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시의 인기 요리 프로그램 진행자인 제이미 올리버.
케이블·IPTV 인기아이템으로 자리잡아
자체제작도 늘어…지상파는 EBS 우뚝
자체제작도 늘어…지상파는 EBS 우뚝
“레시피대로 만들어봤는데…. 제가 뭘 잘못했을까요.”(아이디 **ong) 2000년 10월부터 전파를 타기 시작해 2400회를 넘긴 프로그램 교육방송의 <최고의 요리비결>(이하 <최요비>). 지난 6일 촬영 현장을 찾았다. “쉬었다 갈게요!” 예상치 못하게 달궈진 냄비에 촬영이 중단됐다. 불과 칼과 요리 재료들이 모두 ‘위험한’ 주인공인 까닭에 긴장감으로 날이 서 있다. 국물을 뜨는 순간, 공중에서 촬영하는 지미집을 비롯해 4대의 카메라가 달려들어 클로즈업. 가장 맛있는 순간을 잡아내기 위한 긴장감은 스포츠 중계 현장과 다를 바 없다. 맛있게 보이는 비법은? 없다. <최요비>의 최경숙 요리연구가는 “그런 게 어딨냐”고 되물었다. 최씨는 “요리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빛깔이 안 나온다고 불평하지만 그 빛깔은 조명이 좌우한다”며 “십수년 사이 요리 프로그램도 조명이 많이 달라져서 재료의 신선도에 예전처럼 공들이지 않아도 될 만큼 맛깔스럽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굳이 비결이라면 식탁 조명에 좀더 공을 들이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요리가 가장 맛깔스럽게 보이는 순간은 있다. “촬영 중 누가 왔다갔다 해!” 제작진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접시에 제육볶음이 담겨진 순간이다. 2년째 <최요비>를 진행하고 있는 박수홍은 “칼에 베이거나 국물에 데어도 ‘그’ 순간만큼은 응급처치 후 계속 진행한다”며 “요리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요리’”라며 웃는다.
박수홍이 진행하는 교육방송 <최고의 요리비결>의 한 장면.
식당 소개 프로그램은 많은데… <최요비>를 빼면 전통적인 의미에서 지상파 요리 프로그램은 전무하다. <패밀리가 떴다> <1박 2일>처럼 먹거리가 놀잇감이 될 정도로 요리는 부엌을 넘어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왔지만 정작 요리 소개 프로그램은 지상파 방송 3사에서 자취를 감췄다. 직접적 이유는 시청률. 한 방송 관계자는 “아침 드라마가 등장하는 시점에서 요리를 다루는 정적인 프로그램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며 “인터넷 발달과도 무관하지 않지만 더 큰 이유는 시청률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송 프로그램에 자문을 담당하는 요리사들은 시청률 부진에 대해 공통적으로 ‘이야기’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방송 <6시 내고향>에 출연중인 윤정진 요리사는 “휴먼 다큐 같은 이야기들이 음식 하나하나에 녹아 있다”며 “제이미 올리버가 인기를 끄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제이미는 학교급식 문제 등 요리를 사회적인 의제로 만들어내면서 큰 인기를 끈 영국 요리사다. 윤씨는 “제이미처럼 요리에는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며 “맹물에 감자와 밀가루, 논고둥으로 만드는 가리장처럼 간단한 음식도 섬진강변 사람들 이야기, 농촌 현실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경옥 요리사도 “연예인들이 나와서 짜다, 달다 정도의 인상비평만 하는 것으로 요리를 단면적으로 평가하면서 순간 시청률에만 신경쓰다 보니 요리 프로그램이 일회성에 그치게 됐다”며 “농촌 실상 등 재료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케이블채널 요리 프로그램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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