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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힐링캠프’로 간 안철수, 뒷맛이 씁쓸한 까닭

등록 2012-07-20 19:31수정 2012-07-20 22:51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23일 밤 11시15분 <에스비에스>의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다. 녹화는 지난 18일 이뤄졌다. 에스비에스 제공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23일 밤 11시15분 <에스비에스>의 예능 프로그램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다. 녹화는 지난 18일 이뤄졌다. 에스비에스 제공
[토요판] 최성진의 오프라인 TV
언론사 인터뷰 요청 모두 거부
예능프로 선택 의도 싸고 ‘분분’

“언론사의 빗발치는 인터뷰 요청은 모두 거절해온 안철수 원장이 티브이(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예쁘고 좋은 말만 하겠다는 건 문제 아닙니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3일 <에스비에스>(SBS) 예능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19일 방송인 겸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배에게 볼멘소리를 늘어놓았다. ‘물먹은’ 기자가 편들어주기를 바라고 던진 일종의 유도심문이었다. 언론계에서는 낙종했을 때 흔히 ‘물먹었다’는 표현을 쓴다. 모든 언론사 기자가 개그맨 이경규·김제동 등 힐링캠프 진행자에게 함께 물먹은 상황이니 혼자 유난떨 일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돌아온 답변은 싸늘했다.

“무슨 문제가 있어. 그건 그냥 네 배가 아픈 거잖아.”

“그건 그거고, 방송사 예능프로에 나와 연예인들과 웃고 떠들며 자기 말만 하겠다는 건 비겁한 태도잖아요.”

“야, 그런 자기중심적 사고를 버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봐라. 너라면 특정 독자를 상대로 한 신문과 인터뷰할래, 아니면 전체의 10%가 넘는 시청자가 보는 힐링캠프와 할래.”

“힐링캠프요. 하지만 안철수는 제가 아니잖아요.”

“그래, 그렇게 쓰면 원없이 욕을 먹을 수 있을 거다.”

내 멋대로 선배에게 “안빠(안철수 열혈팬)네, 안빠”라고 몰아붙인 뒤 대화를 그쳤지만 뒷맛은 씁쓸했다. 안철수 원장은 왜 힐링캠프를 찾았을까. 왜 <한겨레>가 아니고, 그렇다고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도 아닌 힐링캠프인가. 에스비에스는 안 원장의 출연 소식을 알리며 “지난해 12월부터 섭외를 했고 드디어 성사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안 원장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지 않은 언론사는 거의 없었다.(이는 안 원장 쪽 주장이다.)

대선주자 가운데 힐링캠프를 찾은 사람은 안 원장이 처음은 아니다.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월2일 가장 먼저 힐링캠프에 출연했다. 한 주 뒤에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도 힐링캠프를 방문했다. 두 사람의 출연으로 힐링캠프는 시청률 ‘대박’을 기록했다. 박 전 위원장이 출연한 1월2일 이 프로는 전주보다 6.3%포인트가 오른 12.2%(에이지비닐슨·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찍었고, 문 고문 편에서는 10.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박 전 위원장과 문 고문은 이 프로에 모습을 드러낸 뒤 지지율 상승이라는 효과를 얻었다. 개그맨과 친구처럼 농담을 주고받으며 딱딱한 보수·진보 정치인의 이미지를 누그러뜨린 것도 소득이었다.

힐링캠프는 시청률이, 대선주자는 지지율이 올랐으니 대선주자의 힐링캠프 출연은 이쪽저쪽 모두 ‘힐링힐링’한 선택이었다. 최영인 힐링캠프 책임피디(CP)는 언론 인터뷰에서 “(안철수 원장은) 하고자 하는 말을 가장 진솔하게 보여주기에 (힐링캠프가) 적합한 포맷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전했다. 어쩌면 개그맨이 던지는 말랑말랑한 질문에 밝게 대답하는 대선주자의 모습을 보며 ‘정치는 개판’이라고 인식해왔던 시청자도 ‘힐링’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유권자는 어떨까. 대선주자에게 ‘듣고 싶은 말’보다 그에게 ‘묻고 싶은 말’이 더 많은 유권자도 과연 힐링할 수 있을까. 안 원장이 출연하는 힐링캠프는 23일 밤 11시15분 방송될 예정이다.

최성진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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