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 법안 6월처리 무산
4사 개국 코앞인데 국회는 “8월처리 검토”
종편들 “광고인재 스카우트”…기업들 “두렵다”
지상파도 직접영업 노려…방송 공공성 훼손
4사 개국 코앞인데 국회는 “8월처리 검토”
종편들 “광고인재 스카우트”…기업들 “두렵다”
지상파도 직접영업 노려…방송 공공성 훼손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 법안의 6월 임시국회 처리가 물건너갔다. 여야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마지막날인 28일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미디어렙 법안을 논의했지만,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미디어렙 위탁 여부에 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합의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당장 올 하반기 개국을 앞둔 조선·중앙·동아·매일경제 등 종편 4사가 직접 광고영업에 나선다 해도 사실상 막기 어렵게 됐다. 여야는 8월 임시국회를 열어 미디어렙 법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편은 늦어도 개국 전인 9~10월이면 직접 광고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이 한달 전인 8월에 ‘종편의 미디어렙 위탁’ 결정을 내리기는 더욱 힘들어 보인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28일 “종편이 하반기 개국을 준비하려면 당장 9월부터는 월 단위 광고계약이 이뤄져야 하는데, 8월에 미디어렙 법안에 대한 결정을 내놓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우리로서는 이번 임시국회를 끝으로 종편이 직접 광고영업을 개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종편사의 한 고위관계자도 “미디어렙에 광고영업을 위탁할 때와 달리 직접 영업을 하려면 적어도 각 사당 30~40명에 이르는 광고 인력이 필요하다”며 “미디어렙 법안이 사실상 물건너간 이상, 종편 업계에서는 서로 우수한 광고 전문인력을 스카우트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직접 광고영업 체제로 돌입한다는 뜻이다.
뉴스 보도를 할 수 있어 지상파 못잖은 영향력을 가진 종편의 직접 광고영업은 보도와 광고영업 사이 칸막이를 없애면서 ‘광고시장을 정글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언론학계 등에서 나온다. 또 지역·종교방송과 개별 피피(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등 작은 매체의 경영 악화를 부르면서 미디어의 다양성·공공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측된다. 언론계에선 종편이 뉴스 보도를 무기 삼아 광고매출을 높이기 위해 헤집고 다닐 경우 광고시장이 진흙탕 싸움터로 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대기업 임원은 “(종편의 광고영업을)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며 “종편을 먹여살릴 파이가 없다. 상황은 뻔한 것 아니냐. 종편들이 신문까지 합세해 기업들을 물어뜯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대기업 임원도 “기업 쪽에서는 두렵다. 종편이 신문과 손잡고 과당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기업들이 받는 압박이 심해질 게 뻔하다”고 밝혔다. 김민기 숭실대 교수는 “방통위와 한나라당의 뜻대로 종편에 자유영업을 허용하면 광고시장은 정글로 변하고, 지상파 방송사들도 직거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종편의 직접 광고영업은 <문화방송>(MBC)과 <에스비에스>(SBS) 등 내심 직접 영업을 바랐던 지상파 방송사를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에스비에스>의 한 관계자는 “종편이 직접 영업에 나서면 우리도 시장 상황을 봐가며 뛰어들지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2008년 11월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독점체제로 운영돼왔던 방송광고 판매대행체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뒤, 지상파가 직접 광고를 팔더라도 이를 금지할 법적 근거는 사라진 상황이다.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지상파 방송사는 그동안 방송재허가권을 갖는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의 눈치 때문에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없었다”며 “만약 종편이 먼저 직접 영업을 시작한다면 지상파도 종편을 핑계로 직접 영업에 나서겠다고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보도 자율성에 부정적인 영역을 끼치면서 ‘자본의 방송 통제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종편 시청률을 1%로 가정할 때 광고매출이 1곳당 1000억~1200억원은 될 것으로 추정한다. 종편 4개사의 광고매출액이 최대 5000억원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종편이 출범한다고 광고가 절로 늘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종교방송과 작은 개별 피피들의 광고 축소 피해가 예견된다.
지역방송협의회의 강병규 정책위원은 “미디어렙 체제에서는 중소 방송사의 광고를 연계해 할당판매해주고 있지만 종편이 직접 영업에 나서면 지역방송의 광고매출액은 심하면 반토막이 날 수 있어서 존립조차 위험하다”고 말했다. 또 케이블방송의 작은 피피들도 광고매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개별 피피인 케이엠에이치의 윤인모 대표는 “기업체들의 광고예산은 정해져 있어서 종편이 직접 영업에 나서면 취약한 매체들부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성진 문현숙 김재섭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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