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엔에스(SNS)의 시대, 진짜 나를 찾는 여정을 그린 영화 <걸 위드 더 카메라>. 영화사 그램 제공
한 장의 사진으로 나를 표현하는 것이 가능할까? 에스엔에스(SNS)에 올리는 자신의 사진은 진짜 자기 자신과 얼마나 맞닿아 있을까? 개인이 마치 하나의 방송국을 운영하는 것처럼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자유로운 시대. 자신이 브랜드가 되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 인플루언서가 되면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시대. 이런 사회에서, 내 이미지를 잘 포장해야 한다는 강박이 많은 사람에게 존재한다. 하지만 나의 자연스러운 모습과 내가 보여지기 원하는 모습은 차이가 있으며, 남들이 보는 나의 모습과도 괴리가 있다.
안희수 감독의 <걸 위드 더 카메라>(2021)는 이런 고민을 풀어보고, ‘진짜 나’를 찾는 여정을 감각적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이다. 출연자들은 주로 20대 여성으로, 평소의 자기 몸과 이미지에 대해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여성의 몸 사이즈에 대한 사회적 압박, 사귀는 애인이 요구하는 머리카락 길이, 태도, 종교 공동체 안에서 조신함을 강요받는 옷차림, 특정 성별로 인식되고 싶지 않지만 사회에서 요구하는 ‘여성성’에서 영향을 받은 자신의 취향 등. 출연자들의 이런 고민들은 여성의 경우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규범성으로 인해, 자신을 표현할 때 좀 더 갈등하게 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출연자들은 나를 표현하려 에스엔에스에 올린 사진 속 내 모습을 타인의 시선과 기준으로 바라보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더 이상 자기 이미지의 주인공이 자신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한다. 타인과의 비교를 멈추고자 에스엔에스를 끊어보기도 하고, 자신의 서툴고 부족한 부분을 사랑해보려고도 한다. 그러나 쉽지 않다.
감독은 7인의 출연진과 함께 이 문제를 풀기 위해 필름으로 사진 찍기를 선택한다. 빠르게 스쳐가는 이미지가 아니라 조금은 시간을 들여 이미지를 기다리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상태로 사진을 찍고, 6개월 정도 뒤에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직접 표현하는 콘셉트로 다시 사진을 찍는다. 이 과정을 함께하면서 출연자들은 자신을 옭아매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고, 변화하고 싶은 욕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자신의 외모를 바꿔보기도 하고, 새로운 패션을 시도하거나, 아예 자신이 집착하는 자신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추구하기도 한다.
출연자 중 한명은 “옷차림을 강요받는다는 것은 내 몸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과 같고, 자신을 대상화된 존재로 있게 하는 것 같다”며 자신을 억눌러왔던 규범에 용기 있게 도전한다. 이 과정 속에서 출연자들은 조금씩 변화하는 자신을 목도한다.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을 시작하거나,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기준도 만들어보기 시작한다.
프로젝트의 끝에 출연자들은 단 하나의 사진을 고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진짜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숙고한다. 대부분의 출연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쉽게 선택하지 못한다. 감독은 이들이 어떤 사진을 골라야 할지 망설이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나’를 찾는 과정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시선의 주체가 되기 위해 여성이 얼마나 많은 곤경에 처하는지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감독은 이 고민과 망설임의 과정을 따뜻하게 보듬어 안는다. 엔딩크레디트에서 한 출연자가 부르는 노래는 마치 나 자신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겪는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가처럼 느껴진다.
영화감독
<모래>(2011) <이태원>(2016) <시국페미>(2017) 등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볼만한 다큐멘터리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쓴다. 격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