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현상’은 시청률만이 아니다. 2015년을 찾아온 드라마는 1988년의 몇몇 현상들을 지금 여기에 되살려냈다. 유행어, 노래, 광고 면에서 살펴본다.
■ 웬열 택이가 배운 못된 것 중의 하나(18회). 선우와 택이가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웬열’을 섞어 쓰자 선우가 “못된 것 배웠구나”라고 말한다. ‘웬일이니’를 줄인 은어다. 드라마는 1980년대 후반 이런 유행어의 진화 과정을 보여준다. 웬열은 처음에는 덕선의 친구 왕자현·장미옥에서 시작하여 고등학생들이 쓰는 듯하다가 중년층을 넘어 택이까지 사용하기에 이른다. 실제 그 시대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은 ‘웬열’이 아니라 ‘웬욜~’ ‘웬요르~’가 더 유행어에 가깝다고 증언한다. ‘특공대’(특별히 공부 못하는 대가리), ‘코크다스’(코 큰 사람에게 잘 붙이던 별명), ‘이사도라’(24시간 돌아다닌다는 뜻으로 학생주임의 별명) 등의 ‘유행어 화석’이 발굴되었고 티브이 개그 프로그램의 유행어를 따라하는 김성균을 따라 1988년 유행어가 쏟아져나왔다. “아이고 김(상대방의 성으로 대체 가능) 사장~ 반갑구만 반가워요” “실례 실례합니다” 등은 28년의 시차를 넘어 다시 유행어로 떠올랐다.
■ 소녀 덕선이 첫사랑을 잃는 부분에서 ‘소녀’가 흘러나온다. 첫사랑을 앓으며 사연을 보내던 별밤지기 이문세의 노래로 2015년 오혁이 불렀다. 시대를 넘어 살아남은 곡들을 모았기 때문일까. 오혁의 ‘소녀’는 2015년 12월 월간차트 1위를 기록했고, 같은 달 10위 안에 ‘걱정 말아요 그대’ ‘청춘’ 등 ‘응팔’ 오에스티 수록곡은 4곡이었다.
■ 쌍문동 벼락부자 성균이네 가는 길 ‘응팔’은 2015년 운행되는 쌍문동행 버스에 ‘쌍문동 벼락부자 성균이네 가는 길’과 ‘쌍문동 반지하 혜리네 가는 길’ 등으로 광고를 시작했다. ‘응팔’에선 이처럼 현실과 과거가 종종 하나로 얽힌다. 이미연이 80년대 출연했던 ‘가나초콜릿’ 광고는 극중 초반 선우와 정환의 ‘남편 찾기’에 응용되었다(5화). 이미연은 혜리의 현재형으로 등장하며 실제로 혜리의 극중 나이와 같은 1971년생이다. 이후 가나초콜릿 광고는 혜리와 이미연 버전 두 가지로 부활해서 방송되고 있다. 출연진은 캐릭터 그대로 아이스크림이나 통닭, 패션, 증권 등 60여개의 요즘 광고에 등장하고 있다.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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