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게임 체인지>
[토요판] 김선영의 드담드담
미국 드라마 <게임 체인지>
미국 드라마 <게임 체인지>
지구촌 최대 정치 이벤트인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본격적인 막을 올리며 연일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그 어떤 정치드라마보다 극적이라는 미국 대선은 실제로도 드라마나 영화 소재로 자주 쓰인다. 2012년 <에이치비오>(HBO)가 방영한 단편드라마 <게임 체인지>는 그 대선 역사 가운데서도 가장 긴장감 넘쳤던 2008년 대선의 뒷이야기를 그려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정치 기자 존 헤일러먼과 마크 핼퍼린이 풍부한 취재를 바탕으로 대선의 막전막후를 생생하게 재현해 화제를 모은 동명 원작의 일부를 영상화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2008년 선거 최고의 슈퍼스타는 버락 오바마였다. 대선보다 치열했던 당내 경선에서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제치고 ‘오바마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이자 지금까지도 진보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는 현 대통령이다. <게임 체인지>는 흥미롭게도 이 주인공의 ‘위대한 승리’가 아니라 그의 영광을 씁쓸하게 지켜보는 패자의 입장을 조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들의 결정적 패인이 ‘미국의 미래’를 외쳤던 오바마와 달리 정체된 과거에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시작은 이상적이었다. 존 매케인(에드 해리스)은 오바마에게 흑색선전을 하자는 제안도 거절할 정도로 추한 승리보다 ‘옳은 방향’을 중시하는 합리적 보수주의자로 그려진다. 하지만 오바마는 그 ‘정도’에 머무르는 수준으로는 상대가 어려운, 한참 앞서나가는 경쟁자였다. 그가 ‘변화하는 미국’을 강조하며 승승장구하자 다급해진 매케인 측은 ‘게임 체인지’를 이끌어낼 반전 카드로 주류 정치계에 물들지 않은 신선한 이미지의 젊은 여성 정치가를 깜짝 투입한다. 바로 세라 페일린(줄리앤 무어)이었다. 이후의 결과는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
드라마는 당시 공화당 패배의 책임을 페일린 개인의 기본적 자질 부족에만 돌리지 않는다. 오히려 준비도 없이 거대한 무대에 투입되며 ‘당의 꼭두각시’ 역을 맡았던 페일린에 대한 연민을 이끌어낸다. 대신 비판의 시선이 겨냥하는 것은 ‘리얼리티쇼’와 다를 바 없어진 선거, 승리만을 좇다가 신념을 잃어버린 정치인의 공허함 등이다. 매케인 쪽이 자초한 이 모든 한계가 극 중 내내 ‘변화와 미래’를 강조하는 오바마의 연설과 대조를 이루며 미국이 개혁해야 할 ‘과거’를 대표한다.
<게임 체인지>가 그려낸 선거 풍경은 공교롭게도 올해 다시금 재연되고 있다. 오바마가 ‘대통령은 리얼리티쇼 진행자가 아니’라고 언급할 정도로 선동적 언행이 잦은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페일린의 공개 지지를 받고 있고 민주당에서는 재도전자 힐러리 클린턴이 ‘샌더스 돌풍’에 흔들리고 있다. 미국은 과연 한걸음 더 미래로 진전할 수 있을지, 한층 흥미로운 관전을 위해 더 많은 이야기가 담긴 원작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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