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미스터 맘마 필립>
키 184㎝에 조각 같은 몸매를 가진 스물일곱의 꽃미남 최필립. 10살 때부터 영국을 거쳐 미국에서 조기유학을 한 ‘엄친남’에, 뉴욕에서 패션 공부를 마친 뒤 보장된 자유로운 뉴요커의 삶을 뒤로하고 군 입대를 자처해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대목에서는 ‘훈남’ 훈장까지 달았다. `꽃·엄친·훈' 3남. ‘트리플 크라운’이다.
하지만 3월30일부터 4월2일까지 4부작으로 방송되는 인간극장은 3남의 영광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제목부터가 <인간극장-미스터 맘마 필립>(K2 저녁 7시20분)이다. 필립씨가 군 복무 중 뜻하지 않은 이혼으로 여섯 살 난 딸을 둔 싱글 대디가 된 건 16개월 전이다. 아침에 딸을 챙겨 어린이집에 보내고 영어학원 비정규직 강사로 일했다. 그마저도 딸을 두고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 게 마음에 걸려 다른 직장을 알아보던 중 자리를 잃었다.
이 정도면 3남의 영광조차 힘겹다. 다른 직장을 위해 구직 전단지를 붙여 보지만 별 소용이 없다.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을 하며 진 빚을 갚느라 저축도 하지 못한 상태에서 불황은 필립씨의 발목을 잡았다. 그래도 필립씨는 웃는다. 장래 희망이 ‘요리 요정’인 딸 유이 때문이다. 엉터리 음식도 아빠를 위해 맛있게 먹어주는 유이를 보면 넘치는 빨래도, 퇴근 뒤 설거지도 힘겹지 않다. 재산 목록 1호였던 오토바이를 “오토바이는 추워서 싫다”는 유이의 말 한마디로 처분하는 그의 딸 사랑은 유별나다. 실직으로 밀려가는 집세, 끊긴 도시가스보다 치료 시기를 놓쳐 신경 치료까지 해야 하는 유이의 치통이 필립씨의 마음을 급하게 만든다.
결국 필립씨는 공사장 일용직 일에 나선다. 불황에 맞서 엄마, 아빠 1인 2역을 해야 하는 싱글 대디 필립씨의 진짜 아빠 되기 프로젝트. 아빠에게 늘 환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4차원 딸과 미스터 맘마 필립씨의 동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인간극장-미스터 맘마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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