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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작품마다 마지막이라 생각…난 치열하게 간다”

등록 2009-04-26 20:50수정 2009-04-27 15:26

배우 차승원
배우 차승원
SBS 드라마 ‘시티홀’에서
‘천재 공무원’ 분한 차승원
“대본 좋아 자신 있어”
차승원은 ‘몸’의 배우다. 188㎝의 키와 완벽한 몸매뿐만 아니라 정제된 걸음걸이와 자연스러운 손처리, 순간을 장악하는 표정…. 패션 무대에서 단련된 순간의 보여짐은 이른바 ‘간지 지대로’다. 그래서 자신의 완벽한 보여짐이 자칫 왜곡될까 늘 예민한 배우다. 그는 김선아와 함께 주연을 맡은 에스비에스 수목 미니시리즈 <시티홀>로 황정민·김아중(한국방송 <그저 바라만 보다가(그 바보)>), 권상우·윤아(문화방송 <신데렐라 맨>)와 맞붙는 수목 드라마 3파전을 앞두고 있다. 촬영 현장에서 만난 차승원은 예상한 그대로 날이 바짝 섰다.

천재 부시장 조국 경기 일산 에스비에스 탄현스튜디오, 29일부터 방송될 <시티홀> 8회차 촬영이 끝났다. 시장과 반목하는 장면에서 힘이 잔뜩 들어간 눈이 풀리지 않았다. 담배 한 개비를 들고 의자에 등을 깊숙이 기댄다.

“결, 결 하시는데 연기에서 결이라는 게 뭔지 저는 모르겠거든요?”

스타일 대신 쓴 결이란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30대 후반 이미 부시장이 된 천재 공무원 조국이 그 안에서 현재진행형이다. 냉소를 머금은 미소도, 삼지창으로 내뻗는 손짓도 도통 풀리지 않는다. ‘관리자의 모드’가 바로 이런 것이라는 듯 질문에 대한 답도 위압적이다. 리듬을 조절해가며 질문을 자르기도 하고, 한참 궁리하며 답을 기다리게도 만든다. 못난이 시장에게 대들듯, 성에 안 차는 부하 직원을 책망하듯 인터뷰가 이어졌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타자인 듯 거침없다. 이번 작품에서 보일 캐릭터에 대해 물었다.

“코미디…. 희극에서 제가 보여줄 수 있는 정점은 김봉두(선생 김봉두)예요. 그 이상 가면 말 안 되는 거지. 말도 안 되는…, 제 작품에도 말도 안 되는 작품들이 있으니까…. 저는 되게 싫어해요. 이건 분명하게 해야 해요. 내가 했어도 다 애착이 갈 수는 없어요. 그것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는 게 제 성격이고, 그런 실수를 안 하기 위해 노력하는 거예요.”


배우 차승원
배우 차승원
코미디 연기에 대한 질문은 그 자체를 거부했다. ‘보통 자기 작품에 대한 복기를 하지 않는지…’ 질문은 중간에서 잘렸다. 자신의 필모그래피(출연작품 이력)에 대한 독설이 그 자리를 채웠다. “버리죠, 그런 작품들 다 버려요. 저는 버린다는 표현을 쓰는데요. 제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존경하는 배…’라고 말을 꺼내려는 중간에 “없어요”라고 잘라 버린다. ‘…배우가 누구냐’라고 물을 틈도 없다. 6년 만에 돌아온 방송가에 대한 표현도 거침없다. “불황으로 제작 환경이 좋지 않고, 시청률에 훨씬 예민해졌어요. 그런데 그 책임을 배우가 다 떠안고 있어요. 개런티 삭감을 안 하면 도덕적 결함이 있는 것처럼 쳐다보는 것도 말이 안 되죠. 배우뿐만 아니라 제작하는 쪽도 책임을 지고 가야 하는데 지금 그런 분위기는 아니잖아요.”

<시티홀>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넘쳤다. “<파리의 연인>부터 <온에어>까지 신우철 피디와 김은숙 작가 콤비의 연이은 성공은 그분들 자체가 얘기가 되는 분들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베이스(대본)가 좋아 자신 있다”고 말했다. 상대역 김선아를 두고는 “워낙 감이 좋은 사람”이라며 “나는 받쳐주는 역”이라고 자신을 낮춘다.

치열, 열심, 차승원 “담배 좀 줘.” 매니저를 부른다. 극중의 ‘조국’이 차승원을 단단히 붙들고 있다. 40여분째다. 30분 같은 1분의 침묵, 숨을 고른다.

“집에서도 그렇게 빈틈없는 아빠세요?”

던진 질문 51개 중 ‘치열’과 ‘열심’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대답이 10여개. 인터뷰 막바지로 갈수록 반복됐다. 갑자기 옆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며 그가 웃어 보인다. “에이, 집에서는 안 그렇죠.”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이던 장난기 가득한 눈웃음이 스친다. “제가 오늘 좀 시니컬했죠?” 웃음기를 머금은 차승원이 기자의 허벅지를 가볍게 친다.

“조국이라는 이름이 너무 좋더라구요. 나의 조국이라고 읊조릴 때 느껴지는 그런 짠함 있잖아요. 어디를 가도 내 나라가 사랑스럽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는데…. 지금은…좀 그렇죠?”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과 함께 벌떡 일어서서 “인터뷰 끝은 즐겁지 않았냐”며 손을 내민다. 엄지와 검지를 한껏 벌리면서 깊게 꾹 맞잡는다. “배우를 생활형으로 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개런티를 나름대로 많이 받은 사람이에요. 작품마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하지 않으면 도둑놈이라고 생각해요. 바른생활 사나이는 아니에요. 그 순간 치열하게 가고 싶은 거예요.”

끝까지, ‘치열’이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예인문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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