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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현장 몰려든 구경꾼과 기자가 무슨 차이냐고 묻는 당신에게

등록 2020-10-30 19:21수정 2020-10-31 02:32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세이렌의 참회>
와우와우 채널 제공
와우와우 채널 제공

방송국에 근무하는 아사쿠라 다카미(아카리 유코)는 입사 2년차 기자다. 그녀가 몸담고 있는 보도국은 저조한 시청률과 잇단 오보로 위기를 겪고 있지만, 아사쿠라는 언론인으로서의 긍지와 책임감을 지키려 노력한다. 그러던 가운데 16살 여학생이 유괴당해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이 일어나고, 모든 언론이 특종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다. 선배 기자 사토야 다이치(이케우치 히로유키)와 함께 사건을 쫓던 아사쿠라는 유괴 살인 사건의 방향을 틀게 될 결정적인 단서를 손에 넣는다. 하지만 아사쿠라의 단독 보도는 또 다른 비극적 사건으로 이어지고 만다.

일본 와우와우(WOWOW) 채널에서 방영 중인 4분기 드라마 <세이렌의 참회>는 신념과 현실 사이에서 진실을 좇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젊은 보도 기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장르적으로는 범죄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는 추리 미스터리 플롯을 취하고 있지만, 작품의 핵심은 언론의 어두운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에 있다. 실제로 일본의 언론자유지수는 해마다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 언론감시단체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언론자유지수평가에서 2011년 32위였다가 지난해에는 67위로까지 하락했다. 같은 해 <뉴욕 타임스>가 특집 기사를 통해 “독재국가 같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와우와우 채널 제공
와우와우 채널 제공

올해 코로나19 범유행 상황에서도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보도해 국민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보다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비판에 휩싸인 바 있다. 일본 드라마나 장르소설계에서 이러한 언론의 현실을 반영한 작품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이유다. <세이렌의 참회> 역시 저널리즘 정신을 상실한 언론의 보도 행태를 지적한 나카야마 시치리의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극 중에서 주인공 아사쿠라 다카미는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지닌 인물이다. 그녀의 이러한 긍지는 유괴 사건 현장에서 만난 담당 형사 구도 겐지(다카시마 마사노부)의 질문을 받고 흔들리게 된다. 구도는 피해자가 끝내 사체로 발견된 현장에 몰려들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구경꾼들과 기자가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일갈한다. 아사쿠라는 ‘진실을 직접 목격하고 취재를 통해 전달’하는 기자의 역할을 강조하지만, 곧 구도의 지적대로 그 안에 피해자와 가족의 고통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빠져 있음을 깨닫는다.

아사쿠라와 선배 기자 사토야의 논쟁도 흥미롭다. 보도협정을 깨고 사체 발견 현장 단독 영상을 내보낸 사토야는 ‘생생한 보도가 주는 충격 효과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의 보도는 범인에 대한 공분을 이끌어내지만, 때로 시청률을 위해 ‘그림을 만들어야 한다’는 보도국 팀장의 주장과 겹쳐 보이기도 한다. 드라마는 아사쿠라가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지금의 언론이 잊고 있던 질문들을 차례로 던진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져가는 국내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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