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 투 체인지 더 월드' (경쟁 부문, 제리 로스웰 감독)
그린피스에서 탈핵까지, 환경영화들이 다루는 주제는 길고 광범위하다. 맹수진 서울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추천을 받아 최근 환경영화들의 문제의식을 보여주는 3편의 영화들을 소개한다.
정부 맞선 그린피스의 반성·성찰이 생생
<하우 투 체인지 더 월드>(경쟁 부문, 제리 로스웰 감독)
1971년, 환경활동가 12명이 미국이 지하 핵실험을 진행 중이던 알래스카 서부의 아주 작은 화산섬 암치트카를 향해 길을 떠났다. 미 군함이 막아서는 바람에 목적지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이 타고 가던 배는 그린피스라고 불리게 됐다. 그들이 직접 찍었던 16㎜ 필름으로 환경운동가들이 투사가 되어가는 여정을 보여주는 영화에선 정부와 맞섰던 그들의 반성과 성찰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환경운동의 탄생을 보여주는 기록물로서의 가치도 있는 이 영화는 샌프란시스코 영화제, 선댄스 영화제 등 여러 곳에서 수상, 상영됐다.
“침팬지에 시민권을” 법적 투쟁 실화 다뤄
'철창을 열고'(포커스-공존의 삶 부문, 크리스 헤지더스·D. A. 페니베이커 감독)
<철창을 열고>(포커스-공존의 삶 부문, 크리스 헤지더스·D. A. 페니베이커 감독)
밥 딜런의 <뒤돌아보지 마라>를 만들었던 크리스 페니베이커 감독은 현대 다큐 영화의 시작이라고 불린다. 페니베이커 감독은 최근 작품에서 동물권에 대한 혁신적인 제안을 담았다. 영장류 중에서도 지능이 가장 높은 침팬지에게 시민권을 주기 위한 한 변호사의 법적 투쟁을 그린 소재가 이색적이다.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이 소송은 1심과 2심에선 패하고 마침내 대법원에서 청원이 받아들여졌다. “흑인과 여성과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한 투쟁도 처음엔 이렇게 시작됐다.” 영화에선 동물권이 아닌 시민권을 주장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문화상품 동네의 운명, 젠트리피케이션
'내 사랑 한옥마을'(한국 환경영화의 흐름 부문, 김정인 감독)
<내 사랑 한옥마을>(한국 환경영화의 흐름 부문, 김정인 감독)
감독의 아버지는 전주한옥마을에서 한지로 사진을 인화하는 작은 가게를 운영했다. 그런데 한옥마을 덕분에 가게가 유명해지자 월세를 300%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는다. 함께 지역 문화를 일구어나가는 가게 주인들은 동네가 유명해지면 유명해질수록 가게를 더 빨리 접어야 하는 모순된 운명이다. 아버지가 한옥마을에서 쫓겨나는 과정을 지켜본 감독은 서울의 인사동, 홍대 앞, 서촌 등 지역 자체가 문화상품이 된 동네들에서 같은 문제들이 반복되는 것을 관찰한다.
남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