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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지구인과의 동행 51년째…‘닥터’의 다음 여정은?

등록 2014-08-08 18:54수정 2014-08-09 14:24

영국 드라마 <닥터 후>
영국 드라마 <닥터 후>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영국 드라마 <닥터 후>
최근 영국 드라마 <닥터 후>의 서울 월드투어 표가 예매 개시 30초 만에 매진되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시즌8 방송을 앞두고 진행되는 월드투어에서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방문국으로 선정된 한국 팬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사례였다. 이보다 앞서서는 팬들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애초 계획한 장소보다 큰 곳으로 행사장이 변경되는 일도 있었다. 극중 대사를 빌리자면, 팬들이 다 들어갈 만큼 “안이 더 넓은” 장소가 아닌 것이 아쉽지만 적어도 이번 내한을 둘러싼 열기는 새삼 이 작품의 존재감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된 듯하다.

<비비시>(BBC)에서 1963년부터 방영을 시작한 <닥터 후>는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에스에프(SF) 가운데 하나이며 가장 오랜 기간 방영 중인 에스에프 드라마로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어 있다. 무려 5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히 인기를 누려온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인 닥터와 그의 동행자들이 엮어가는 독특한 유대의 드라마가 제일 큰 공감 요소로 다가온다.

시간을 다룰 수 있는 타임로드 종족인 닥터는 전용 우주선이자 타임머신 타디스를 타고 별과 별 사이를 오가는 여행자다. 천재적인 두뇌와 능력으로 악한 종족들에게서 우주를 수호하는 영웅이기도 하다. 인상적인 것은 이 자유롭고 완전해 보이는 존재가 늘 동행자를 필요로 한다는 것. 특히 2000년대 시리즈부터는 타임로드 최후의 생존자라는 설정이 추가되면서 고독과 비애가 두드러지고 동행자와의 유대관계도 한층 깊어졌다. 그들 사이에는 수십억년의 역사와 지혜를 지닌 고등종족과 ‘하찮은 인간’의 높은 장벽이 존재하지만 함께 여행하고 공동의 적과 싸우는 과정에서 서로를 성장시키고 구원하는 관계로 그려진다.

예컨대 21세기 <닥터 후>의 첫 동행자인 로즈 타일러(빌리 파이퍼)가 닥터와의 동행을 통해 런던의 평범한 청춘에서 여전사로 성장하고, 종족 멸망에 대한 분노와 슬픔에 젖어 있던 닥터가 점차 인간적으로 바뀌어가는 이야기는 그 시즌을 관통하는 제일 흡인력 있는 서사다. 또한 미숙했던 소녀 에이미 폰드(캐런 길런)가 11대 닥터(맷 스미스)와 10년 동안 여행하면서 점점 대등한 친구 관계가 되어가는 것도 세 시즌에 걸쳐 묘사된 섬세한 성장드라마였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이러한 이야기는 닥터의 재생성과 인간의 짧은 수명이라는 종족의 특징이 결합되어 더 애틋해진다. 죽음에 가까운 상태가 되면 새로운 생명체로 변신하는 닥터나 노화가 빠른 인간 동행인의 관계는 유한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필연적인 이별과 만남은 그들의 감정에 밀도를 더한다. 12대 닥터(피터 카팔디)와 이전 닥터의 동행자였던 클라라 오즈월드(제나 콜먼)의 이야기가 기대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피터 카팔디와 제나 콜먼은 이미 여러 인터뷰를 통해 둘의 관계가 이전 닥터와 동행인의 그것과는 다를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에스에프가 이종족 간의 ‘다름’을 성찰하는 장르라 할 때, 닥터와 동행인의 끝없는 ‘밀당’과 유대는 그래서 이 드라마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준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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