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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데뷔 4년…뭇매 맞으며 ‘근성’ 자랐죠

등록 2009-11-01 20:59수정 2009-11-02 20:09

〈그대 웃어요〉 ‘정인’역 이민정
〈그대 웃어요〉 ‘정인’역 이민정
〈그대 웃어요〉 ‘정인’역 이민정
장진 감독 만나 ‘맷집’ 늘린 연극 무대
‘얼짱’ 이미지 벗고 ‘삼순이’ 지망생으로




# 영화 <접속>. 1997년 당대 최고였던 한석규의 영화였다. 그 이듬해 <접속>의 모든 것은 한 시퀀스만으로 충분하다며 한 젊은 감독이 나섰다.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였다. 감독의 기대에 부응한 한 무명 배우는 한석규를 베껴댔다. 금속 안경테, 5도 정도 들려진 턱 위에 그려지는 온화한 미소, 듣기 평가를 방불케 하는 또박 발음까지…. 설경구는 그렇게 우리에게 왔다.

# 눈가에 눈화장이 번지고, 입에서는 욕설이 튀어나온다. 이별의 순간이다. 숨돌리기가 무섭게 과음 연기가 작렬한다. 구토 연기는 덤. 누굴까. 왕년의 인기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자연스레 오버랩된다. 김삼순의 아성을 단 한 번에 압축·농축·배출하겠다는 작심이 ‘과한’ 느낌마저 준다. 심지어 5년 전 삼순이를 차버렸던 상대(이규한)가 또다시 상대 배우로 등장한다. 주말드라마 <그대 웃어요>, 이민정(사진)은 이렇게 얼굴을 알렸다.


〈그대 웃어요〉 ‘정인’역 이민정
〈그대 웃어요〉 ‘정인’역 이민정
에스비에스 <그대 웃어요>의 철부지 둘째딸 정인을 연기하는 이민정은 데뷔 4년차다. 독한 연기만큼 주저없이 꺼내놓은 4년 동안의 사연도 만만찮다. 누구나 겪는 듯 말했지만, 지난해 1월1일 확정된 주연 자리를 빼앗겼고(그 드라마는 대박이 났다), 이어진 드라마는 시청률을 이유로 조기종영(<누구세요>)됐다. 그 뒤 6개월여, 방에 틀어박혀 ‘일을 접어야 할까’를 고민하기도 했다. 그러다 <꽃보다 남자>를 만났고, 짧은 출연으로 대박이 났다. 그리고 <그대 웃어요>의 정인 역에 캐스팅됐다.

지난 27일 한 화보 촬영 현장에서 만난 그는 지친 기색이 없다. 첫 주연, 긴 호흡으로 밤샘 촬영을 이어가는 현장이 힘들지 않으냐는 말에 연극 무대 경험을 꺼냈다.

“대학 3학년 때(2004년), 이윤택 교수님(성균관대)이 연극 한번 해보지 않겠느냐고 하셨어요. 그길로 짐을 싸서 내려갔죠.”

부산 소극장 무대, 잠을 청할 장소조차 없던 열악한 환경이었다. 남자배우들은 쪽방에서 기거하고 그는 텅 빈 무대에 이부자리를 깔았다. “소극장에는 슬리퍼만한 바퀴벌레가 살아요. 숨지도 않고 파다닥 날아다니죠. 하하.”


〈그대 웃어요〉 ‘정인’역 이민정
〈그대 웃어요〉 ‘정인’역 이민정
연극 <서툰 사람들>과 함께한 3개월여, 삶의 혼돈이 해결되지 않은 시기, 무대에 누워 우는 날이 많았다. “극단 게시판에 누군가가 ‘평생 웃은 것보다 더 웃고 갑니다. 살아가는 데 조금 용기를 얻었어요’라는 말을 남겼어요. 순간 이거구나 싶었어요. 처음으로 연기를 평생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딱 그만큼 저를 보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섹시하고 예쁘게 나오는 것도 좋지만….”

그는 <서툰 사람들>의 무대를 통해 장진 감독을 만났고, 장 감독이 직접 연출한 연극 <택시 드리벌>에서 정재영의 상대역을 맡게 된다. “운이 좋았죠. 그렇게 무대에서 맷집을 좀 키웠구요. 게다가 상대 배우가 너무 훌륭한 분들이라….” 실제로 그는 방송에서도 데뷔작 <있을 때 잘해>(김윤석, 하희라)부터 <그대 웃어요>(최불암, 강석우, 천호진 등)까지 연기를 ‘배울 만한’ 상대 배우를 만나고 있다.

최근 그는 연극판에서 터득한 맷집보다 더 매운 맷집을 체득했다. ‘강남 5대 미녀’라는 구설이다. “제가 한 말이 아닌데, 그런 식으로 나왔더라구요. 방송이란 이런 것이구나, 배웠죠. 하지만 결국은 만들어진 이미지보다는 속에 있는 것들이 다 보이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오래된 여자 친구처럼 편하게 봐주실 만큼의 시간이 오겠죠. 차분하게 준비하고 기다릴게요.”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바른손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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