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최고의 일본 영화로 평가받는 작품들 가운데 <고독사>(원제 ‘그때의 생명’)가 있었다. 개봉 전부터 이미 몬트리올 국제영화제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일본 사회의 중요한 화두를 다루고 있어서 큰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도 그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돼 엄청난 매진 속도를 기록한 바 있다. 지금 들어도 꽤 생소한 특수직업인 ‘유품정리업체’를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다 우리 사회에도 곧 눈앞으로 다가올 이야기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린 작품이다.
<천국으로의 이삿짐센터>는 바로 이 영화 <고독사>의 전사에 해당하는 내용을 다룬 단편 드라마다. 영화 개봉 전 홍보 목적으로 만들어진 한 시간 분량의 드라마지만 그 안에 담긴 사회적 메시지는 오히려 본편보다 묵직한 울림을 갖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고독사>에 등장하는 유품정리업체 ‘천국으로의 이삿짐센터’의 창설 배경이 다뤄진다. 주요 시점은 영화보다 2년 전 과거이며, 영화에서 주인공들을 듬직하게 이끌어주는 직장 선배였던 사소(하라다 다이조)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대기업 인사과에 근무하다 퇴직한 사소는 유품정리회사 쿠퍼스에 새로 일자리를 구한다. 정리 의식 하나하나에 진지하게 예를 다하는 사장 후루타(쓰루미 신고)와 달리, 사소는 이 직업이 어디까지나 생계를 위한 일이며 ‘죽음을 이용한 장사’라는 생각에 무심하고 건조한 태도를 보인다.
드라마는 스스로가 고인의 집에 쌓인 쓰레기와 별다를 바 없다고 여기던 사소가 타인의 여러 죽음을 거치며 변화하는 과정을 중심 내용으로 한다. 특히 사소의 퇴직 이유가 직장에서 그가 담당했던 업무와 그로 인한 선배의 자살 사건과 관련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유품 정리’의 의미가 사회적으로 확대되는 지점이 인상적이다. 사소가 만나는 다양한 죽음 안에는 일본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여러 문제가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말하자면 흔히 고령사회의 그늘로만 인식되던 ‘고독사’ 문제를 넘어 정리해고의 후유증, 청년 세대의 우울과 무력감 등이 무거운 공기처럼 가라앉아 있다.
그 많은 죽음이 의미하는 것은 결국 인간 존엄성 상실의 시대라는 비극이다. ‘떠날 때 아무도 없는 혼자만의 죽음이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생을 아예 없었던 걸로 하면 안 된다’는 사장 후루타의 말은 유품 정리가 단순한 청소 작업이 아니라 최소한의 존엄을 지켜주는 일임을 일깨워준다. 그의 말은 유품정리회사 쿠퍼스가 ‘천국으로의 이삿짐센터’로 이름을 바꾼 배경이기도 하다. 갈수록 무연사가 늘어가고 죽음에도 계급 차별이 작용하는 시대에, 가장 비참한 죽음의 현장에서 생명의 가치를 힘주어 말하는 이 드라마의 아름다움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김선영 티브이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