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꼼수다>의 김용민 시사평론가(왼쪽부터),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지난달 29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콘서트홀에서 오프라인 토크콘서트를 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신드롬 분석해보니
‘공론 장’ 역할…MBC 전체 라디오보다 많아
“스마트폰 등 뉴미디어에 최적 콘텐츠” 평가
20~30대 37% 진보·중도층 42% “많이 들어”
에리카 김 ‘부적절 관계’ 등 저질 폭로·막말도
‘공론 장’ 역할…MBC 전체 라디오보다 많아
“스마트폰 등 뉴미디어에 최적 콘텐츠” 평가
20~30대 37% 진보·중도층 42% “많이 들어”
에리카 김 ‘부적절 관계’ 등 저질 폭로·막말도
“어, 들어가기 어려워. 아무리 ‘떨거지’라 해도 인권이 있는데, 이렇게 길바닥에 세워두면 되나.”
지난 3일 밤 9시45분께 서울 마포구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가 혼잣말처럼 농담을 던졌다. 심상정·노회찬 전 진보신당 대표도 답답한 듯 ‘골목 대기실’을 서성거렸다. 10시5분, 마침내 ‘들어와도 좋다’는 호출이 왔다. 건물 지하에 있는 ㅍ음반사 녹음실 문이 열리며 <나는 꼼수다>(나꼼수) 27회분 1부 녹음을 마친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가 나타났다. 오래 기다렸다는 출연진의 푸념에 그가 말했다. “떨거지 신세가 원래 그렇지 뭐. 으하하하.” ‘나꼼수’ 출연 자격이 안 되는 정치인 셋을 모았다 해서 이름 붙인 ‘떨거지 토론회’가 시작됐다.
‘나꼼수’는 김씨와 시사평론가 김용민씨, 정봉주 전 국회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 등 4명이 지난 4월부터 직접 제작해 애플의 음원 서비스 프로그램 아이튠스에 올리기 시작한 인터넷 라디오방송(음성 팟캐스트)이다.
방송 시작 7개월, ‘나꼼수’의 대중적 영향력은 전통 미디어를 넘어서고 있다. 거물급 정치인들이 자체 스튜디오도 없는 이 아마추어 방송에 속속 등장하는 풍경이 이를 상징적으로 증명한다.
‘나꼼수’ 쪽은 6일 “프로그램 서버를 통해 집계되는 청취횟수는 회당 600만건, 한달 네차례 방송을 기준으로 하면 2000여만건 정도”라고 밝혔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폰, 혹은 피시(PC)에서 내려받기 및 실시간 듣기(스트리밍) 방식으로 ‘나꼼수’ 청취를 시도한 횟수가 그렇다는 뜻이다. ‘나꼼수’가 나오기 전 <손석희의 시선집중> 등을 앞세워 팟캐스트 부문을 선점한 <문화방송>(MBC)의 모든 라디오 프로그램이 최근 스마트 기기를 통해 청취되는 횟수는 한달 평균 1000만건 수준이다. 문화방송 관계자는 “현재 대한민국의 어떤 방송 프로그램도 ‘나꼼수’의 인기와 영향력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나꼼수’의 경쟁력 가운데 하나는 충성도 높은 20~30대 젊은 청취층이다. 지난달 18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는 전국 19살 이상 남녀 750명을 대상으로 ‘나꼼수’ 청취 경험을 조사한 결과 10명 가운데 6명꼴로 ‘나꼼수’를 들어봤다(15.4%)거나 뉴스를 통해 알고 있다(44.0%)고 응답했다. 세대별로는 20~30대(36.7%), 이념성향별로는 진보·중도층(41.6%)이 많이 듣는다고 밝혔다. 6일 현재 이 프로에 달린 댓글(리뷰)만 2만6000개를 넘었다. 문화방송 관계자는 “리뷰 숫자가 많다는 건 그만큼 청취층의 충성도가 높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나꼼수’의 영향력은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일부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매입 관련 의혹과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1억원 피부과 출입 의혹 등 여권에 불리한 이슈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알려지거나 키워졌다.
‘나꼼수’의 성공 이후 팟캐스트에 뛰어드는 언론과 정치인도 많아졌다. 유시민 대표는 지난 6월부터 <따뜻한 라디오>라는 이름으로 팟캐스트를 시작했고,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초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진행하는 <정석정치>를 내놓았다. <한국일보>도 <시사난타 에이치(H)>를 서비스하고 있다. 물론 ‘나꼼수’ 이전에도 팟캐스트에 주목한 미디어나 개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10월 애플이 국내에 팟캐스트 계정 등록을 허용한 직후 <한겨레>는 영상 팟캐스트인 <…뉴욕타임스>를 내놓아 인기를 모았다.
관심만큼이나 편파성과 선정성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진중권씨는 지난달 30일 ‘나꼼수’가 전날 토크콘서트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비비케이(BBK) 사건의 주역 중 한 명인 에리카 김의 ‘부적절한 관계’를 암시한 발언을 문제삼았다. 진씨는 트위터에서 “에리카 김과 염문을 갖느냐 마느냐는 비비케이 사건의 본질인 실소유주 여부나 주가조작 관여 여부와 관계가 없다”며 “(부적절한 관계 발언은) 불필요한 저질 폭로”라고 지적했다.
이기형 경희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편파성과 선정성은 양날의 칼이라고 지적했다. “권력에 의해 순치된 기존 미디어가 공론장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꼼수’는 편파적이기는 하지만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시민들의 정치적 에너지를 대신 쏟아내고 있다. 그런 면에서 2008년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탄생시킨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소울드레서, 82쿡닷컴 등 커뮤니티와 비슷하다고 본다. 다만 ‘나꼼수’의 일부 선정적 측면은 공론장을 갈망하는 시민들의 정치적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소진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이런 논란에도 ‘나꼼수’의 성공 자체를 부인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나꼼수’란 초대박 상품을 터뜨린 팟캐스트는 기존 미디어를 뛰어넘는 혹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안 미디어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의 공급이 관건이라는 시각을 보였다. 송경재 경희대 교수(인류사회재건연구원)는 “주요 언론이 뉴미디어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유는 새 플랫폼에 기존 콘텐츠를 그대로 옮겨심었기 때문”이라며 “하나의 콘텐츠를 종이신문과 온라인, 스마트폰으로 똑같이 유통할 것이 아니라 팟캐스트 등 해당 플랫폼 성격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나꼼수’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일차적 배경 역시 스마트 기기의 보급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적절히 포착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신문방송학과)는 “‘대안적 미디어의 속성을 갖는 인터넷 라디오방송’이라는 점에서 ‘나꼼수’의 시도 자체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음성 팟캐스트의 경우 제작·운영비가 적게 들고 트위터 등 에스엔에스(SNS)의 발달로 전파가 쉽다는 사실을 파고든 것이 ‘나꼼수’가 미디어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인터넷방송 김어준의 <뉴욕타임스>.
이기형 경희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편파성과 선정성은 양날의 칼이라고 지적했다. “권력에 의해 순치된 기존 미디어가 공론장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꼼수’는 편파적이기는 하지만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시민들의 정치적 에너지를 대신 쏟아내고 있다. 그런 면에서 2008년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를 탄생시킨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 소울드레서, 82쿡닷컴 등 커뮤니티와 비슷하다고 본다. 다만 ‘나꼼수’의 일부 선정적 측면은 공론장을 갈망하는 시민들의 정치적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소진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나꼼수 팬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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