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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출신·이념 다른 4명 주인공, 시대극·멜로극 사이 헤쳐가

등록 2006-06-12 19:42

‘서울 1945’ 내용은
<서울 1945>는 1930년대부터 한국전쟁까지 격동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 주말극이다. 소설 <태백산맥>을 연상시키는 복잡한 인물 군상 속에서 민족적 사회주의자 운혁, 진보적 민족주의자 동우, 친일파에서 집권당의 총아로 변신한 석경, 그리고 해경 등 네 명의 남녀를 주인공으로 부각한다.

극 초반 주인공의 운명은 집안과 시대상황에 끌려다닌다. 친일파의 거두 문자작의 딸로 나오는 문석경과 거부의 아들 이동우는 약혼한 사이다. 문자작에게 복수를 벼르던 최운혁은 파업에 휘말려 소련으로 망명하고, 운혁을 사랑하게 된 석경이 그를 좇아 레닌그라드로 가는 것이 초반의 내용이다. 운혁이 사랑하는 사람은 석경의 하녀인 김해경이다. 출신배경과 사랑관계가 얽히고 설킨 초반부의 내용은 상당부분 허구로 구성됐다.

그런데 제작진은 주인공 캐릭터를 구상할 때 어느 정도 역사 속의 실존 인물에게서 조각조각 모티브를 얻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따라서 후반의 내용은 역사적 상황과 함께 실존 인물들이 걸어갔던 길과 섞여 짜이기도 한다. 극중 문석경은 시인 모윤숙을 모델로 한 인물이라고 한다. 친일파였다가 해방후 집권당과도 돈독한 인물이다. 문석경이 사랑하는 최운혁은 독일공산당원으로서 귀국후 좌우합작통일전선을 추진하다 미군정의 검거를 피해 월북한 이강국과 닮았다. 이강국은 북에서도 남로당 사건에 연루되어 처형된 불행한 사회주의자다. 극중 최운혁의 연인 김해경의 실제 모델은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간첩 김수임으로 이강국과 김수임은 실제로도 연인사이였다고 한다. 이강국의 월북을 도와준 혐의와 간첩혐의로 한국전쟁 직전 총살됐다. 이동우는 가장 허구에 가까운 인물이다. 윤창범 PD는 “이동우는 민족지사 김규식을 모델로 했다”고 밝힌 일이 있지만, 백범 김구, 이승만과도 교분이 두텁고 독립운동을 위한 미국 활동으로 미국과도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는 점 이외에, 해경을 사이에 두고 운혁과 삼각관계에 서있다거나, 정보부에서 일한다는 등의 내용은 대부분 극전개를 위한 설정으로 보인다. 총 60부작으로 지난 6월 10일 방송된 45부에서는 몽양 여운형이 죽은 직후 1947년 상황을 그렸다. 좌우합작 민족 통일전선의 흥망을 안타깝게 추적하고, 김일성과 이승만 사이를 오가며 번뇌하는 운동가로서의 젊은이들을 그리기는 했지만, 극중 이들을 연결하는 강력한 축은 애정관계다. 이 드라마는 1회에서 결말부분을 미리 보여주는 형식을 취하는데, 결국 해경은 운혁을 위해 총살당하고 운혁은 해경을 구하기 위해 김일성이 준비하던 전쟁에 가담한다는 설정은 이 드라마가 시대적 이상보다는 애정을 동인으로 삼아 시대극과 멜로극의 중간을 헤쳐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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