에서 출토될 당시 불상 머리. 측면에서 햇살을 받아 얼굴의 굴곡이 세세하게 드러났다.

사실 학계에서는 불심 깊은 신라인들이 금속불과 목불은 물론 석불에도 채색을 했으리라 짐작은 해왔다. 일제강점기 석굴암 본존불 사진에 허옇게 채색한 듯한 흔적이 나온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은 옻칠을 입히고 금박 혹은 금니를 입힌 유물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 신라인의 드높은 불심을 실물로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불상 전문가인 임영애 동국대 교수는 “남산의 야외 공간 석불에까지 금과 옻칠을 입히고 수정 백호를 끼웠다는 사실은 남산 자체를 신라인들이 얼마나 신성시했는지 보여준다. 성스러운 공간이기에 금을 벗기는 등의 불경스러운 행위를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는 증거다”라고 말했다.

불두를 찾은 남산 약수골 석조여래좌상의 몸체. 청와대 녹지원 불상과 기본 형상과 손 모양 등이 양식적으로 거의 같다.
불두를 찾은 남산 약수골 석조여래좌상의 몸체. 청와대 녹지원 불상과 기본 형상과 손 모양 등이 양식적으로 거의 같다.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강력한 지진 탓에 분리된 것으로 추정되는 불두는 불상의 목과 아귀가 딱 들어맞는다. 특히 머리를 맞춰놓고 보면, 경주 이거사터 혹은 남산에 있다가 일제강점기 청와대로 뜯어 간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신라 불상과 쌍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닮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머리가 발견되기 전부터 이 약수골 불상과 청와대 불상의 유사성을 지적한 논문이 나왔을 정도다. 몸체와 사각형 대좌 등 모든 요소가 빼닮은 까닭이다. 이제 머리까지 발견되면서 통일신라 명품 쌍둥이불의 새로운 탄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대 장인이 남산과 다소 떨어진 경주 이거사터를 왔다 갔다 하면서 솜씨를 뽐낸 것 아닐까 하는 추정이 나온다.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최근 이거사터를 발굴 중인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이 터에서 나온 석재의 암질을 청와대 불상 암질과 비교·분석한 결과 같은 경주 남산의 돌을 썼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저 북쪽 보안구역의 석불좌상. 2018년 국가 보물로 지정됐다.
청와대 관저 북쪽 보안구역의 석불좌상. 2018년 국가 보물로 지정됐다.

불두만큼이나 쌍둥이불도 드문 사례다. 15년 전 경남 합천 해인사 법보전에서 9~10세기 통일신라 비로자나불 불상이 경내 대적광전의 조선시대 불상과 (비록 시기는 차이가 있지만) 쌍둥이처럼 유사한 불상으로 확인돼 큰 화제를 낳았다. 신라 불상의 발원주가 통일신라 말기 권력자이자 연인 관계였던 각간 위홍과 진성여왕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두 불상은 더욱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뿌렸다. 이번에 발견된 불두는 청와대 불상과 시기는 물론 그 양식까지 일치한다는 점에서 명실상부한 쌍둥이불의 탄생이라는 것이 박방룡 원장의 말이다. 해석하기에 따라 새로운 유형과 이야기를 담은 불상이 태어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 사례다. 이제 쌍둥이불인 청와대 불상의 원래 자리가 어딘지 구체적으로 밝혀내는 것이 남은 과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신라문화유산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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