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나폴리, 수백만달러 규모의 코카인 사업을 둘러싸고 마피아 조직 내부에서 죽음의 전쟁이 벌어진다. 조직의 이인자를 꿈꾸던 치로(마르코 다모레)는 조직원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보스 돈 피에트로(포르투나토 체를리노)의 냉혹한 얼굴을 목격하고 차츰 그에게 환멸을 느끼기 시작한다. 사망자만 수십명에 이르는 잔혹한 전쟁 뒤, 조직을 향한 경찰의 감시는 더욱 삼엄해진다. 돈 피에트로는 만일을 대비해 아들 젠나로(살바토레 에스포지토)를 후계자로 앉히려 하지만, 젠나로는 노는 데에만 정신이 쏠려 있다.
이탈리아 드라마 <고모라>(원제 ‘Gomorra: La serie’)는 나폴리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이탈리아 3대 마피아 조직 카모라를 소재로 한 드라마다. 작가 로베르토 사비아노가 2006년 출간한 르포르타주 소설 <고모라>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작가가 직접 목격한 체험과 사실을 바탕으로 쓴 원작은 출간 즉시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고, 작가를 향해 살해 위협까지 서슴지 않은 카모라의 악명은 더 널리 알려지게 됐다. 원작은 2008년 마테오 가로네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도 연출되었고, 영화는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2014년 첫 방영을 시작해 올해까지 4번째 시즌을 이어간 티브이 드라마 <고모라> 역시 원작과 영화의 명성에 뒤지지 않는 호평을 얻고 있다. 아름다운 휴양지로 유명한 나폴리의 숨겨진 민낯을 생생하게 폭로하는 작품의 태도는 너무도 서늘하다. 영화 <태양은 가득히>, <일 포스티노>와 같은 영화로 각인된 눈부시고 푸른 바다는 여기서 찾아볼 수 없다. 카메라는 나폴리 북부 스캄피아 지역의 허름한 아파트와 그 주변에 고정되어 있다. 그곳에서 범죄는 일상과 구분되지 않는다. 평범한 식당 안으로 아무런 예고 없이 수류탄이 날아들고, 친구의 전화를 받고 나간 남자에게 느닷없이 총알 세례가 쏟아진다.
잔혹한 범죄가 계속해서 이어지지만, 마피아를 소재로 한 범죄 스릴러가 흔히 지향하는 폭력의 미학이나 쾌감 따위는 전혀 없다. 폭력은 마피아 업무의 일부로서 지극히 건조하고 기계적으로 묘사된다. 주요 인물의 죽음에도 연민이 끼어들 틈은 없다. 라이벌과의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한 조직원이 교단으로부터 파문당해 장례 미사도 치르지 못하고 쓸쓸하게 관에 실려 묘지로 가는 장면은 범죄자의 초라한 말로를 보여줄 뿐이다.
작품 주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은 첫회 마지막 부분이다. 한 공장에서 조직 내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시신들이 들것에 실려 나오는 가운데, 지척에 있는 아파트의 좁은 뒷골목에서는 아이들이 놀고 있다. 천진한 얼굴로 마피아를 흉내 내면서 노는 아이들의 모습에는 그들이 태어난 이후 보고 자란 세계의 전부와 그 미래까지도 압축되어 있다. 이 드라마의 제목이 가장 섬뜩하게 떠오르는 순간이다. 출구 없는 범죄 도시 나폴리의 어두운 뒷골목을 하염없이 배회하는 <고모라>는 이탈리아 사회에 대한 가장 냉철한 초상화다.
티브이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