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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역사〉(히스토리채널 오전 11시)
10월14일은 연인들이 함께 와인잔을 나눈다는 와인데이다. 한 일본 회사의 마케팅으로 만들어진 날이지만, 수천년을 거슬러 올라가면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경배하던 고대인들의 축제일이기도 했다. 프로그램은 왕의 무덤에 포도주단지 수백개를 함께 묻었던 이집트인들부터 프랑스 보르도 지방을 와인 명가로 만든 17세기 아르노 드 퐁타크의 이야기까지 7천년 와인의 역사를 더듬는다. 예수는 최후의 만찬에서 “이 잔은 나의 피라”고 하며 제자들에게 포도주를 돌렸으며, 프랑스 카롤링거 왕조 시대 외국어 교재는 모두 “술 한 잔 주세요”라는 표현부터 가르쳤고, 전쟁이 나면 수도사들은 와인을 들고 피난을 떠났다고 한다. 18세기에는 앉은자리에서 포트와인 3병을 마신다는 ‘3병족’과 신대륙에 포도나무를 들고 떠나던 사람들이 와인산업의 부흥을 부채질했다. 독하고 달콤하던 고대의 와인맛과 시고 쓰고 복합적인 현대의 와인맛은 같은 술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다르지만 포도열매로 빚은 음료에 대한 사랑과 집착은 끊이질 않았다. 어느 술이 이렇게 오랫동안 찬탄과 경외를 받았을까.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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