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C
‘채널 엑스티엠’에서 프리미어리그 중계…“편안하고 친근하게 하겠다”
가수 김C(35)가 지난 2일 최초의 연예인 축구해설자로 데뷔했다. 밤 12시40분 <채널 엑스티엠>(XTM)에서 중계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 해설자를 맡아 최상용 캐스터와 함께 위건과 리버풀 경기를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이날은 김C가 방송에서 가장 많은 말을 한 날로 기록될지도 모른다. “축구를 잘 알지 못하는 초보자들을 위해 영국 프리미어리그 정보를 자세히 전달하겠다”던 김C는 양팀 출전 선수와 감독의 전술특징 등을 유창하게 해설했다. 평소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입을 다물기 일쑤인 독특한 방송스타일의 김C로서는 보기 드문 일이었다. 실축한 매클러치 선수에게 “축구만 하는 사람도 저런 실수를 하니 조기축구회에서 저렇게 공을 차도 비난하지 말아야겠다”거나 “(벨라미 선수가) 입모양을 보니 에프(F)자로 시작하는 욕을 하는 것 같은데 (심판을) 조심해야 한다”더니 “경기만 따먹고 사람은 따먹지 말라”는 등 아슬아슬한 농담도 계속됐다. 무려 4골 차이로 위건이 리버풀에게 무릎을 꿇은 이날의 중계는 김C가 속한 그룹 뜨거운감자의 노래 <좌절금지>와 함께 막을 내렸다.
“음반시장이 뭣같으니까 가수가 이러고 있죠.” 중계가 끝나고 만난 김C는 축구해설자는 본업이 아니라고 못을 박으면서도 “다른 일보다는 축구중계는 능동적으로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고 했다. 비전문가 해설자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보조 해설자인 줄만 알고 덜컥 프리미어리그 해설자를 맡았지만 편안하고 친근한 중계를 하는 해설자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부담을 줄였다”고 했다. 춘천고 시절 야구 선수였던 그가 유독 축구에 대한 애정이 두터운 이유는 무엇일까? “야구 규칙은 책 한권에 담아도 모자라지만, 축구는 단순하다. 그 단순한 규칙에서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C는 지난 월드컵 기간에 에스비에스(SBS) <월드컵 플러스>의 ‘웰컴투 월드컵’ 코너와 문화방송(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 ‘B급 축구 이야기’ 코너 등에서 전문가 못지 않은 식견을 선보였다. 그런데 방송중 한국팀에게 박한 평가를 내렸다고 해서 일부 축구팬들의 원망을 샀던 일이 있다. 이날도 김C는 “우리 선수를 감싸야 애국이라는 사고방식에는 거부감이 느껴진다”는 변함없는 생각을 밝혔다. “군사주의적이거나 전체주의적인 문화의 조짐만 보여도 반감이 생긴다”며 “여럿의 의견에 따르지 않고 내 생각을 표현하는 사람으로 살겠다”고 했다.
아스널 팀과 스티브 제라드 선수를 특히 좋아한다는 그는 오는 10일에는 아스널과 챌시의 경기를 중계한다.
글·사진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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