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트로덕션> 스틸컷. 영화제작전원사 제공
지난 3월 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인 은곰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 <인트로덕션>이 27일 개봉한다. 홍 감독은 자신의 25번째 장편영화에서 연출·각본은 물론 촬영·편집까지 도맡았다. 소개, 입문, 도입 등의 뜻을 지닌 제목처럼 영화는 마치 세개의 병렬된 도입부를 연결한 것 같은 독특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영호(신석호)는 아버지(김영호)의 전화를 받고 한의원을 찾는다. 한의사인 아버지는 오랜 지인인 배우(기주봉)를 진료하느라 아들과 대화하지 못한다. 영호는 한때 연정을 품기도 했던 간호사(예지원)와 옛날이야기를 나눈다.
패션을 공부하기 위해 독일에 온 주원(박미소)을 데리고 엄마(서영화)는 후배(김민희)의 집을 찾는다. 그에게 딸을 의탁하기 위해서다. 그때 주원에게 남자친구 영호한테서 연락이 온다. 주원이 한국을 떠난 지 하루 만에 애인을 찾아 독일에 온 것. 둘은 반갑게 재회하고 같이 독일에서 유학하면 좋겠다는 꿈을 품는다.
영화 <인트로덕션> 스틸컷. 영화제작전원사 제공
영호의 어머니(조윤희)는 배우와 만난 자리인 강원도 강릉 횟집으로 아들을 부른다. 영호가 친구(하성국)와 함께 도착한 횟집에는 한의원에서 알게 된 배우가 앉아 있다. 배우는 두 젊은이에게 술을 먹인 뒤 감정이 격해져 화를 낸다.
흑백필름으로 촬영된 이 영화는 홍상수만의 여전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줄곧 담배를 피우며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고, 전매특허라 할 만한 소주병 즐비한 술자리 장면도 빠지지 않는다. 의도를 알기 힘든 줌인과 줌아웃의 반복도 이어진다. 그는 저예산과 일인다역의 악조건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여전히 자신만의 이야기를 농담처럼 읊조리고 있는 것 같다.
영화 <인트로덕션> 스틸컷. 영화제작전원사 제공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 <도망친 여자>(2020)에 이어 세번째 은곰상을 받은 홍 감독은 영화 제목에 대해 “영어 ‘인트로덕션’에 하나의 단어로 대응하는 한국말이 없다”며 “소개, 입문, 서문, 도입 등의 뜻을 다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영어를 그대로 제목으로 썼다”고 예고편에서 밝혔다.
감독의 말처럼 영화에선 세개의 에피소드가 각각의 도입부처럼 보인다. 특이한 점은, 도입부 다음 이야기가 없다시피 하다는 것이다. 영호와 아버지의 사연은 제시되지 않고, 주원의 유학 생활은 다뤄지지 않는다. 강릉 해변에서 우연히 조우하는 영호와 주원의 내일도 그려지지 않는다. 이 이야기들의 넓은 간극을 메우는 것은 관객의 몫으로 남는다. <인트로덕션>은 홍상수 영화의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지점을 보여주는 작품이지만, 그의 이야기가 점점 더 난해해지거나 혼자만의 독백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