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신년기획 ‘문화강국이 되는 길’
누구나 입으로 ‘문화강국’을 되뇌던 시절이 있었다. 영화 <쥬라기 공원>이 세계적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1990년대 초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이 영화로 번 돈이 현대자동차 1년치 수출액을 능가한다는 통계는 문화강국론의 단골 메뉴였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 모습은 어떤가.
교육방송이 7일 밤 9시50분 방송하는 신년기획 <국가경쟁력 리포트> 제3부 ‘문화강국이 되는 길’은 세계 문화산업에서 1~3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 일본, 영국을 찾아가 문화강국이 된 비결을 알아본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세계 시장을 지배하는 바탕은 창의적 아이디어다. 반짝이는 기획과 탄탄한 이야기의 원천이 여기에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 100년 넘는 문학잡지가 발행되고 있을 정도로 원작 콘텐츠가 튼실하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두 번이나 배출한 문학의 힘은 세계 최강 애니메이션 산업의 근간이다. 제작진은 두 나라 주요 문화계 인사들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상식을 확인한다.
그렇다면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능하게 하는 요인은? 제작진은 해답을 영국의 교육에서 찾는다. 영국 정부는 제조업 시대의 지식 위주 교육이 더 이상 새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교과 과정을 창조교육으로 혁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밖에 나가 직접 건축물 사진을 찍고 관련된 역사를 조사하고 돌아와, 사진을 그림으로 옮기고, 조사한 내용과 소감을 글로 쓴 다음, 다른 아이들 앞에서 발표와 토론을 하는 방식이다. 지리, 역사, 미술, 작문 등 여러 과목을 한 주제 아래 통합적으로 공부하면서, 단순 지식을 암기하는 대신 자연스럽게 문제를 조사·해결하는 능력을 기르게 된다. 창의교육만이 21세기 국가경쟁력의 해답이라고 확신하는 영국 정부의 정책 사례 앞에서 초등학생까지 일제고사로 줄세우는 우리 교육 정책이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진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영국은 또 미술관, 음악당, 박물관 등 문화 인프라에 주민이 직접 참여한다. 주민이 전시 내용을 기획·디자인하며, 자기 물건도 전시한다. 셰필드의 박물관, 게이츠헤드의 음악당과 미술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문화강국의 또 하나의 비결은 ‘참여’와 ‘개방’이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교육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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