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 김혜영에게 노래를 불러주던 개그맨 김철민의 생전 모습. 김혜영 제공
폐암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면서도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던 개그맨 김철민(본명 김철순)이 16일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다. 향년 54.
1994년 MBC 공채 5기로 데뷔해 <문화방송>(MBC) 예능 프로그램 ‘개그야’ 등에 출연한 김철민은 희극 무대뿐 아니라 어디서든 기타 하나 들면 노래가 절로 나오는 ‘뼛속까지 딴따라’였다. 틈만 나면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등에서 버스킹 공연을 했다. 하지만 그처럼 흥이 넘쳤음에도 김철민은 ‘카메라 울렁증’ 때문에 자주 텔레비전에 얼굴을 보이진 못했다. 이후 동료 개그맨과 함께 토크쇼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면서 서서히 방송 공포증이 사라질 무렵, 폐암 진단을 받았다.
2019년 8월이었다. 투병에 들어간 김철민은 ‘개 구충제’인 펜벤다졸을 복용한 뒤 호전됐다는 소식을 알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지만 8개월 만에 효과가 없다면서 스스로 복용을 중단했다. 갈수록 증세가 악화하는 와중에도, 그는 에스엔에스(SNS)로 항암 치료 과정을 알리며 꾸준히 세상과 소통을 이어나갔고, 지난해엔 그토록 원했던 공연도 마쳤다.
지난 10일 김철민은 마지막인 듯한 인사를 페이스북에 남겼다. 김철민 페이스북 갈무리
그가 평소 ‘누님’이라고 부르며 살갑게 지냈던 동료 개그맨 김혜영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29일 그와 나눈 마지막 대화를 전했다. “누님, 치료 잘 받고 있습니다. 좋아지고 있어요. 다 나으면 통기타로 누님이 가장 좋아하는, 이문세 선배님의 ‘소녀’ 불러 드릴게요.”
노래에 흠뻑 빠져 기타를 연주하는 김철민의 사진을 전송하며 김혜영은 이렇게 답했다. “네가 노래를 불러주던 우리들의 행복했던 시절. 난 항상 그 자리에 있으니 빨리 나아서 돌아와.”
개그맨 김철민씨의 빈소가 16일 오후 서울 공릉동 원자력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공동사진취재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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