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가장 기억나는 건 외줄타기…진짜 ‘달인’ 소리 들어”

등록 2011-11-09 21:02수정 2011-11-09 23:13

<한국방송> 개그콘서트 '달인' 김병만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에서 달인 마지막 녹화를 앞두고 <한겨레>와 만나 심경을 얘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국방송> 개그콘서트 '달인' 김병만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에서 달인 마지막 녹화를 앞두고 <한겨레>와 만나 심경을 얘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막내리는 개콘 ‘달인’ 코너 개그맨 김병만
막노동하며 무명 생활…몸 개그로 스타덤
3년11개월동안 200여회 각종 묘기 선사
“ 흘린땀에 박수쳐준거죠…모든 순간 행복”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듯 살아왔다”고 했다.

빚만 그득한 가정형편에 158.7㎝의 작은 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텔레비전 화면 속 홍콩 무술배우 성룡에게 반해 무술 연기자를 꿈꾸며 20살 때 고향(전북 완주)을 떠나 무작정 상경했다. 막노동에 신문배달을 하며 연기학원을 다녔지만 “다른 일을 해보라”는 말뿐이었다. 지독한 무대공포증이 따라왔다.

‘키가 170㎝만 되었으면….’

무대공포증을 이기려고 4년을 연극판에서 살았다. <한국방송> 공채 개그맨 시험에도 떨어진 뒤인 2000년 어느 날 영화 <선물>에 개그맨 이수근과 출연한 것을 계기로 <개그콘서트>(개콘) 출연 기회를 잡았다. ‘몸만 쓰는 무식한 무술 개그맨’ 소리까지 들으며 버티길 7년. 개그맨 김병만(36)은 2007년 12월 시작한 <개콘>의 ‘달인’으로 3년 만인 2010년 말에 <한국방송> 연예대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달인’으로 예능의 대세가 됐다. 노력하는 작은 거인에게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그가 자신을 세상에 알린 달인을 떠나 새 출발을 시작한다. 오는 13일 방송을 끝으로 <개콘>의 최장수 인기 꼭지인 ‘달인’이 3년11개월 만에 막을 내린다. 9일 마지막 녹화촬영을 앞둔 김병만을 개콘 녹화장에서 만났다. 그는 “시원섭섭하다”고 말했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었습니다.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했지만 이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인 것 같아 그만두기로 결심했어요.”

최근 새로 시작한 <정글의 법칙>(에스비에스) 등 다른 예능프로 활동 때문이냐는 질문에 “다른 프로그램을 7개나 할 때도 그만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병만은 개콘에서 주로 무술을 접목한 ‘몸개그’를 선보였지만 입담이 좋은 개그맨이 인정받는 현실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의 개그가 인정도 받고 세상에 널리 알려진 기폭제가 된 게 바로 ‘달인’이었다.


“몸으로만 하는 개그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해 ‘허풍 떠는’ 캐릭터를 잡은 것이 성공한 것 같아요. 허세를 부리는 사람이 많은 시대 흐름도 한몫했고(웃음).”

3년여 동안 계속해온 <개그콘서트>의 ‘달인’ 꼭지를 끝내게 된 개그맨 김병만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스튜디오에서 달인의 마지막 편 ‘외발자전거의 달인’ 녹화를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3년여 동안 계속해온 <개그콘서트>의 ‘달인’ 꼭지를 끝내게 된 개그맨 김병만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스튜디오에서 달인의 마지막 편 ‘외발자전거의 달인’ 녹화를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그는 3년11개월 동안 통 굴리기, 텀블링 등 200여개 아이템을 선보였다. 5분 남짓한 꼭지를 위해 1주일 내내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그는 “(내가 흘린) 땀을 시청자들이 응원해준 것 같다”고 했다.

“저 사람이 저걸 할 때까지 얼마나 연습했을까 생각해주는 것 같아요. 흘린 땀에 박수를 쳐준 거죠.”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템은 “외줄타기”. 올 1월 선보인 이 꼭지에서 그는 외줄을 타고 걷는 각종 묘기를 선사했다. “그땐 진짜 달인이란 소리를 들었어요(웃음).”

힘든 순간이 많았을 테지만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거짓말이 아니라 매 순간이 행복했어요. 개그맨은 육체적인 것보다 반응이 없을 때가 가장 힘듭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으니 행복할 수밖에요.” 그는 지난해 슬럼프가 오려던 찰나 9월 추석특집으로 방영한 <달인쇼>가 시청률 20%를 넘기며 인기를 끌자 그 힘으로 다시 1년을 버텼다고 말했다.

‘달인’은 아이디어 싸움에 몸의 기술과 노력이 필요한 개그다. 한 개그맨이 4년 가까이 쉼없이 몸으로 연습하고 또 그것으로 스타가 됐다는 점에서 ‘달인’은 코미디의 진정성을 드러내 주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몸을 쓰는 개그는 그 전부터 있었지만 ‘달인’은 단순한 슬랩스틱 코미디를 넘어서 한 개그맨의 치열한 열정과 장인정신을 보여줬다”며 “웃기면서 감동을 주는 꼭지”라고 평했다.

김병만은 개그맨 생활 12년 동안 매주 개콘 무대에 올랐다. “다시 돌아올 건데 떠난다는 말은 맞지 않아요. 개콘이 있는 한 새 꼭지를 짜서 돌아와야죠.” 인생 후배들에겐 “꿈을 가진 젊은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누구나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죽을 때까지 코미디언이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그는 ‘달인’의 마지막 아이템인 ‘외발자전거’를 타고 인터뷰 장소를 유유히 빠져나갔다.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검은 물살 타고 대마도 밀려 간 제주 사람들 1.

검은 물살 타고 대마도 밀려 간 제주 사람들

번잡한 일상 내려놓은 대도시의 매력 찾아…하루짜리 서울 여행 2.

번잡한 일상 내려놓은 대도시의 매력 찾아…하루짜리 서울 여행

경복궁 주변 파봤더니 고려시대 유물이 줄줄이? 3.

경복궁 주변 파봤더니 고려시대 유물이 줄줄이?

음악인 2645명 “반란세력에게 앙코르는 없다” 시국선언 4.

음악인 2645명 “반란세력에게 앙코르는 없다” 시국선언

1월 24일 문학 새 책 5.

1월 24일 문학 새 책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