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라디오 팟캐스트 방송 <이슈 털어주는 남자>를 진행하는 김종배씨. <오마이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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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
‘나꼼수’ 폭소탄에 진중함 맞짱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
‘나꼼수’ 폭소탄에 진중함 맞짱
라디오 팟캐스트 시장에 ‘이털남’이 떴다. 이털남은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를 가리키는 단어인 동시에 그가 진행하는 라디오 팟캐스트 프로그램명이기도 하다. 김씨의 외모에 익숙한 언론계 안팎에서는 이털남이라는 정체불명의 조어에서 ‘이상하게 털 많은 남자’를 떠올릴 법하다. 이에 대해 김씨는 26일 “현재 맡고 있는 글쓰기 강좌 수강생이 ‘이슈 털어주는 남자’라는 뜻으로 지어준 이름”이라고 주장했다.
김씨가 <오마이뉴스>와 손잡고 만든 <이슈 털어주는 남자>, 줄여서 <이털남>은 지난 2일 ‘정치 검찰 털기’ 편을 시작으로 팟캐스트 방송시장에 뛰어들었다. 매일 40~50분씩 그날의 초대 손님과 함께 하나의 주제를 집중적으로 ‘턴다’는 것이 <이털남>의 기본 콘셉트이다. 2회 방송에서는 보수 신문을 대주주로 하는 종합편성채널 특혜 문제를, 3회에서는 ‘엠비(MB) 물가’의 허와 실을 털었다. 이밖에도 케이티엑스(KTX) 민영화 논란과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분석 등 27일까지 <이털남>에서 ‘털린’ 정치·사회·경제 이슈는 18개에 이른다. 김씨는 “그날그날 불거지는 여러 쟁점 가운데 딱 하나만 다루되, 해당 주제에 대해서만큼은 청취자의 모든 궁금증을 샅샅이 파헤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반 성적표는 주목할 만하다. <이털남>은 5회째 방송이 나간 지난 6일 국내 전체 팟캐스트 순위 3위에 이름을 올리더니 그 다음날에는 2위 자리까지 차지했다. 방송을 시작한 지 약 한 달 만에 벌써 팟캐스트 부동의 1위인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위협할 만한 방송 콘텐츠로 성장한 셈이다. 이털남에서 책임프로듀서(CP) 일을 맡고 있는 이한기 오마이뉴스 출판교육국장은 “방송 첫 주 2위를 기록한 뒤 이달 넷째 주까지 꾸준히 2~4위권을 오르내리고 있다”며 “자체 분석 결과, 회당 누적 다운로드 청취자는 130만~150만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나꼼수>의 회당 누적 다운로드 청취자는 600만명 정도다. 청취자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다. <이털남>이 유통되는 애플 아이튠스의 팟캐스트 리뷰를 보면 아이디 ‘Tank1200’은 “나꼼수 이후 많은 팟캐스트가 나왔는데 이털남은 나꼼수와 차별화를 이루면서도 존재 가치를 높이고 있다”며 “전체적으로 깊이있고 폭넓게 잘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털남>의 선전은 <나꼼수> 열풍과는 다른 맥락에서 주목의 대상이다. <나꼼수>의 여러 인기요인 가운데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재미와 웃음이었다면, <이털남>은 길게는 1시간 넘게 이어지는 방송 내내 ‘웃기지도’ 않는다. <이털남> 쪽에서는 “팟캐스트는 웃겨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는 대신, 충분한 사실 확인과 쟁점에 대한 객관적 접근 등 미디어로서의 책무에 좀더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오랜 시사평론가 경력과 다양한 방송 경험을 갖고 있는 김종배씨의 무리 없는 진행도 <이털남>의 핵심 경쟁력이라는 분석이다. <문화방송>(MBC) 라디오본부의 한 피디는 “(라디오 진행자 가운데) 매일매일 40~50분씩 다른 주제의 인터뷰를 끌고 갈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며 “질문을 짧게 던지면서도 핵심적 답변을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도 김씨의 장점”이라고 지적했다. 최성진 기자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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