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정(42)
SBS `폼나게 살 거야’ 나노라 역 김희정
문영남 작가, 연기력 보고 발탁
20년간 한달도 연기 안쉬어
문영남 작가, 연기력 보고 발탁
20년간 한달도 연기 안쉬어
“난 왼쪽 옆얼굴이 더 예쁘니 사진은 왼쪽에서 촬영하면 안 될까요.”
배우 김희정(42·사진)은 외모 따위는 신경쓰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 이미지의 8할은 그간 그가 해온 억척스러운 역할들에 연유한다. “왜 이러세요. 저도 여배우인데.(웃음)”
김희정은 이혼·불륜 등 부부 갈등을 다뤘던 재연드라마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한국방송)의 재연배우 시절부터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조강지처 클럽>(2008), <수상한 삼형제>(2010)까지 주로 바람난 남편 때문에 속 끓이면서도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억척스러운 아내를 연기했다.
후줄근한 옷을 입고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남편 때문에 울면서도 살려고 발버둥쳤다. 현재 방영중인 <에스비에스>(SBS) 주말극 <폼나게 살 거야>(밤 9시55분)에서 그는 속이 배배 꼬여 어머니와 남동생, 올케에게 막말을 해대는 딸 나노라 역으로 나온다. 망가지는 것쯤은 별거 아니라는 듯 ‘몸뻬’를 입고 알록달록한 상의에 빨간 립스틱을 발랐지만 알고 보면 세상 풍파에 맞서 억척스럽게 사는 인물이다.
지난 4일 서울 신사동의 한 미용실에서 만난 김희정은 깔끔한 투피스를 멋지게 차려입은 세련된 모습이었다. 김희정 하면 떠오르는 억척스러움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래요? 사람들이 절 그렇게 생각하는지 몰랐어요(웃음)”라고 답했다.
“제가 스무살 나이에 뜬 배우도 아니고, 그냥 작은 역할 하면서 살았잖아요. 어떤 이미지든 상관없어요. 이 일을 좋아서 하는 거니까요. 좋은 배역만을 해서 좋은 이미지를 심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억척스러움은 그의 이력에서도 드러난다. 그를 무명에서 주말극 주연으로 올려놓은 원동력이기도 하다. 1991년 에스비에스 공채1기로 데뷔한 김희정은 2008년 <조강지처 클럽>으로 대중들에게 사랑받기 전까지 거의 15년 무명 생활을 보냈다. 재연드라마 <사랑과 전쟁>을 오래 해서 그를 재연배우로만 여기는 이들도 많았지만 개의치 않고 끈질기게 버텼다고 한다.
“<사랑과 전쟁> 하면서 사람들한테 무시도 많이 당했어요. 내려다보는 거 있잖아요. 똑같은 연기를 하는데, 열심히 일하는데 왜 경시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신경 안 쓰고 열심히 했어요.”
그러던 그에게 기회가 왔다. 연기 잘하는 무명 배우를 캐스팅하기로 유명한 문영남 작가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배우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 클럽>, <수상한 삼형제>에 이어 <폼나게 살 거야>도 문 작가의 작품이다. “문 작가가 <사랑과 전쟁>을 보고서 저를 <소문난 칠공주>에 캐스팅했다고 했어요. 배우 같지 않은 모습도 좋다고 했죠.” 그는 문 작가의 장점을 “사람의 희로애락을 잘 드러내는 필력”이라고 말했다. 김희정은 연기력 하나로 무명에서 지상파 주말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는 점에서 수많은 무명 배우의 희망이 되고 있다. “이런 케이스가 드물잖아요. <사랑과 전쟁>에 출연하면 연기자들이 손해를 조금은 봐요. 재연배우 이미지 때문에 다른 배역을 못 맡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는 그걸 뒤집은 셈이죠. 있을 수 없는 일이 생긴 거죠. 후배들이 제가 꿈이래요. 옛날에는 못했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요. 뭐든 열심히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요.” 그는 작품마다 주로 돈 없고 ‘빽’ 없는 인물을 연기했다. 소탈한 서민 연기를 잘하는 몇 안 되는 배우로 꼽힌다. <폼나게 살 거야>에서 엄마가 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 목놓아 통곡하는 모습 등이 호평받았다. 그 비결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모습을 연기에 담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저는 자신을 감추는 배우들과 달리 드러내고 까발려요. 동네 아주머니들하고도 자주 어울려요. 사람을 연기할 건데 사람을 경계하고 가리면 무슨 연기를 하겠어요. 사람들과 어울려 울고 웃으며 지내는 것이 다 연기로 돌아오는 거죠.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는 “나는 예쁘지 않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이 모든 게 운명 같다고 읊조렸다. “미술을 전공하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서 가장 돈 안 드는 연극영화과를 지원”했고 한번에 붙었다. “대학 때는 연극을 하려고 60여㎏ 나가던 몸무게를 7㎏이나 뺐고 그 김에 본 탤런트 공채시험에 한번에 합격”했다. 그는 20년 동안 한달도 연기를 쉰 적이 없다고 했다. “만약 한달이라도 쉬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겠죠.”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그러던 그에게 기회가 왔다. 연기 잘하는 무명 배우를 캐스팅하기로 유명한 문영남 작가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면서 배우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 클럽>, <수상한 삼형제>에 이어 <폼나게 살 거야>도 문 작가의 작품이다. “문 작가가 <사랑과 전쟁>을 보고서 저를 <소문난 칠공주>에 캐스팅했다고 했어요. 배우 같지 않은 모습도 좋다고 했죠.” 그는 문 작가의 장점을 “사람의 희로애락을 잘 드러내는 필력”이라고 말했다. 김희정은 연기력 하나로 무명에서 지상파 주말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는 점에서 수많은 무명 배우의 희망이 되고 있다. “이런 케이스가 드물잖아요. <사랑과 전쟁>에 출연하면 연기자들이 손해를 조금은 봐요. 재연배우 이미지 때문에 다른 배역을 못 맡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는 그걸 뒤집은 셈이죠. 있을 수 없는 일이 생긴 거죠. 후배들이 제가 꿈이래요. 옛날에는 못했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요. 뭐든 열심히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요.” 그는 작품마다 주로 돈 없고 ‘빽’ 없는 인물을 연기했다. 소탈한 서민 연기를 잘하는 몇 안 되는 배우로 꼽힌다. <폼나게 살 거야>에서 엄마가 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 목놓아 통곡하는 모습 등이 호평받았다. 그 비결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모습을 연기에 담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저는 자신을 감추는 배우들과 달리 드러내고 까발려요. 동네 아주머니들하고도 자주 어울려요. 사람을 연기할 건데 사람을 경계하고 가리면 무슨 연기를 하겠어요. 사람들과 어울려 울고 웃으며 지내는 것이 다 연기로 돌아오는 거죠. 사람 냄새 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는 “나는 예쁘지 않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이 모든 게 운명 같다고 읊조렸다. “미술을 전공하고 싶었는데 돈이 없어서 가장 돈 안 드는 연극영화과를 지원”했고 한번에 붙었다. “대학 때는 연극을 하려고 60여㎏ 나가던 몸무게를 7㎏이나 뺐고 그 김에 본 탤런트 공채시험에 한번에 합격”했다. 그는 20년 동안 한달도 연기를 쉰 적이 없다고 했다. “만약 한달이라도 쉬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겠죠.”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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