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유튜브로 방영된 레바논 드라마 <샨카부트>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레바논 드라마 <샨카부트>
레바논 드라마 <샨카부트>
올해 열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레바논 영화가 처음으로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아시아의 숨은 재능을 발굴하는 데 힘써온 부산국제영화제가 스무돌이 가까워져서야 처음 소개할 정도로, 레바논 영화는 낯선 미지의 영역이었다. 첫 초청의 주인공이 된 작품 <가디>는 이러한 인식을 단숨에 뒤엎는 작품이다. 친근하고 재기발랄한 화법으로 아랍어의 높은 진입 장벽을 마술처럼 사라지게 만든 이 휴먼코미디는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케이엔엔(KNN) 관객상’ 수상의 영예까지 안았다.
주목할 것은 이 장편 데뷔작으로 세계 무대에 레바논 영화의 저력을 확인시켜 준 신인 감독의 이름이다. 감독 겸 비주얼 아티스트인 아민 도라는 특유의 감각적인 영상 연출로 현재 레바논 대중문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비록 그의 영화는 국제영화제를 통해서나 겨우 접할 수 있지만, 그 재능과 레바논 대중문화의 수준을 더 쉽게 확인할 방법도 있다. 그가 2010년 발표한 드라마 <샨카부트>를 통해서다. 2년간 유튜브로 방영된 <샨카부트>는 세계 최초의 아랍 웹 드라마라는 기록을 남겼고, 2011년 국제 디지털 에미상을 수상하며 또 한번 아랍 대중문화에 새로운 역사를 쓴 기념비적 작품이다.
작품은 베이루트의 십대 소년 술레이만(하산 아킬)의 시점을 따라간다. 그는 각종 심부름을 대행하고 물건을 배달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고아 소년이다. ‘샨카부트’라는 별명을 붙인 작은 스쿠터를 타고 거리 곳곳을 오가는 술레이만의 행보에는 레바논의 복잡한 현실이 담겨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무장한 군인들과 자유분방한 청춘, 문맹자와 인터넷 이용자, 부유층과 빈곤층 등 모순적 요소들이 공존하거나 충돌하는 레바논 사회의 긴장감과 활기가, 술레이만이 만나는 다양한 사람과 거리의 풍경을 통해 전해진다.
드라마의 이런 구성은 흡사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의 사회풍자 소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떠올리게도 한다. 술레이만은 뗏목 대신 스쿠터로, 미국의 심장을 꿰뚫는 미시시피강처럼 레바논 현실의 압축판인 수도 베이루트 거리를 누비면서,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가출한 소녀나 고용주에게 학대당하는 이주노동자 등 흑인 노예 짐을 연상시키는 소외된 이들의 친구가 된다. 허클베리 핀의 눈을 통해 미국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이 드러나듯, 술레이만이 스쳐가는 길에도 레바논에 일상처럼 편재한 폭력과 부패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럼에도 결코 어둡기만 한 작품은 아니다. 빈곤하고 폭력적인 현실 속에서도 대부분의 인물들은 낙천적이고 여유로우며, 소년·소녀들의 얼굴에는 꿈과 사랑에 설레는 청춘의 반짝거리는 표정이 살아있다.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며 제도에 비판적인 젊은이들의 모습에서는 ‘아랍의 봄’의 징후가 미리 감지되기도 한다.
레바논을 내전과 비극의 땅으로만 알고 있는 이들에게, <샨카부트>는 그 사회와 문화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총 5시즌, 52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으며, 현재 유튜브에서 영어 자막으로 시청할 수 있다.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김선영 티브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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