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밤 <100분 토론> 방송 직후, 프로그램 시청자의견 게시판에 올라온 비판글.
정해진 발언 순서 없이 공방 유도 ‘어수선 전개’
진행자 부적절 개입도…MBC “문제점 보완”
진행자 부적절 개입도…MBC “문제점 보완”
2일 방송을 앞두고 “재미있는 토론”, “펀펀(fun fun)한 토론”을 하겠다며 ‘변신’을 시도한 문화방송(MBC) 시사토론 프로그램 <100분 토론>(밤 12시10분)이 산만한 프로그램 전개, 진행자의 부적절한 개입 등으로 시청자의 불만을 샀다.
지난달 31일 문화방송은 <100분 토론>에 ‘난상토론’ 형식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진행자가 토론 패널의 발언 순서를 일일이 지정해온 것과 달리, 패널끼리 정해진 순서 없이 공방을 주고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문화방송은 토론을 몇개의 소주제로 나눠 해당 주제에 맞는 전문 패널을 추가하거나 교체하겠다고 말했다.
“1분만 봐도 채널이 고정될 것”이라며 재미를 강조한 문화방송의 장담과 달리 2일 밤 <100분 토론>은 적잖은 숙제를 남겼다. ‘수사권 어디로’를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 전반부에서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를 다뤘다. 검찰의 수사지휘권 유지와 경찰에 대한 수사개시권 부여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를 둬야 하는지를 놓고 의견이 오갔지만, 토론은 전체적으로 산만했다는 평가다.
이날 토론에는 황헌 진행자를 중심으로 박영선 민주당 의원과 서보학 경희대 교수, 표창원 경찰대 교수,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과 노명선 성균관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노 교수를 제외한 네명의 패널은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반대한 사람은 노 교수 혼자였다. 이렇다 할 논쟁이 없었던 토론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 ‘추가 패널’로 나타난 박인환 건국대 교수로 인해 뜻하지 않은 논쟁이 시작됐다. 토론 주제는 이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로 넘어갔는데, 뒤늦게 참가한 박 교수가 “검찰의 수사지휘권 행사로 국민이 피해본 것 있느냐”며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의견을 거듭 제기했다. 난상토론이 각자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그야말로 ‘자유 토론’으로 흘렀다.
황헌 진행자의 토론 개입도 논란을 낳았다. 박 의원이 대검 중수부 폐지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진행자는 말을 끊으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에는 (민주당 등이 필요에 의해) 중수부를 가만히 두더니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 (검찰을) 개혁하려 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볼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싸늘한 편이다. <100분 토론> 시청자의견 게시판(사진)을 통해 박아무개씨는 “사회자가 검찰 쪽에 치우쳐서 진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김아무개씨는 “아무리 난상토론이라지만 패널들의 논점이 각자 달라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토론에 참여한 서보학 교수는 3일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 이슈는 깊이있는 토론이 필요한 주제인데, 쟁점이 부각되기 어려운 패널 선정과 난상토론 등으로 인해 논의가 피상적으로 끝났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오정환 문화방송 보도제작1부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검찰 및 경찰 관계자가 나오지 않는 등 내용상 아쉬움이 많았다”며 “프로그램 형식의 문제점이 있다면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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