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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무력한 청춘세대에 보내는 기성사회의 메시지

등록 2014-08-01 18:25

일본 드라마 <젊은이들>
일본 드라마 <젊은이들>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일본 드라마 <젊은이들>
요즘 한국 대작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멀티 스타 캐스팅이 중요한 흥행공식으로 자리잡았다. 초호화 출연진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올스타급 캐스팅이 대세가 된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도 이러한 캐스팅으로 단연 화제인 드라마가 있다. <후지 티브이>의 수요드라마 <젊은이들>이 그 주인공. 쓰마부키 사토시, 아오이 유, 에이타, 나가사와 마사미, 미쓰시마 히카리, 노무라 슈헤이, 하시모토 아이 등 화려한 출연진 목록을 보노라면 <젊은이들>이라는 평범한 제목 앞에 ‘역대급’이라는 수사 정도는 붙여줘야 할 듯하다.

출연진의 면면이나 제목만 보면 풋풋한 청춘 트렌디 드라마일 것이라는 인상을 주지만 막상 내용과 분위기는 복고적이다. 부모 없이 가난 속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다섯 남매의 이야기나 그들이 모여 사는 무너져가는 집을 보면 마치 시대극 같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젊은이들>은 1966년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뒀던 동명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현대판이라고는 하지만 원작의 주요 얼개를 그대로 옮겨와 반세기 가까운 시차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첫 회부터 극중 배경이 정말 현대인지 혼란스럽다. 집안의 장남 사토 아사히(쓰마부키 사토시)가 여동생 히카리(미쓰시마 히카리)를 결혼시키기 위해 벌이는 어설픈 촌극이 드라마의 시작이다. “언제까지 독신으로 살 거냐”는 아사히의 꼰대 같은 잔소리에 이어 히카리의 나이가 고작 스물다섯임이 밝혀지면 실소까지 나온다. 고등학교도 중퇴하고 가장으로 헌신해온 아사히, 집안의 빚 때문에 술집에 나가는 그의 애인 아즈사(아오이 유)의 모습 등은 분명 요즘 일본 젊은이들의 초상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기성세대의 욕망이다.

원작에서의 꿋꿋한 젊은 고아들은 전후 일본의 부흥기와 고도성장기인 쇼와시대의 희망을 노래했다. 그러나 고도성장기와 거품경제시기를 지나 장기불황의 그늘 안에서 자란 오늘의 젊은이들은 극심한 무기력에 빠져 있다. 얼마 전 일본 정부가 발간한 <2014 어린이·청년 백서>에서도 청년층의 자존감과 희망은 지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의 일본 경제를 유지하는 동력은 무력한 청년층 대신 고도성장기 주역이었던 노년층이다. 그들이 영광의 시절을 향수하는 이른바 ‘쇼와레트로’가 일본 사회문화의 지배적 현상이 된 것도 그런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요컨대 <젊은이들>은 부모 없이 자립하고, 심지어 그들의 빚까지 대신 갚는 주인공들의 모습 위에 지금의 무력한 청춘세대에 보내는 기성사회의 메시지를 투영하는 작품이다. 그리하여 정작 동시대 젊은이들에게는 공감을 얻지 못해서일까. 첫 회 방영 이후 시청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나마 드라마를 구하는 것은 온힘을 기울인 캐스팅의 힘이다. 망가지길 주저하지 않고 진솔한 연기로 감동을 주는 젊은 배우들의 모습이야말로 이 작품이 원래 보여주고자 했던 청춘의 활력에 가장 가깝다. 특히 쇼와시대 명작의 또다른 리메이크 사례인 영화 <동경가족>에서도 연인으로 출연한 쓰마부키 사토시와 아오이 유의 연인 호흡이 빛난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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