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오리지널 예능 <백종원의 사계>. 티빙 제공
‘오리지널 콘텐츠만이 살길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을 놓고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공룡 넷플릭스에 맞서 토종 오티티 업체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무기로 반격을 노리고 있다.
먼저 오리지널 콘텐츠의 힘을 증명한 곳은 넷플릭스다. 드라마 <킹덤> <인간수업> <스위트홈>과 영화 <승리호> 등을 독점 공개하며 국내 시장 점유율을 40% 이상으로 높였다. 오는 9일에는 <신세계> 박훈정 감독의 신작 <낙원의 밤>을 독점 공개할 예정이어서 바람몰이가 예상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한국 콘텐츠 제작에 33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는 5500억원을 투자해 13편의 신작을 내놓겠다고 지난 2월 밝혔다.
이에 맞서 가장 활발하게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놓고 있는 토종 오티티는 티빙이다. 국내 콘텐츠업계 강자인 씨제이이엔엠(CJ ENM)과 <제이티비시>(JTBC)가 손잡고 만든 오티티답게 공격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 1월 공개한 예능 <여고추리반>이 좋은 반응을 얻고 시즌2 제작을 확정한 데 이어, 지난 26일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의 김은숙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드라마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를 전편 공개했다. 2일에는 전국의 제철 식재료와 음식 이야기를 풀어내는 로드 다큐 <백종원의 사계>를 선보이며, 나영석 피디의 오리지널 예능도 준비 중이다. 또 오는 15일 공유·박보검 주연 영화 <서복>을 극장과 티빙에서 동시 공개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티빙은 2023년까지 4000억원을 콘텐츠 제작에 투자할 계획이며, 올해에만 20여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에스에프에잇>(SF8). 웨이브 제공
투자 규모로만 보면 가장 앞서는 토종 오티티는 에스케이(SK)텔레콤과 지상파 방송 3사가 만든 웨이브다. 2025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국내 오티티 투자 중 최대 규모다. 2019년 9월 출범 당시만 해도 2023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던 웨이브가 1년6개월 만에 투자액을 크게 늘린 건, 치열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가 필수라고 판단해서다. 웨이브는 지난해까지 700억원을 들여 <앨리스> <에스에프에잇>(SF8) <좀비탐정> <조선로코―녹두전> 등 오리지널 콘텐츠 16편을 선보였다. 올해도 800억원 넘게 들여 <모범택시> <보쌈―운명을 훔치다> 등 드라마와 정치 시트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를 공개할 예정이다.
오티티 시즌을 운영하는 케이티(KT)도 콘텐츠 제작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23일 밝혔다. 지난해 ‘탈통신’을 선언한 케이티는 ‘케이티 스튜디오지니’를 토대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서 시즌과 올레티브이(TV) 등을 통해 유통한다는 계획이다.
왓챠 독점 공개 웹드라마 <좋좋소> 확장판. 왓챠 제공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왓챠는 틈새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인기 유튜버들의 영상을 ‘확장판’ 형태로 독점 공개하며 실속을 챙기는 것이다. 유튜버 ‘이과장’의 웹드라마 <좋좋소>, 동물 유튜버 ‘하하하’의 <하하하 냥이네> <하하하 멍멍이네>, 웹툰 작가 이말년의 주식 도전기 <말년을 행복하게> 등이 인기다. 첫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나선다. 프로야구단 한화 이글스를 소재로 한 다큐를 만들어 내년에 공개할 예정이다. 왓챠는 올해부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티브이 오리지널 콘텐츠 <도시남녀의 사랑법>. 카카오티브이 제공
모바일에 최적화한 쇼트폼 콘텐츠에 강점을 지닌 카카오티브이 또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9월 출범 이후 선보인 26편 오리지널 콘텐츠의 누적 조회수는 4억건에 이른다. 2023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240여편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며, 올해만 55편을 공개할 계획이다. 넷플릭스, 웨이브 등과도 손잡고 이들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퍼뜨리는 전략도 펼치고 있다.
콘텐츠업계의 한 관계자는 “디즈니플러스 등 외국 거대 오티티들이 줄줄이 들어오면 국내 오티티 시장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결국 다른 오티티에는 없는 독보적인 콘텐츠를 얼마나 갖추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