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 주목! 이 프로
세계의 문명 시리즈 ‘로마, 그 위대한 건축물’(히스토리채널 오전 10시)=한쪽이 완전히 무너진 채로 골격을 드러낸 오늘날의 콜로세움에서 경기장 가득 물을 채우고 실제 크기의 배를 띄워 5만명이 모의 해전을 즐겼던 ‘위대한 시대’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수천명이 한꺼번에 카라칼라에서 목욕을 즐기던 광경도. 기원전에 화산회와 석회석으로 어떻게 수천년을 남을 건물을 만들었으며 수백㎞는 떨어진 곳에서는 또 어떻게 물을 퍼왔을까.
1년9개월의 제작 기간을 들인 〈로마, 그 위대한 건축물〉에서는 컴퓨터 그래픽과 시뮬레이션으로 당시의 건축 과정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역사적 호기심이 없더라도 장대한 건축물과 이를 지휘하는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네로,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들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이 다큐멘터리의 장점은 뛰어난 컴퓨터 그래픽에 있는데 역사적 사실을 고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컴퓨터로 어쩌면 그 당시보다도 더 눈부신 건축물을 만들어 보여주는 데 힘을 쏟은 흔적이 역력하다. 라인강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목조 교량을 단 10일 만에 건설하여 4만 대군이 지나갈 수 있도록 하는 광경을 보면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과거인에 대한 경탄일까, 아니면 현대 과학에 대한 위압일까.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