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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KBS, 미화 논란 ‘이승만 다큐’ 방송 강행방침

등록 2011-07-12 21:17수정 2011-07-15 15:27

‘친일·독재 찬양방송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앞에서 “친일파 백선엽 찬양방송 사죄와 독재자 이승만 미화방송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친일·독재 찬양방송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앞에서 “친일파 백선엽 찬양방송 사죄와 독재자 이승만 미화방송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새달 예정 광복절 특집 기획안
3·15 부정선거 등 `과오’보다
독립운동 등 공적에 무게중심
KBS선 “비판 수렴 내용 수정”
<한국방송>(KBS)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도,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집중 조명하는 다큐멘터리의 방송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다음달 15일부터 5부작 특집 다큐멘터리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초대 대통령 이승만과 제1공화국>(이승만 특집)을 예정대로 방송한다는 것이다.

전국 88개 독립운동단체 및 언론·역사단체가 꾸린 ‘친일·독재 찬양방송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 특집이 ‘이승만 띄우기’를 하려 한다며 방송 중단을 요구해왔다. 이에 대한 한국방송의 반응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과 과를 균형있게 다루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12일 <한겨레>가 입수한 이 특집의 기획안을 살펴본 전문가들은, 균형보다는 미화로 볼 소지가 상당하는 견해를 내놓았다. 현재 특집 제작은 90% 이상 완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안에서 제작진은 “경제규모 세계 13위, G20 의장국, 올림픽 개최국, 건국 60주년을 지나면서 우리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근현대사 거목들을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며 그 첫 인물로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꼽았다. 또 기획안은 △개화청년 이승만 △독립운동에 뛰어들다 △대한민국을 건국하다 △이승만과 한국전쟁 △제1공화국의 명과 암 등 모두 5부작(각 60분)으로 이뤄지는 특집의 주요 내용으로 편마다 13~17개 ‘소제목’을 제시했다.(표 참조)

소제목을 보면, 해방 이전 시기를 다룬 1~2편 내용의 거의 대부분은 그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관련한 사건 및 일화 소개로 이뤄져 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1편과 2편 소제목 28개 가운데 부정적 평가로 이어질 수 있는 내용은 ‘독립노선의 충돌’과 ‘위임통치청원 논란’ 정도”라며 “이 전 대통령의 업적이나 긍정적 평가와 관련이 있는 대목은 ‘타고난 연설가’ ‘이승만 신화~’ 등 제작진의 주관이 깃든 제목을 쓴 반면, 그를 비판할 때 거론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노선의 충돌’ ‘논란’ 등 중립적 표현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방 이후에 해당하는 3, 4, 5편도 긍정적 평가에 치중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전 대통령의 과오에 해당하는 소제목은 ‘제3편 대한민국을 건국하다’에 등장하는 ‘분단의 원흉인가’와 ‘제4편 이승만과 한국전쟁’의 ‘거창사건과 국민방위군 사건’, ‘제5편 제1공화국의 명과 암’에서 나오는 ‘넘지 말아야 할 선, 3·15 부정선거’와 ‘4·19의거’ 등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소제목만 봐서 제작진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현대사 전문가들은 특히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역사적 평가로 직접 이어지는 3~5편에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 우려가 크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초대 대통령 이승만과 제1공화국’ 기획안 주요 내용 (※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사학과)는 “(3편 제목인) ‘대한민국을 건국하다’라는 제목부터 뉴라이트의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표현하는 것은 ‘대한민국은 임시정부를 계승했다’는 헌법을 부정하는 행태”라며 “3편의 내용 가운데 ‘차선의 선택, 남한단독정부’ 부분이 나오는데, ‘차선의 선택’은 처음부터 남북 분단을 염두에 두고 단독정부를 추진한 이승만에게는 쓸 수 없는 표현”이라고 밝혔다.


신용옥 내일을여는재단 상임이사는 ‘4편 이승만과 한국전쟁’과 관련해 “이 시기에 이 전 대통령의 공과 과를 모두 다루려 했다면 이승만과 정치적 경쟁 관계에 있던 조봉암을 다뤘어야 했는데, 이승만과 조봉암의 정치·경제적 노선에 대한 대비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한용 연구실장은 제1공화국 시기를 다룬 5편에 대해 “거의 모든 내용이 이 전 대통령의 업적에 해당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실장은 “5편 가운데 유일하게 부정적 평가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은 ‘넘지 말아야 할 선 3·15부정선거’와 ‘4·19의거’인데, 이 전 대통령이 비판받는 이유는 당시 부정선거 이외에도 자유당 정권 시절 숱한 부패와 부정, 정치 테러리즘 등 무수히 많았다”고 주장했다. 부정선거 하나로 제1공화국 시기에 그가 저지른 모든 부정과 무능을 설명하거나 대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한국방송이 이승만 특집 방송계획을 거둬들이지 않자, 비대위는 12일 오후 한국방송 앞에서 집회를 열고 김인규 사장 퇴진운동 촉구 서명운동을 시작하는 등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또 최대 독립운동 단체인 광복회도 오는 15일 이사회를 열어 ‘이승만 특집’에 대한 반대 입장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이승만 특집 제작을 담당하는 김정수 다큐멘터리국 시피(CP)는 “1980년대 이후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한국 사회의 평가는 일부 진보적 학자그룹의 주장에 따라 ‘사사오입 개헌’이나 ‘조봉암 사형’ 등 부정적 과거만 강조된 것이 사실이지만 그게 이승만의 전부는 아니었다”며 “이승만 특집은 이 전 대통령의 공과 과를 균형있게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제작진은 “제작 과정에서 학계 및 시민사회 비판을 받아들여 일부 내용은 수정·보완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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