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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대만 드라마 ‘통령소녀’…귀신 보는 소녀의 묵직한 메시지

등록 2022-04-01 16:21수정 2022-04-01 16:49

OTT 웨이브서 공개 중

<통령소녀>. 제목과 달리 대통령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통할 통. 신령 령. 즉, 귀신과 통하는 16살 소녀 이야기다. 평범한 고등학생이 죽은 자와 통하는 무당이라고? 뭔가 으스스한 제목이지만 사실 유쾌한 학원 드라마다. <에이치비오>(HBO)가 대만 첫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해 아시아권에서 크게 히트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웨이브에서 만날 수 있다.

샤오쩐은 죽은 사람을 볼 수 있다. 신내림을 받은 무당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학교 친구들이 콘서트에 갈 때, 신전으로 가서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야 한다. 친구들에게는 비밀이다. 좋아하는 남자친구가 생기고 연극부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즐겁게 연습하지만, 학교와 신전을 오가는 샤오쩐의 이중생활은 위태하다. 또래 친구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지만 ‘너는 그런 사소한 행복을 누릴 자격이 없다’라며 온 세상이 막아서는 느낌이다.

죽은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별 도움이 안 된다. 현실을 바꾸거나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당장 소원을 들어달라는 손님들은 피하고 싶다. 그러나 부적과 염주를 팔아 신전의 재정 건전화(?)에 힘 쓰는 스승은 그런 샤오쩐이 못마땅하다. “의사가 환자를 골라서 받으면 되니? 영매는 죽은 사람을 만나는 것뿐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해. 사람들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하는 게 영매의 진짜 역할이라고.”

조금씩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남들에게 도움 주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지만 유력 정치인의 등장에 위기가 시작된다. 그는 선거에서 승리하려고 온갖 주술을 요구한다. 게다가 아픈 아내를 살려내지 못하면 신전을 문 닫게 하겠다고 위협한다. 샤오쩐은 어쩔 수 없이 다 잘될 거라는 말과 함께 부부를 축원해준다.

<말할 수 없는 비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나의 소녀시대> <상견니> 등 우리나라에도 대만 학원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와 정서적으로 비슷하며 특유의 아련한 느낌과 함께 웃음도 보장한다. <통령소녀>도 대만 학원물의 공식을 따라간다. 학생주임을 피해 도망치고, 귀신이 나온다는 학교 건물에 대한 궁금증도 참을 수 없다. 쿠키의 날(?)에 고백을 준비하는 모습도 귀엽고, 축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꽤 진심이다. 관람차가 보이는 학교 운동장은 그림처럼 아름답다. 항상 티격태격하는 신전 사람들과 학교 친구들은 한없이 무해하다. 친구들이 샤오쩐의 정체를 알게 되자 아예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면서 용돈을 버는 장면에서는 폭소가 터진다. 그래! 다시 오지 않을 학창 시절. 했던 일은 후회하지 말고 하지 않았던 일을 후회하자.

믿기지 않지만, 이 드라마는 실화가 바탕이다. 대만에서 유명한 영매사의 자서전인 <영계 통역자>를 원작으로 2013년에 단편영화가 만들어졌고, 이를 다시 대만 공영방송사(PTS)가 드라마로 제작했다. 학교에서는 중국어를 사용하고, 신전에 있을 때는 대만 방언인 민난어를 사용하는 세심한 디테일에 큰 호평을 받았다.

귀신을 보는 사람은 숭배를 받기도 하지만 혐오의 대상이기도 하다. 드라마에서 소녀는 말한다. “사람들은 조금 이상하고 뭔가 다르고 낯선 것을 보면 온갖 이유를 갖다 붙여 무서워한다. 하지만 뭐가 더 무서울까? 초자연적 현상? 아니면 우리 안의 비이성적인 공포? 우리와 다른 존재를 좀 더 공감한다면 세상은 좀 더 나은 곳이 될 것이다.” 웃음 가득한 학원물이지만 혐오가 넘치는 세상에 소녀가 던지는 메시지는 꽤 묵직하다.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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