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개그콘서트 '달인' 김병만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에서 달인 마지막 녹화를 앞두고 <한겨레>와 만나 심경을 얘기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막내리는 개콘 ‘달인’ 코너 개그맨 김병만
막노동하며 무명 생활…몸 개그로 스타덤
3년11개월동안 200여회 각종 묘기 선사
“ 흘린땀에 박수쳐준거죠…모든 순간 행복”
막노동하며 무명 생활…몸 개그로 스타덤
3년11개월동안 200여회 각종 묘기 선사
“ 흘린땀에 박수쳐준거죠…모든 순간 행복”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듯 살아왔다”고 했다.
빚만 그득한 가정형편에 158.7㎝의 작은 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텔레비전 화면 속 홍콩 무술배우 성룡에게 반해 무술 연기자를 꿈꾸며 20살 때 고향(전북 완주)을 떠나 무작정 상경했다. 막노동에 신문배달을 하며 연기학원을 다녔지만 “다른 일을 해보라”는 말뿐이었다. 지독한 무대공포증이 따라왔다.
‘키가 170㎝만 되었으면….’
무대공포증을 이기려고 4년을 연극판에서 살았다. <한국방송> 공채 개그맨 시험에도 떨어진 뒤인 2000년 어느 날 영화 <선물>에 개그맨 이수근과 출연한 것을 계기로 <개그콘서트>(개콘) 출연 기회를 잡았다. ‘몸만 쓰는 무식한 무술 개그맨’ 소리까지 들으며 버티길 7년. 개그맨 김병만(36)은 2007년 12월 시작한 <개콘>의 ‘달인’으로 3년 만인 2010년 말에 <한국방송> 연예대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는 ‘달인’으로 예능의 대세가 됐다. 노력하는 작은 거인에게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그가 자신을 세상에 알린 달인을 떠나 새 출발을 시작한다. 오는 13일 방송을 끝으로 <개콘>의 최장수 인기 꼭지인 ‘달인’이 3년11개월 만에 막을 내린다. 9일 마지막 녹화촬영을 앞둔 김병만을 개콘 녹화장에서 만났다. 그는 “시원섭섭하다”고 말했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었습니다.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했지만 이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인 것 같아 그만두기로 결심했어요.”
최근 새로 시작한 <정글의 법칙>(에스비에스) 등 다른 예능프로 활동 때문이냐는 질문에 “다른 프로그램을 7개나 할 때도 그만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병만은 개콘에서 주로 무술을 접목한 ‘몸개그’를 선보였지만 입담이 좋은 개그맨이 인정받는 현실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의 개그가 인정도 받고 세상에 널리 알려진 기폭제가 된 게 바로 ‘달인’이었다.
“몸으로만 하는 개그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해 ‘허풍 떠는’ 캐릭터를 잡은 것이 성공한 것 같아요. 허세를 부리는 사람이 많은 시대 흐름도 한몫했고(웃음).”
그는 3년11개월 동안 통 굴리기, 텀블링 등 200여개 아이템을 선보였다. 5분 남짓한 꼭지를 위해 1주일 내내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그는 “(내가 흘린) 땀을 시청자들이 응원해준 것 같다”고 했다.
“저 사람이 저걸 할 때까지 얼마나 연습했을까 생각해주는 것 같아요. 흘린 땀에 박수를 쳐준 거죠.”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템은 “외줄타기”. 올 1월 선보인 이 꼭지에서 그는 외줄을 타고 걷는 각종 묘기를 선사했다. “그땐 진짜 달인이란 소리를 들었어요(웃음).”
힘든 순간이 많았을 테지만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거짓말이 아니라 매 순간이 행복했어요. 개그맨은 육체적인 것보다 반응이 없을 때가 가장 힘듭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으니 행복할 수밖에요.” 그는 지난해 슬럼프가 오려던 찰나 9월 추석특집으로 방영한 <달인쇼>가 시청률 20%를 넘기며 인기를 끌자 그 힘으로 다시 1년을 버텼다고 말했다.
‘달인’은 아이디어 싸움에 몸의 기술과 노력이 필요한 개그다. 한 개그맨이 4년 가까이 쉼없이 몸으로 연습하고 또 그것으로 스타가 됐다는 점에서 ‘달인’은 코미디의 진정성을 드러내 주었다는 평가도 받는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몸을 쓰는 개그는 그 전부터 있었지만 ‘달인’은 단순한 슬랩스틱 코미디를 넘어서 한 개그맨의 치열한 열정과 장인정신을 보여줬다”며 “웃기면서 감동을 주는 꼭지”라고 평했다.
김병만은 개그맨 생활 12년 동안 매주 개콘 무대에 올랐다. “다시 돌아올 건데 떠난다는 말은 맞지 않아요. 개콘이 있는 한 새 꼭지를 짜서 돌아와야죠.” 인생 후배들에겐 “꿈을 가진 젊은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누구나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죽을 때까지 코미디언이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그는 ‘달인’의 마지막 아이템인 ‘외발자전거’를 타고 인터뷰 장소를 유유히 빠져나갔다.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몸으로만 하는 개그는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해 ‘허풍 떠는’ 캐릭터를 잡은 것이 성공한 것 같아요. 허세를 부리는 사람이 많은 시대 흐름도 한몫했고(웃음).”
3년여 동안 계속해온 <개그콘서트>의 ‘달인’ 꼭지를 끝내게 된 개그맨 김병만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스튜디오에서 달인의 마지막 편 ‘외발자전거의 달인’ 녹화를 앞두고 리허설을 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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