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KBS) 직원들이 26일 낮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로비에서 ‘도청 의혹’ 관련 사내 설문조사 결과가 담긴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의 노보를 보고 있다.
김명진 기자littleprince@hani.co.kr
‘피의자’ 지목된 기자 소환조사 등 사실 전달 안해
민언련 “의혹 해소를”…방송사 “자율 판단할 문제”
민언련 “의혹 해소를”…방송사 “자율 판단할 문제”
<한국방송>(KBS)의 민주당 최고위원회 ‘도청 의혹’ 사건과 관련해 당사자인 <한국방송>은 물론 <문화방송>(MBC)과 <에스비에스>(SBS) 등 다른 지상파 방송사들도 사건 보도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경찰로부터 도청 ‘피의자’로 지목된 장아무개 한국방송 기자의 소환 조사 소식을 전하지 않는 등 방송보도에서 이 사건을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이 26일 낸 ‘방송3사 뉴스 일일브리핑’을 보면, <문화방송>과 <에스비에스>는 지난 8일 경찰의 장 기자 집 압수수색 보도 이후 26일까지 도청 의혹 사건에 대한 보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방송도 지난 11일 <뉴스9>을 통해 민주당 대표실 앞 시시티브이(CCTV·폐쇄회로텔레비전)의 존재 유무에 대한 뉴스를 전한 것 이외에 26일까지 도청 사건을 보도하지 않았다. 특히 지상파 방송 3사는 장 기자가 지난 14일 밤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사실은 물론, 23일 경찰이 장 기자를 피의자 자격으로 소환 조사한 사실도 전하지 않았다. 민언련의 이지혜 활동가는 “특정 방송사가 도청에 연루된 의혹이 있다면 언론은 이를 특정 언론사 내부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국민적 의혹 해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보도해야 한다”며 “방송 3사가 동시에 도청 사건에 침묵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민언련은 한국방송이 도청의혹 관련 사내 설문조사를 벌인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를 상대로 지난 25일 법원에 설문조사 결과 공표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가 다음날 기각된 것에 대해서도 “(도청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방송이 책임있는 해명은커녕 노조의 여론조사 결과 공표까지 막으며 진실을 숨기는 데 급급했다”고 꼬집었다.
문화방송 노동조합도 25일 노보를 통해 도청 의혹 사건에 대한 자사의 소극적 보도 태도를 비판했다. 노조는 노보에서 “한국방송 기자의 노트북과 휴대전화가 압수수색 이전에 교체된 것으로 드러나 증거인멸 논란이 일었을 때도, 한국방송 기자가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았을 때도, (문화방송) <뉴스데스크>에서는 관련 내용을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쪽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진숙 문화방송 홍보국장은 “특정 사안에 대한 보도 여부는 편집기준과 성실보도 원칙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라며 “보도의 양이 ‘적다’ ‘많다’는 판단은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배재성 한국방송 홍보실장도 “(도청 의혹 사건을) 보도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은 각 언론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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