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시청률 ‘슈퍼스타K’
대박 시청률 ‘슈퍼스타K’
차례로 탈락 거듭하며 다큐같은 감동
고단한 합숙에 부상병동 “그래도 행복”
차례로 탈락 거듭하며 다큐같은 감동
고단한 합숙에 부상병동 “그래도 행복”
음악 전문 케이블 채널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케이(K)>가 연일 화제다. 시청률 7%! 케이블 채널이란 한계에다, 공중파 음악 프로그램의 시청률도 5%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랄 만한 수치다. 단 한명의 신인가수를 발굴해 상금 1억원과 앨범 발매를 보장하는 <슈퍼스타…>의 총지원자 70여만명 가운데 살아남은 사람은 6명(14일 현재), 예심을 거쳐 결선 진출자 10명이 가려진 상태에서 지난 4일부터 매주 2명씩 생방송을 통해 탈락시키고 있다.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이나 30년 된 <전국노래자랑>에 익숙한 시청자들에게 <슈퍼스타…>는 낯설지 않다. 친부 폭행, 가정 폭력, 성전환 등 지원자 70여만명이 쏟아낸 자극적인 성장 배경들이 여과 없이 노출돼 관심을 끈다. 이효리, 이승철, 양현석 등 심사위원들은 위악적 설정으로 독설을 퍼붓는다. 물론 여기까지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공식 그대로다.
시청자들이 ‘다르다’며 열광하기 시작한 것은 오디션이라는 소재와는 이질적으로 ‘공존’이란 화두가 던져지면서부터다. “비장애인과 한 팀으로 무대에 선 게 처음”이라는 시각장애인 김국환(26)씨와 한 팀이 된 4명이 김씨를 위해, 대부분 댄스곡을 택한 다른 팀과 달리 발라드를 선택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화제였다. 시청자들은 “경쟁은 그런 게 아니잖아”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그 훈훈함에 채널을 고정했다. 게다가 그들이 만든 노래가 심사위원 이효리의 눈물을 이끌어내고, 이례적으로 전원이 예선을 통과하는 장면까지 더해져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완성됐다. 뿐만 아니다. 팀으로 출전한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만 통과시키겠다는 심사위원의 으름장에 “같이 탈락하겠다”며 의리를 보이는 모습이나 팀을 위해 노래의 화음 부분만 맡으면서도 “괜찮다”를 연발하는 모습 등은 수많은 이타적 유전자들을 흔들었다.
그래도 오디션은 오디션이다. 남은 4주 동안 2명씩 탈락되고 결국 한 사람만이 영광을 차지한다. 지난 8일 한달째 합숙중인 통과자 8명이 묵고 있는 서울의 한 레지던스 호텔을 찾아 하루를 함께했다. 오전 11시 기상, 새벽 2시 취침까지 일과는 촘촘하다. 일과표에 기록된 공식 식사시간은 ‘오전 11시’뿐이다. 이들은 한달째 휴대전화, 티브이, 인터넷 등이 통제된 상태다.
이날 오전 11시35분, 막내 박태진(20)씨가 문을 활짝 열고 맞이한다. 인사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목이 잠겨 있다. 나머지 참가자들도 마찬가지다. 박씨를 포함해 8명 가운데 6명이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상황. 박씨는 예심에서 아버지에게 주먹질을 한 과거사로 구설에 올랐다. “용서를 빌고 화해했다”는 내용의 방송이 나갔음에도 인터넷은 후끈 달아올랐다. 방 한쪽에 놓인 가족사진이 부끄러운 듯 그는 웃으며, “정말 아버지랑은 좋아졌는데…”라며 더는 말을 잇지 못한다. 그는 이효리가 “내 이상형”이라고 말할 만큼 개성 있는 외모다. 늘 티셔츠 단추를 목 끝까지 채운다.
3명이 묵는 여자숙소는 지난 6일 2명의 탈락자가 나와서인지 공기가 무겁다. 길학미(20)씨와 마주쳤지만 이방인의 출입에도 놀랄 힘조차 없어 보인다. 소파 한쪽에 벗어놓은 원색의 스타킹 세 켤레가 스케줄의 고단함을 방증한다.
낮 12시, 8명은 차 2대에 나눠 타고 서울 강남의 한 스튜디오로 향한다. 이번주 금요일 생방송에서는 그룹 아바의 인기곡을 8명이 나눠 부르고 현장에서 2명의 탈락자를 결정하는 것으로 공지됐다. 모두 귀에 이어폰을 꽂고 가사를 웅얼거린다. 아바 노래는 20대인 이들에게 생소하다. 인터뷰할 틈을 찾기 힘들다.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안성기, 나문희 성대모사를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는 박나래(22)씨만 가사 대신 책(<연금술사>)을 손에 들었다.
오후 1시, 스튜디오 대기실. 한 사람씩 녹음실로 들어가 연주자와 자신의 곡을 맞춰본다. 대기실에 남은 7명은 자신의 노래를 무한반복한다. 서인국(23)씨는 가사의 영어 발음을 배우기 위해 정선국(23)씨 옆에 자리를 잡았다. 선국씨는 미국 버클리 음대에 다니는 ‘엄친아’다. ‘엘’(L)과 ‘아르’(R) 발음을 꼼꼼하게 지적해준다.
