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광고주협회 ‘나쁜 언론’ 선정 논란 확산

등록 2011-05-31 20:42

협회 “유사언론 광고·협찬 강요 더 못참아”
해당 언론 “자율성 침해 월권…법적 대응”
언론단체 등 “사회적 논의로 제도적 해법을”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이불이 방송에 소개된 것보다 (법적으로 허용된 오차범위 안에서) 몇 센티미터 작다는 사실을 포털사이트 기사로 올리겠다며 광고를 강요한 사례도 있다. 유사언론의 광고 및 협찬 강요를 더이상 참을 수 없다.”(한국광고주협회 관계자)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사화하거나 이를 미끼로 광고를 요구했다면 민형사상 소송이나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을 통해 대응할 수 있다. ‘나쁜 언론’ 지정은 언론 자율성을 침해하는 월권행위다.”(한국인터넷기자협회 30일 성명)

한국광고주협회(협회)의 ‘나쁜 언론’ 선정에 해당 언론사와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이 ‘언론 길들이기’라며 반발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협회는 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매체 <프라임경제>, <한국증권신문>, <시사서울비즈>, <메디컬투데이>와 시사주간지 <일요시사> 등 5개 언론사를 ‘광고주가 뽑은 나쁜 언론’으로 선정해 지난 17일 발표했다. 협회는 지난 3월16일부터 두 달간 협회 사이비언론신고센터를 통해 유사언론 피해사례를 접수한 결과, 이들 5개 언론사가 사실과 다르거나 부정적 기사를 미끼로 기업에 광고 및 협찬금을 가장 많이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곽혁 협회 사업본부장은 지난 30일 “일부 나쁜 언론은 광고를 줄 때까지 특정 기업에 관한 비슷한 비판 기사를 십여 차례 쏟아내며 광고를 강요하거나, 있지도 않은 기사를 거론하며 광고주를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나쁜 언론’ 발표가 나오자, 해당 언론사는 곧바로 반발했다. 일부 해당 언론사는 이미 금전적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경호 한국증권신문 편집국장은 30일 “광고를 약속했던 광고주까지 협회 발표 직후 ‘좀 지나봐야 하지 않겠냐’며 광고를 모두 끊었다”고 말했다.

논란의 핵심은 ‘광고주 단체가 직접 나쁜 언론을 지목하는 행위는 언론 길들이기로 볼 수도 있다’는 점과 ‘나쁜 언론 선정방식이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협회는 나쁜 언론 지정과 함께 광고주 피해사례를 유형별로 제시했을 뿐, 문제가 된 기사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김동현 프라임경제 편집부국장은 30일 “신뢰할 만한 언론관련 단체가 이런 결과를 내놓았더라도 논란이 빚어질 텐데, 언론사 매출을 실질적으로 좌지우지하는 힘을 갖는 이익단체가 우리에게 나쁜 언론이라는 낙인을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컬투데이 관계자는 “협회가 우리를 어떤 이유로 나쁜 언론이라고 지목했는지 전혀 들은 바가 없고, 심지어 반론을 펼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곽혁 협회 본부장은 “해당 언론사에 반론을 요구했다면 이 과정에서 피해기업 이름이 드러났을 것”이라며 “문제 기사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한 이유도 피해기업의 또다른 피해를 막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곽 본부장은 나쁜 언론 선정은 ‘언론 길들이기’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협회의 의도는 유사언론의 협박이나 공갈이 아니라 광고 효과에 따라 광고를 투명하게 집행하고 싶다는 것”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언론관련 단체 및 학계에서는 유사언론의 횡포를 막겠다는 협회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나쁜 언론’ 선정 등의 방식보다는 제도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언론홍보학과)는 “기사를 핑계로 금전적 이득을 노리는 사이비언론의 문제는 과거에도 있었고, 작은 언론사만의 문제도 아니었다”며 “몇몇 언론을 망신 주는 방식보다는 언론중재위나 언론진흥재단, 혹은 문화체육관광부 등을 통해 제도적 개선책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종합편성채널 출범과 함께 조·중·동이 직접 광고영업에 나설 경우 유사한 광고주 압박 사례가 빚어진다면, 협회는 그때도 ‘나쁜 언론’이라며 나설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사이비언론의 행태가 사실이라면 마땅히 책임을 지워야겠지만, 이에 단발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사회적 논의를 통해 좀더 제도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협회 쪽은 “앞으로도 나쁜 언론을 계속 발표할 생각”이라며 “선정 기준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면 법률계나 언론단체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