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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MBC, 사회참여 출연자 봉쇄…헌법은 헌신짝?

등록 2011-07-19 20:26

‘고정출연 제한규정’ 파문 확산
표현의 자유 침해·모호한 잣대 ‘위헌 논란’
다양한 목소리·국민과의 소통까지 저버려
MBC노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내겠다”
<문화방송>(MBC)의 ‘고정출연 제한 심의 규정’에 따른 파장이 각계 인사의 문화방송 출연거부 선언을 촉발한 데 이어, 법적 논란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는 19일 사쪽이 지난 13일 사규로 확정한 ‘고정출연 제한 심의 규정’에 대해 다음달 8일께 법원에 ‘사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겠다고 밝혔다. 탁현민 성공회대 겸임교수도 19일 “해당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이나 국가인권위 제소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론학계와 문화방송 노조 등은 문화방송의 고정출연 제한 규정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헌법 제21조 1항)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 규정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에 대하여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하는 발언이나 행위”를 한 경우 고정출연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의뢰로 이 규정에 대한 법률 검토를 진행한 민주노총 법률원은 의견서에서 “사회적 쟁점에 관한 의사를 표명했다는 이유로 방송 프로 고정출연을 제한하는 것은, ‘일반 대중이 자유롭게 언론매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까지 포함하는 표현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볼 때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문화방송 노조도 “헌법이 규정한 표현의 자유와 방송법이 규정한 차별금지의 정신 등을 먼저 지켜야 할 언론사가 오히려 (해당 규정을 통해) 이를 어기겠다고 선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규정이 ‘사회적 쟁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 등 모호하고 확정짓기 어려운 표현과 개념으로 이뤄진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 규정 탓에 <손석희의 시선집중>(시선집중)에 출연하지 못하게 된 배우 김여진씨 등 ‘소셜테이너’는 물론, 방송에 활발하게 출연하는 대다수 학자와 변호사 등 전문가 집단까지도 문화방송이 마음먹기에 따라 이 규정을 활용해 출연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원용진 서강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부)는 “해당 심의규정은 논리적 정합성이나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며 “당장 문화방송은 현재 출연중인 이덕화씨 등 다른 정치·사회 참여 연예인의 출연 문제에 대해 답변을 해야 할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은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규정은 명확해야 하는데, 불확정 개념이나 막연한 용어를 사용하여 그 의미를 추정할 수밖에 없도록 해 ‘막연하므로 무효’(void for vagueness)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문화방송 노조는 문화방송 티브이 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의 진행자 이덕화씨와 배우 이순재씨 등을 거론하며 김여진씨와의 형평성을 문제삼고 있다. 이덕화씨는 2007년 대선을 앞둔 6월 동료 연예인과 함께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지지를 선언하는 자리에 참석해 이 예비후보 지지발언을 한 바 있다. 같은 해 12월 문화방송 사극 <이산>에 출연중이던 이순재씨도 이명박 후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또 시선집중 ‘진보·보수 토론’ 코너에 고정출연중인 전원책 변호사는 그동안 우파의 관점에서 ‘사회적 쟁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활발히 밝혀왔다.

이 규정이 ‘미디어의 개방’이라는 시대정신을 거스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영 충남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 관심을 받는 것은 시청자들이 소수의 전문가가 아닌 많은 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만나길 원한다는 증거”라며 “방송사가 전에 없던 자격과 기준을 만들어 출연자를 솎아내겠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조처”라고 말했다.

한편 문화방송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명 가운데 정상모, 한상혁, 고진 등 3명의 야당 추천 이사는 19일 문화방송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고정출연 제한 규정 등에 대한 비판성명을 내고 20일까지 이틀간 예정됐던 업무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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