오후 5시, 다음 스케줄인 ‘보컬 트레이닝’(발성연습)을 위해 지원자들은 남녀로 나뉘어 차에 올랐다. 그런데 지원자 조문근(25)씨가 차에 오르지 않고 있었다. “떨어지더라도 해보고 싶어요.” 그룹 아바의 ‘허니허니’를 보사노바로 바꿔 부르겠다는 조씨와 생방송에서 연주할 밴드 사이에 실랑이가 오갔다. “우리가 음악으로는 선배잖아. 진심으로 얘기하는데 이건 아닌 거 같아. 리듬만 바꾸면 되잖아….” 도전자 중 맏형 격인 조씨는 “탈락보다 내 색깔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게 더 두렵다”고 했다. 결국 그는 방송 당일(11일) 보사노바로 바뀐 아바를 선보였다. 저녁 7시, 8명은 양팔을 뻗기 힘들 정도로 비좁은 개인방에 들어가 보컬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오늘 유난히 집중이 안 된다”는 길학미씨는 불을 껐고, 박나래씨는 자기 방을 비우고 박세미(20)씨와 연습을 시작했다. 경쟁심이 지나치다며 구설에 오른 김주왕(23)씨는 좁은 방에서 안무를 구상중이다. 노크하고 문을 열자, 쇄골뼈를 내보인다. 울퉁불퉁하다. 그는 태권도 선수였다. “국대(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훈련중 뼈가 부러져 철심을 박았다”고 했다. 부상으로 4개월을 쉬었고, 그 뒤 보충하려고 무리하게 훈련하다가 허리를 다쳐 운동을 그만뒀다. “지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김씨는 제작진으로부터 한달 동안 가장 많이 성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밤 9시, 오늘은 촬영 때문에 운동이 생략됐다. 촬영장은 숙소. 가수 이효리의 깜짝 방문에 8명은 어쩔 줄 몰라한다. 이들에게는 엄연한 심사위원이고 선배다. 90도 인사로 깍듯하다. “보육원에 오신 것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침 식사부터 건강 관리까지 이효리는 애틋하게 지원자들을 챙겼다. 그들은 이날 처음 자신들이 무대에 선 것을 브라운관을 통해 지켜봤다. 밤 11시, 촬영은 계속된다. 12시간 전과 달리 오히려 더 생생하다. 8명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조준성 매니저는 “생방송 당일 컨디션에 맞춰서인지 모두 밤에 몸 상태가 가장 좋다”고 말한다. 생방송 당일 방송될 개별 인터뷰까지, 촬영은 다음날 새벽에도 진행됐다. 한달 뒤 지원자 8명 중 7명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지난 12일 생방송에서도 치열한 경합 끝에 정선국·박나래씨가 탈락했다. 슈퍼스타를 꿈꾸는 유학생, 화장품 가게 직원, 재수생, 거리 연주자 등이 일상에서 그들을 규정하는 단어들이다. “노래에서 행복을 얻는다”는 이구동성, 그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엠넷 제공
대박 시청률 ‘슈퍼스타K’
대박 시청률 ‘슈퍼스타K’
오후 5시, 다음 스케줄인 ‘보컬 트레이닝’(발성연습)을 위해 지원자들은 남녀로 나뉘어 차에 올랐다. 그런데 지원자 조문근(25)씨가 차에 오르지 않고 있었다. “떨어지더라도 해보고 싶어요.” 그룹 아바의 ‘허니허니’를 보사노바로 바꿔 부르겠다는 조씨와 생방송에서 연주할 밴드 사이에 실랑이가 오갔다. “우리가 음악으로는 선배잖아. 진심으로 얘기하는데 이건 아닌 거 같아. 리듬만 바꾸면 되잖아….” 도전자 중 맏형 격인 조씨는 “탈락보다 내 색깔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게 더 두렵다”고 했다. 결국 그는 방송 당일(11일) 보사노바로 바뀐 아바를 선보였다. 저녁 7시, 8명은 양팔을 뻗기 힘들 정도로 비좁은 개인방에 들어가 보컬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오늘 유난히 집중이 안 된다”는 길학미씨는 불을 껐고, 박나래씨는 자기 방을 비우고 박세미(20)씨와 연습을 시작했다. 경쟁심이 지나치다며 구설에 오른 김주왕(23)씨는 좁은 방에서 안무를 구상중이다. 노크하고 문을 열자, 쇄골뼈를 내보인다. 울퉁불퉁하다. 그는 태권도 선수였다. “국대(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훈련중 뼈가 부러져 철심을 박았다”고 했다. 부상으로 4개월을 쉬었고, 그 뒤 보충하려고 무리하게 훈련하다가 허리를 다쳐 운동을 그만뒀다. “지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김씨는 제작진으로부터 한달 동안 가장 많이 성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밤 9시, 오늘은 촬영 때문에 운동이 생략됐다. 촬영장은 숙소. 가수 이효리의 깜짝 방문에 8명은 어쩔 줄 몰라한다. 이들에게는 엄연한 심사위원이고 선배다. 90도 인사로 깍듯하다. “보육원에 오신 것 같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침 식사부터 건강 관리까지 이효리는 애틋하게 지원자들을 챙겼다. 그들은 이날 처음 자신들이 무대에 선 것을 브라운관을 통해 지켜봤다. 밤 11시, 촬영은 계속된다. 12시간 전과 달리 오히려 더 생생하다. 8명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조준성 매니저는 “생방송 당일 컨디션에 맞춰서인지 모두 밤에 몸 상태가 가장 좋다”고 말한다. 생방송 당일 방송될 개별 인터뷰까지, 촬영은 다음날 새벽에도 진행됐다. 한달 뒤 지원자 8명 중 7명은 일상으로 돌아간다. 지난 12일 생방송에서도 치열한 경합 끝에 정선국·박나래씨가 탈락했다. 슈퍼스타를 꿈꾸는 유학생, 화장품 가게 직원, 재수생, 거리 연주자 등이 일상에서 그들을 규정하는 단어들이다. “노래에서 행복을 얻는다”는 이구동성, 그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엠넷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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