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
행복한 다문화 사회 꿈꾸는 아리랑TV ‘핸드 인 핸드’
외국인 노동자부터 이주 여성까지
한국에서의 삶 들여다본지 200회 “중요한 건 공감하는 눈빛” 5월28일 서울대병원 어린이 병동. 한 아이가 환하게 웃는다. 프롬사카나싸콘나콘(이하 사카나), 이 낯선 이름의 공주님이 세상에 온 건 9개월 전이다. 이름보다 더 낯선 트리처콜린스 증후군(두개골과 얼굴 발달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지 열흘째 되는 오늘은 퇴원하는 날. 박수를 치고 윙크를 하고 까무러치는 표정까지 여느 아이와 다를 바 없다. 프라인·엘카차이 부부는 “감사하다”며 카메라 쪽으로 연방 고개를 숙인다. 1일로 200회를 맞은 케이블 채널 아리랑 티브이의 <핸드 인 핸드>의 촬영 현장. 외국인 노동자부터 외국인 이주여성까지 그들의 삶을 촘촘하게 엮어가는 이른바 ‘다문화 <인간극장>’이다. ■ ‘피디수첩’으로 시작해, ‘인간극장’이 되기까지 국내에 정착해 사는 외국인이 100만명이 넘었지만 에스닉 미디어(특정 민족을 위한 매체)가 단 한 군데도 없는 게 ‘다문화’를 표방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묵묵히 견뎌온 200회, 제작진이 자찬할 만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긴장 상태다. 연출을 맡은 강혜두 피디는 “우리의 결과물들이 당연스럽게 시혜적인 시선으로 다가간다고 비춰질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그렇게 보인다면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도가 있다면 그들 삶의 명암을 입체적으로 보여주자는 정도”라고 말했다. <핸드 인 핸드>의 출발은 외국인 노동자 문제였다. “피디수첩 같았죠.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주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100회를 넘어서면서 솔루션 프로그램인 ‘닥터스’의 성격이 가미된다. “타지에서 감기만 걸려도 서럽잖아요.” 여러 가지 이유로 의료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들의 병원 생활을 영상으로 만들면서 각자의 사연 속으로 카메라는 더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제작진이 휴먼다큐의 성격을 강화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더 큰 공감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다문화 <인간극장>’을 만들어보자는 욕심을 냈다.
“안산에 가보세요. 아무런 문제 없이 잘 어울려 살고 있어요. 시장을 둘러보면 각자의 삶을 위해 나이지리아 사람부터 몽골 사람까지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흥정을 하고 있다구요.”
프로그램의 외연을 넓히면서 머릿 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은 지금도 ‘안산’이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람 이야기들을 담아가자는 것이었죠. 상당수가 자기 삶의 터전이 돼 버린 곳에서 ‘불법’체류라는 굴레로 옭아매지기도 하지만 그 속에 눈물뿐만 아니라 웃음도, 즐거움도 있어요. 앞으로는 그런 것까지 아우르면서 가보고 싶어요.”
■ 4년의 노하우, 눈빛 퇴원 절차를 위해 담당 의사의 회진을 기다리는 동안 카메라 감독은 사카나의 발을 간질이고 놀고, 작가는 엄마와 살림살이 이야기를 나눈다. 취재원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노력이 여느 다큐멘터리 촬영장과 다르지 않다. 4년, 제작진에게 다문화 다큐를 찍어온 노하우를 물었다.
강혜두 피디는 “처음에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금방 친해지기 위해 몽골어, 베트남어 등 그때그때 인사말 한마디라도 배워 가곤 했다”며 “막상 해보니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은연중에 갖게 되는 태도였다. 굳이 말하자면 공감하는 눈빛?”이라고 했다. 그는 “낯선 곳에 가면 우리도 다수의 상대방이 갖고 있는 눈빛의 적의를 알아차리려고 애쓴다”며 “다 똑같은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200회는 시어머니가 식물인간 상태임을 알고도 남편과의 결혼을 결심한 베트남 이주 여성 트란트빗의 이야기다. 이효진 작가는 “작은 섬 완도의 유명 인사가 된 그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과 우리가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며 “가족의 의미를 돌아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핸드 인 핸드> 200회는 6월1일 저녁 8시30분에 방송된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아리랑티브이 제공
한국에서의 삶 들여다본지 200회 “중요한 건 공감하는 눈빛” 5월28일 서울대병원 어린이 병동. 한 아이가 환하게 웃는다. 프롬사카나싸콘나콘(이하 사카나), 이 낯선 이름의 공주님이 세상에 온 건 9개월 전이다. 이름보다 더 낯선 트리처콜린스 증후군(두개골과 얼굴 발달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으로 수술을 받은 지 열흘째 되는 오늘은 퇴원하는 날. 박수를 치고 윙크를 하고 까무러치는 표정까지 여느 아이와 다를 바 없다. 프라인·엘카차이 부부는 “감사하다”며 카메라 쪽으로 연방 고개를 숙인다. 1일로 200회를 맞은 케이블 채널 아리랑 티브이의 <핸드 인 핸드>의 촬영 현장. 외국인 노동자부터 외국인 이주여성까지 그들의 삶을 촘촘하게 엮어가는 이른바 ‘다문화 <인간극장>’이다. ■ ‘피디수첩’으로 시작해, ‘인간극장’이 되기까지 국내에 정착해 사는 외국인이 100만명이 넘었지만 에스닉 미디어(특정 민족을 위한 매체)가 단 한 군데도 없는 게 ‘다문화’를 표방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묵묵히 견뎌온 200회, 제작진이 자찬할 만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긴장 상태다. 연출을 맡은 강혜두 피디는 “우리의 결과물들이 당연스럽게 시혜적인 시선으로 다가간다고 비춰질지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그렇게 보인다면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의도가 있다면 그들 삶의 명암을 입체적으로 보여주자는 정도”라고 말했다. <핸드 인 핸드>의 출발은 외국인 노동자 문제였다. “피디수첩 같았죠. 외국인 노동자가 없으면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주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http://img.hani.co.kr/imgdb/resize/2009/0601/1243770495_03361591_20090601.jpg)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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