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가수’ 심수봉(51)씨가 18일 오후 6시 광주 금남로 무대에 선다. 심씨는 5·18 민중항쟁 26돌 기념 ‘광주오월음악제’에 출연해 〈그때 그 사람〉과 〈무궁화〉를 부른다.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긴박했던 ‘10·26’을 겪은 그가 이런 음악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심씨는 출연 제안을 받고 “광주가 의미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심씨는 애초 〈오월의 노래〉와 〈임을 위한 행진곡〉 등 민중가요를 불러달라는 요청에 악보를 받아 2~3일 정도 연습했다. 심씨는 그러나 “가사가 너무 슬퍼 도저히 부를 수 없고, 무섬증이 들 정도였다”고 했다. 심씨는 “양해를 구하고 평소 좋아하는 노래로 바꿨다”고 말했다.
심씨는 197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때 그 사람〉을 불러 가수의 길로 들어선 뒤 이듬해 10월26일 궁정동에서 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을 겪었다. 그는 계엄사에서 조사받다 한달여 정신병원에 강제입원하는 등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그는 시련 속에서도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백만송이 장미〉, 〈사랑밖엔 난 몰라〉 등을 ‘코끝이 시큰해지는’ 목소리로 불러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심씨가 부르는 〈무궁화〉는 84년 방송활동 금지가 풀리면서 작사·작곡했던 곡이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가사를 문제 삼아 금지곡이 됐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씨는 이 곡에 대해 ‘무궁화의 끈질긴 생명력을 아이에게 이야기하는 엄마 심정을 담았다’고 밝힌 적이 있다.
광주오월음악제엔 안숙선·한대수·이상은·김용우·안치환씨 등이 출연한다. 총기획 김휘(49) 〈광주문화방송〉 피디는 “광주에서 음악을 통해 역사의 상처를 다시 돌아보자는 취지의 행사”라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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