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러렐 마더스> 스틸컷. 스튜디오디에이치엘 제공
사진작가인 야니스(페넬로페 크루스)는 촬영 중 만난 유명 법의학자 아르투로(이스라엘 엘레할데)에게 자신의 증조부를 비롯한 고향 사람들의 유해 발굴을 부탁한다. 그의 증조부와 이웃들이 스페인 내전기 프랑코 독재정권에 의해 학살당해 동네 어귀에 묻혀 있던 것. 보수정부가 들어서면서 스페인의 과거청산법인 ‘역사기억법’에 따른 유해 발굴 지원사업 예산이 삭감되는 상황에서, 아르투로는 공익재단의 도움으로 유해 발굴이 이뤄지도록 거든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야니스는 이내 임신하게 된다.
자신의 할머니와 어머니가 그랬듯 홀로 아이를 기르기로 결심한 야니스는, 출산 예정일을 앞두고 같은 병실에서 17살 소녀 아나(밀레나 스밋)를 만난다. 유부남인 아르투로가 아이를 낳고자 하는 자신의 선택에 반대하자 그와의 결별을 택한 야니스와 달리, 아나는 원치 않는 임신이 혼란스럽고 두렵다. 서로 의지하며 같은 날 딸을 출산한 두 사람은 이후에도 연락을 이어간다.
유해 발굴을 위해 야니스와 다시 만난 아르투로는 야니스의 딸이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다. 아르투로의 말과 함께 이국적인 딸아이의 외모가 마음에 걸렸던 야니스는 친자 확인 검사를 의뢰한다. 병원 쪽 실수로 자신의 딸과 아나의 딸이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야니스는, 다시 만난 아나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두 아이를 두고 두 엄마는 영화 제목처럼 평행선 위에 놓인다.
영화 <패러렐 마더스> 스틸컷. 스튜디오디에이치엘 제공
31일 개봉하는 영화 <패러렐 마더스>는, 스페인 현대사의 비극을 배경 삼아 같은 날 아이를 낳은 두 여성의 연대와 모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이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1999), <귀향>(2006) 등을 연출한 스페인의 세계적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과 페넬로페 크루스가 여덟번째로 함께 만든 영화이기도 하다. 지난해 이 영화로 이탈리아 베네치아국제영화제 볼피컵 여우주연상을 받은 페넬로페 크루스는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고, 영화는 음악상 후보에 지명됐다.
<패러렐 마더스>는 두 모성에 관한 드라마이자 역사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사회적 영화다. 야니스는 국가폭력 희생자인 증조부의 진실을 밝히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영화 후반부 유해 발굴 작업이 시작되면서 묻혀 있던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 아나에게 숨겨온 야니스의 비밀은 더욱 깊어진다. 야니스가 아나에게 죄책감을 느끼는 이유다. 야니스가 아나에게 모든 진실을 밝히고 나서야 비로소 두 사람은 화해와 연대를 하게 된다. 영화 <나쁜 교육>(2004)으로 프랑코 정권 치하 어두웠던 유년의 기억을 작품에 녹여냈던 알모도바르 감독이 작품 속 야니스의 대사를 통해, 스페인 역사에 대해 무지한 젊은 세대를 에둘러 비판하는 지점도 눈길을 끈다.
영화 <패러렐 마더스> 스틸컷. 스튜디오디에이치엘 제공
야니스와 아르투로가 발굴 작업을 위해 만난 고향 유족들은 학살자에 대한 원한보다, 억울하게 숨진 가족이 그저 평온하게 기억되길 바란다. 그 유족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 일상에서 야니스와 아나를 돕고 거드는 이들 모두 여성이라는 점은, 이 영화가 여성들의 연대와 사랑의 커뮤니티를 그리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에서 관용과 연민의 힘을 보여줬던 알모도바르 감독은, <패러렐 마더스>를 통해 상처를 아물게 하는 것은 위대한 모성이라고 거듭 말한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