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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글리치, 어땠어] 여성 서사의 확장…그것 외에는

등록 2022-10-15 12:19수정 2022-10-15 13:11

넷플릭스 지난 7일 공개 10부작
여성 버디물 드라마 ‘글리치’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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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가 지난 7일 선보인 10부작 드라마 <글리치>는 홍지효(전여빈)가 하보라(나나)와 함께 외계인한테 납치된 것 같은 남자친구 이시국(이동휘)을 찾아다니는 버디 무비다. 지효와 보라가 시국을 찾는 과정에서 외계인과 관련 있는 사이비 종교 단체와 엮이게 된다. 이 드라마를 연출한 노덕 감독에 따르면, “<글리치>는 두 인물을 따라가는 버디물이자, 에스에프, 스릴러 등 여러 장르가 섞여 있는 새로운 이야기”다. 전여빈 주연에, 2020년 화제작 <인간수업>을 집필한 진한새 작가가 극본을 썼다. 두 사람의 조합만으로 공개 전부터 기대작이었다. 반응은 극과 극을 달린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인간의 관계와 믿음”면에서 점수를 줬고, 김효실 기자는 “여성 서사”면에서 호평했다. 남지은 기자는 “그러나 의미를 제외한 점수는 글쎄”라는 평가다.

<드라마톡 볼까말까> ‘평가단’이 모든 드라마를 파헤칩니다. 수없이 쏟아지는 드라마, 다 볼 수 없죠? 어떤 작품을 시작해야 하나, 다시 봐야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하나, 고민이라면 <볼까말까>부터 놓치지 마세요!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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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치>는 미확인 미스터리 실체를 파헤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개성 강한 인물들과 이들 사이의 관계를 조명하는 데 애쓴 작품이다. 이 둘(지효와 보라)은 독립된 개체가 아닌 하나의 인격체 안에서 파생된 두 인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도 했다. -노덕 감독 <글리치> 제작발표회에서 -

김효실 기자 = 최근 종영한 <작은 아씨들>(티브이엔)이 보여준 여성 인물 중심의 스릴러물을 좋아한다면 <글리치>도 좋아할 듯하다. <작은 아씨들>은 ‘아버지가 필요 없는, <글리치>는 ‘아버지에게 총을 겨누는’ 여성들이 활약한다. 맨스플레인을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사이다’ 장면들도 있다. “미친년”들의 이야기도 생생하다. <작은 아씨들>은 가족 관계인 세 자매의 이야기인데, <글리치>는 핏줄도 아닌 여자친구끼리의 의리, 연대, 연결감이 중심이다. <작은 아씨들>에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아쉬웠던 막내 오인혜(박지후)와 원령가의 딸 박효린(진채은)의 관계성을 좋아한 시청자라면, <글리치>로 아쉬움을 달래볼 수 있을 듯하다. GL물, 퀴어물로 볼 여지까지 있다.

남지은 기자 = 확실히 여성 서사를 확장시킨 건 장점이다. 드라마에서 여성의 자리가 한 계단씩 높아졌면 <글리치>에서는 10계단 성큼 오른 느낌이다. 여자 주인공 두 명이 남자를 구하려고 모험을 떠난다. 동행하는 남자 셋의 쓰임새는 그 중 한명의 힘뿐이다. 그들을 공격하는 청년봉사단 무리의 지휘자도 여자다. 드라마에서 여성 이야기를 할 때 우정이나 선악 대결에서 벗어난 지는 오래됐다. 지난해 드라마 <마인>(티브이엔)에서는 동서지간인 두 여성이 재벌가 권력에 대항했다. 여성 서사가 강인한 여성으로 번졌다. 올해 엠지(MZ)세대의 워맨스를 다룬 <술꾼도시여자들>(티빙)과 서른아홉살 여자의 우정을 다룬 <서른, 아홉>(제이티비시)처럼 특정 세대를 파고드는 등 여성 서사는 촘촘해졌다.

정덕현 평론가 = 최근 들어서는 <작은 아씨들>처럼 선과 그 선을 괴롭히는 악도, 그 선을 구하러 오는 선도 여성인 경우도 있다. 여성 서사가 하나의 장르처럼 확장되고 있다. <글리치>는 여성들의 모험담을 전면에 내세운 여성 서사다. 어디에 주목해서 보는가에 따라 호불호는 있을 작품이다. 유에프오의 미스테리한 이야기로만 보면 또 사이비 종교의 휴거 이야기로만 보면 다소 밋밋하게 보일 수 있지만, 지효와 보라의 관계에 집중하면서 보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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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치> 제작 초기부터 핵심 키워드는 믿음과 신념이었다. 외계인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을 추적하고 따라가는 캐릭터들의 관계와 감정들을 들여다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노덕 감독 <글리치> 제작발표회에서 -

