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토요일> 사이트.
천하무적야구단 ‘장타’ 비결
‘설정’ 없는 예능다큐 표방
진지함이 주는 흥미 쏠쏠
“정말 야구만 죽어라 해요”
‘설정’ 없는 예능다큐 표방
진지함이 주는 흥미 쏠쏠
“정말 야구만 죽어라 해요”
스타 엠시(MC) 유재석과 강호동이 양분해온 방송시간대인 토요일 저녁 6시 반. <무한도전>(이하 무도)과 <스타킹>의 아성을 넘어서기 위해 한국방송 2텔레비전 <천하무적 토요일>이 새 코너 ‘천하무적야구단’(이하 천무단)의 첫걸음을 뗀 지난 4월, 어느 누구도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대하지 않았다. 유재석을 중심으로 출연자 6명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상황극에다 정치적 함의까지 더해 매 회 화제를 뿌리는 <무한도전>과 지칠 줄 모르는 강호동의 진행과 일반인 출연자들의 희생(?)이 어우러진 <스타킹>에 맞선다는 건 무모해 보였다. 눈에 띄는 스타 없이 ‘야구’만 믿고 승부를 건다는 것부터.
프로그램 시작 뒤 넉 달. 이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예능은 포기했다. 다큐다”라는 주장 김창렬의 말처럼 웃길 생각을 안 하는 예능 버라이어티에 시청자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예능 다큐? 무도와 스타킹의 ‘리얼’을 밀어붙이다
지난 15일 대구 영남대 야구장. ‘천하무적야구단’의 8도 원정경기 세 번째 상대로 사회인 야구팀인 ‘버팔로 야구단’과의 경기가 열렸다. 11월 전국대회를 대비한 평가전. 버팔로 야구단은 현재 대구 지역 3부 리그 2위 팀으로 지난해 리그 우승을 차지한 지역 강호다. 경기 두 시간 전부터 몸을 풀기 시작한 양쪽 선수들. 카메라는 이들의 훈련을 간섭하지 않는다. 훈련 중 상황극이나 몸 개그를 위한 게임도 없다. 맏형 이하늘부터 막내 동호까지 진지하기만 하다.
장내 정리를 위해 경기가 중단될 만큼 관중이 모여든 상황, 경기는 시작됐다. 2회 말 순식간에 8 대 2로 점수가 벌어졌다. 7점 차 콜드 게임 패의 위기를 간신히 넘긴 천무단의 공수 교대. 다급하게 뛰어나간 감독 김C는 방송을 아랑곳하지 않고 아예 카메라를 등지고 섰다. 에러를 범한 한민관 등 선수들은 표정 관리가 되질 않는다. 글러브 벗던 오지호는 슬쩍 “보기에 지루하지 않냐”며 도리어 프로그램을 걱정한다. 그러던 3회 초, 공격에 들어간 천무단이 대거 10점을 내며 역전에 성공한다. 선수 대기실은 난리법석이다. 지켜보던 관객석도 덩달아 들썩인다.
현장에서 출연자 9명이 만드는 재미는 최근 유행을 반영하지 않는다. 야구를 가장한 영리한 상황극일 것이라는 예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보험회사 지점장이라는 버팔로 야구단의 신동철 감독은 “방송을 위한 연예인 팀이라 웃음을 주기 위한 설정 같은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저렇게 야구만 죽어라 하면서 덤비니 신기하다”며 웃는다.(이날 실제로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마리오와 이하늘이 부상을 당했다.)
‘리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던 무도와 스타킹이 바로 그 대목에서 각자의 이유로 주춤하는 사이 천무단은 설정을 배제하고 건조하게 리얼만 남겨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경기에 출연자들 스스로 몰입하면서 인간극장류의 다큐 같은 현실감까지 덤으로 얻었다. 9명의 어설프고 진지한 플레이는 몸 개그와는 다른 웃음을 줬다.
야구, 그 안의 이야기만 보여주기도 벅차다 “야구 외에 다른 상황도 자연스럽게 섞여들어야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연스러운데, 전국대회 출전을 위해 훈련과 경기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최재형 피디) 프로그램이 자리잡기 전, 임창정은 자신의 태도를 나무라는 누리꾼들에게 “(프로그램을) 보지 말라”고 도리어 으름장을 놓으며 구설에 올랐다. 웃길 생각은 안 하고 야구에만 집착하는 김창렬, 예능 경험자인데도 프로그램 안에서는 유달리 지쳐 보이는 이하늘, 감정이 앞서는 맥락 없는 말들로 때로는 방송 흐름을 끊는 마르코 등은 그 자체로 캐릭터가 됐지만 야구 외의 웃음으로 프로그램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다. 스케줄에 쫓겨 정말 야구만 하러 참가하는 오지호나 김준, 개인기를 발휘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겉도는 한민관, 포수 몫만 열심히 하는 마리오 등도 예능감을 찾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현재 제작진은 기존 예능물처럼 각각의 캐릭터에 주목하는 상황극보다 야구 경기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데 중심을 두는 길을 택했다. 최 피디는 “부상 우려가 있어 훈련 등 야구 외적인 상황으로 무리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야구 버라이어티’를 향한 실험의 성패는 앞으로 두 달 남은 전국대회까지의 여정을 어떻게 치러내느냐에 달려 있다. 자신감은 넘친다. 감독을 맡고 있는 김C는 “다른 방송 일정까지 지장을 받으면서도 야구에만 매달리는 것을 보면 연예인이 아니라 좀 이상한 사람들 같다”며 “이 정도 열심이면 꼭 야구가 아니라 뭘 해도 될 팀”이라고 했다. 대구/글·사진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천하무적 토요일> 출연진.
야구, 그 안의 이야기만 보여주기도 벅차다 “야구 외에 다른 상황도 자연스럽게 섞여들어야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연스러운데, 전국대회 출전을 위해 훈련과 경기를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최재형 피디) 프로그램이 자리잡기 전, 임창정은 자신의 태도를 나무라는 누리꾼들에게 “(프로그램을) 보지 말라”고 도리어 으름장을 놓으며 구설에 올랐다. 웃길 생각은 안 하고 야구에만 집착하는 김창렬, 예능 경험자인데도 프로그램 안에서는 유달리 지쳐 보이는 이하늘, 감정이 앞서는 맥락 없는 말들로 때로는 방송 흐름을 끊는 마르코 등은 그 자체로 캐릭터가 됐지만 야구 외의 웃음으로 프로그램을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다. 스케줄에 쫓겨 정말 야구만 하러 참가하는 오지호나 김준, 개인기를 발휘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겉도는 한민관, 포수 몫만 열심히 하는 마리오 등도 예능감을 찾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천하무적 토요일> 촬영현장.
현재 제작진은 기존 예능물처럼 각각의 캐릭터에 주목하는 상황극보다 야구 경기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데 중심을 두는 길을 택했다. 최 피디는 “부상 우려가 있어 훈련 등 야구 외적인 상황으로 무리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야구 버라이어티’를 향한 실험의 성패는 앞으로 두 달 남은 전국대회까지의 여정을 어떻게 치러내느냐에 달려 있다. 자신감은 넘친다. 감독을 맡고 있는 김C는 “다른 방송 일정까지 지장을 받으면서도 야구에만 매달리는 것을 보면 연예인이 아니라 좀 이상한 사람들 같다”며 “이 정도 열심이면 꼭 야구가 아니라 뭘 해도 될 팀”이라고 했다. 대구/글·사진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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