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 중간점검
1999년 방송된 미니시리즈 <학교>는 원조 교제, 왕따, 교내 폭력 등의 학교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지금 방송되는 <강남엄마 따라잡기>는 사교육이 장악한 교육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강남엄마’라는 소재를 택하며 논란 속에서 출발했다.
8년 간격의 드라마로 본 우리교육의 변화는 처참하다. 학교라는 공간은 더이상 누구의 관심사도 아니다. 부모들이 학교 앞마당에서 “아빠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을 견줄 때, 아이들은 교실에서 이름 대신 20등, 10등이라고 불리며 수학 대결을 벌이는 키재기 놀이터일 뿐이다. 드라마는 방영 초부터 교원단체의 항의를 받으며 사실 논란에 시달려왔다. 제작진은 드라마에 나오는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실제 있었던 일을 김현희 작가가 6개월 이상 사전 취재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논란을 무릅쓰고 현실을 까발려서 경제적 서열이 교육성과를 서열화하는 사회를 보여주겠다는 애초의 의도에는 충실했을지 모르지만 아직은 적나라한 현장보고서 이상의 효과는 거두고 있지 못하다는 평이다. 주인공인 ‘열혈엄마 현민주’(하희라)의 문제점은 ‘10억도 없으면서 강남사는 여자’라서가 아니라 한국드라마가 오랜 시간 공들여 주조해온 ‘막무가내 모성’의 이미지에서 한발짝도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늘 그와 대비되는 ‘원조 강남엄마 윤수미’(임성민)도 결국은 자기 위주의 협소한 모성으로 아이를 휘두른다는 점에서는 강남·강북 엄마 차이가 없다. 시청자들이 자신이 낳지 않은 의붓 자식에게 공을 들이는 척하는 ‘무늬만 강남엄마 이미경’(정선경)에게 가장 많은 지지를 보내는 이유도 세 여자 중에서는 그만이 구태의연한 모성에서 가장 자유롭기 때문이 아닐까. 강남교육의 현실을 용감히 그렸을지 모르지만 엄마들의 참모습은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남은 6회동안 엄마들도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담아야 할 것이다.
<학교2>를 연출했던 고영탁 피디는 “미쳐버린 사교육 풍토를 냉정히 돌아보려는 시도는 좋은데, 드라마가 교육문제를 나열하는 것으로는 무엇을 이루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우리 사회와 교육이 이렇게 갔으면 좋겠다는 희망과 구원의 메시지를 제시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홍창욱 피디는 “드라마 후반부에 전형적인 강남 학생이 자살에 이르는 등 다소 무겁더라도 결국 교육의 참뜻을 촉구하는 방향으로 드라마를 끌고 갈 것”이라고 했다. 김현희 작가도 “극의 후반부는 진지하고 심각해질 것”이라고 시사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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