정덕현 평론가 = <글리치>가 하려는 이야기는 유에프오나 외계인, 사이비 종교 같은 소재적인 것이 아니다. 알 수 없는 것으로 가득 찬 우주 속에서 외로울 수밖에 없는 인간 실존에게 믿음이란 무엇이고, 믿음을 공유함으로써 그 실존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인간의 몸부림을 다양한 각도로 그려내려는 것이다. 외계인을 봤지만 그것이 자신의 환영이라고 생각하며 애써 부정하는 지효와, 외계인을 본 적은 없지만 지효의 이야기를 믿고 그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이를 추적하는 보라가 점점 서로를 걱정하고 세상 속으로 함께 걸어가면서 그것이 허상일지라도 믿음을 공유하고 계속 나아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남지은 기자 = 결국 <글리치>의 극과 극 반응은 시청자가 기대한 것과 제작진이 전하려 한 것의 차이에서 오는 것 같다. <글리치>에 갸우뚱하는 데는 시청자와 제작진의 마음이 달라서다. 이야기 초반 지효 눈에 외계인이 보일 때는 흥미로웠다. 완전 에스에프물처럼 특별한 곳이 아니라, 편의점, 거리 등 일상의 공간에서 등장하는 설정이 신선했다. 지효한테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런데 지효가 남자친구를 찾으러 다니면서부터 드라마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초반에 등장한 외계인들이 더 자주 등장해 지효의 일상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지효와 보라가 사이비 종교와 대결하고 있으니...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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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평론가 = 진한새 작가는 전작이자 데뷔작인 <인간수업>에서 그랬던 것처럼, 정제된 이야기보다는 다소 거칠어도 상상력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작품을 쓴다. <글리치>에서도 그렇다. 유에프오(UFO)와 외계인 이야기가 갖는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시작해서, 실종된 남자친구를 찾는 이야기로 넘어가더니, 유에프오의 빛을 신격화 하는 사이비 종교를 둘러싼 이야기로 신과 인간의 실존 같은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이야기로 나아간다. 거침없고 확장하는 전개를 집중한다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고 본다면 통일성이 없다고 느낄 수 있다.

남지은 기자 = <인간수업>은 평가는 갈렸지만, 오티티라서 가능한 콘텐츠였다. <글리치>는 오티티만의 장점을 살린 무언가가 없다. 진한새 작가라면 서너발은 성큼 나아갔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티티여서 할 수 있는 시도였다면, 제작비가 많아서 외계인을 제대로 표현해냈다는 것 외에는 보라의 욕과 담배 정도일까. 총 10부 동안 이야기가 여러 단계로 확장하면서 드라마가 말하려는 주제도 흐릿해진다. 8부나, 6부 정도로 압축해 속도감을 냈으면 어땠을까 싶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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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여빈이 캐릭터와 싱크로율이 굉장히 높았다. 배우가 채워주지 않으면 어려운 인물, 입체적인 인물이었는데 지효라는 캐릭터가 전여빈을 만나서 다행이었다.” -노덕 감독 <글리치> 제작발표회에서 -

김효실 기자 = 전여빈 연기가 너무 좋다. 영화 <죄 많은 소녀>에서 보여준 서늘하게 사람 마음을 찌르는 연기가 생각났다. 눈빛으로 많은 걸 표현해서, 남자친구 이시국이나 가족과 함께 있을 때의 눈빛과, 허보라와 함께 외계인을 찾을 때 눈빛이 다르다. 몸을 잘 쓰는 배우라는 생각도 든다. 생활 액션(?)을 잘 보여준다.

정덕현 평론가 = 전여빈은 복합적인 감정 연기가 두드러지고, 나나는 작품 전체에 시원시원한 활력을 넣어주는 비타민 같은 역할을 특유의 보이시하면서도 코믹한 연기로 풀어낸다. 특히 입에 욕과 담배를 달고 사는 나나의 연기는 작품에 끝없이 활기를 만들었다. 알 수 없는 세계에 광신하며 그것이 마치 자신들을 구원해줄 거라 믿는 사람들과, 그들을 따라간 딸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아버지, 그 세계에 깊이 빠져들어 사이비 종교를 만들었지만 그것이 가짜라는 걸 알고 있어도 이제는 그걸 믿고 신봉하는 이들 때문에 진실을 말할 수 없게 된 교주 같은 다양한 인간군상도 흥미롭게 그려진다.

남지은 기자 = 전여빈과 김명곤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전여빈과 나나의 활약을 보고 있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싶어서 지루함이 덜하다기는 하다. 하지만 <글리치>는 둘의 활약에만 집중하지 않았나 싶다. 함께 다니는 유에프오 커뮤니티 회원인 남자 셋 김동혁(이민구), 조필립(박원석), 값대위(태원석)​의 역할이 없다. 나나와 거의 함께 다니기 때문에 비중도 꽤 크다. 적절한 역할을 부여했다면 중간중간 지루하게 느껴지는 장면들이 채워지지 않았을까. 사이비 종교 교주로 나오는 좁(김명곤)의 존재감도 더 뚜렷했으면 드라마가 훨씬 더 긴장감 있었을 것 같다. 많은 캐릭터가 전여빈과 나나의 존재감에 약해진 느낌이다. 오세희(최수임)가 갑자기 김병조(류경수) 경찰을 따라다니는 등 설득력 없는 상황도 많다. 무엇보다 지효와 보라가 위험한 상황에서 너무 잘 피해 다닌다. 그리고 지효는 왜 낙하산으로 설정했는지가 몹시 궁금하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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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실 기자 = ‘한드’ 안에서 다양성을 넓히는 역할은 확실히 느끼게 해준 드라마다. <글리치>라는 제목에, 주류 사회에서는 ‘결함’이라고 여겨져 배제되는 소수들의 이야기라는 뜻이 함께 들어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소수자라는 이유로 그 목소리가 사회에서 ‘개소리’라는 무시를 당하는 집단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남지은 기자 = 드라마 다양성 측면에서는 일조했다. 유에프오가 나오는 에스에프물이라면 웅장한 그림부터 떠오르는데, <글리치>는 마치 비(B)급 드라마 같은 느낌이다. 주연이 전여빈에 나나이고 작가가 진한새라는 게 되레 놀랍다고 해야 하나. 출연진을 오히려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로 꾸렸으면 어땠을까. 더 확실한 B급 느낌이 나서 오히려 더 신박한 화제작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전여빈이 나오니 뭔가 더 대단한 것이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생겨 실망감이 더 커지는 것 같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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