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에 출연한 배우 박예니. 에일리언컴퍼니 제공
모든 신인은 아름답다. 첫마음에서 오는 설렘과 흥분은 신인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지도 모른다. 새로움이 신인만의 특질은 아니지만, 대개의 새로움이 신인으로부터 비롯되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12일 개봉한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는 배우 박예니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첫 영화 출연의 기분 좋은 경험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개봉 초기 관객 반응을 묻자 “관객들 반응이 좋은데 특히 ‘시청각장애에 대해 알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며 “제겐 첫 영화인데 의미 있는 작품에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고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시청각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영화에서 박예니는, 무용을 전공하다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위해 귀향한 연주 역을 맡았다. 연주는 사람을 찾기 위해 마을을 떠돌던 재식(진구)과 시청각장애아인 은혜(정서연)를 우연히 만나 자신의 집에 거처를 내준 따스한 캐릭터다. 말하지도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은혜가 재식과 소통하는 과정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등 영화 후반부 재식과 은혜가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인연이 되도록 도와주는 인물이다.
“연주를 밝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아버지의 치매 등 여건은 좋지 않아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연기하려고 했습니다. 원래 성격이 털털한 편인데 감독님도 제 성격대로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어요.(웃음)”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스틸컷. 파인스토리 제공
영화는 처음이지만 그동안 박예니는 드라마, 광고(CF) 등에서 꾸준히 얼굴을 알려 왔다. 지난해엔 <티브이엔>(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통역사 역할로 눈길을 끌었고 올해 들어 <오시엔>(OCN) 드라마 <미씽: 그들이 있었다>와 <타임즈>에 연이어 출연하며 커리어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찍은 한 건설사의 아파트 광고는 그를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서로 생판 다른 신혼부부가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을 리얼하고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 이 광고는, 배우 박예니를 영화로 이끌었다. “이창원·권성모 감독님이 광고를 보고 회사 쪽으로 연락하셨어요. 그 뒤 오디션 보고 영화에 참여하게 됐죠.”
“드라마와 비교하면 영화는 현장을 배우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는 그는, 미국 뉴욕대와 하버드에서 연기를 전공한 것으로 알려진 남다른 ‘스펙’의 소유자다. “처음 오디션 보러 다닐 때, 학력에 대한 질문만 잔뜩 받았어요. 혹시나 감독님들이 ‘어떤 선입견을 갖고 바라보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에 회사 대표님께 프로필에서 학력을 빼면 어떨까 제안까지 했었죠.(웃음) 스펙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박예니가 출연한 KCC건설의 아파트 ‘스위첸’ 광고. 유튜브 영상 갈무리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묻자 “치매 앓는 아버지를 겨우 찾은 뒤 들판에 앉아 같이 노을을 보는 장면이 가장 좋았다”며 “전북 정읍의 자연풍광이 좋았고 감독님들이나 같이 출연한 강신일·진구 선배님이 잘해주셔서 정말 행복하게 촬영했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이 영화를 통해 시청각장애인 지원법인 이른바 ‘헬렌켈러법’이 제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밀알재단을 통해서 헬렌켈러법 제정 촉구 서명도 했어요. 이 영화가 시청각장애뿐만 아니라 우리가 미처 몰랐던 장애들에 관해서도 관심을 갖게 해주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영화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스틸컷. 파인스토리 제공
자신의 롤모델로는 안성기와 앤절리나 졸리를 꼽았다. “오랫동안 연기하시는 점과 사회적으로 좋은 활동을 하는 모습까지 배우고 싶죠.” 봉준호 감독을 좋아한다는 그는 “기회가 된다면 정의감 넘치고 내면도 강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고 했다.
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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