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앵커>는 여성의 자아실현과 모성 사이의 갈등을 스릴러 문법 속에 녹여낸 작품이다. 에이스메이커 제공
방송국 뉴스 메인 앵커인 정세라(천우희)는 생방송 5분 전 제보 전화를 받는다. 20대 여성인 듯한 제보자는 자신이 곧 살해될 거라며 이 죽음을 정세라 앵커가 직접 보도해달라고 말한다. 팬을 자처한 제보자의 말을 장난전화로 치부했지만 찝찝한 마음을 금할 수 없는 세라. 집에 돌아와 엄마 소정(이혜영)에게 이 사실을 말하자 소정은 “어쩌면 이 제보가 네게 진짜 앵커가 될 기회를 줄지도 모른다”고 한다. 아나운서 출신으로 9시 뉴스 앵커에 오른 세라는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기자 출신 후배들에게 위기감을 느끼고 있던 상황.
진짜 앵커로 인정받기 위해 제보자가 말한 주소로 향한 세라는 그곳에서 한 아이와 젊은 여성의 주검을 발견한다. 관련 사건을 단독 보도하면서 승승장구하는 세라는 방송 도중 죽은 여성의 환영을 보고 기겁한다. ‘모녀 동반자살’로 알려진 사건의 진실을 취재하기 위해 다시 찾은 현장에서 의문의 정신과 의사 인호(신하균)와 마주친다. 죽은 여성을 진료했던 그는 예전에도 치료를 받던 환자가 병원 창문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일로 경찰 수사를 받은 인물. 아이와 제보자를 살해한 인물이 인호라고 여기며 취재를 이어가던 세라는 이내 숨겨진 진실을 맞닥뜨린다.
영화 <앵커>는 여성의 자아실현과 모성 사이의 갈등을 스릴러 문법 속에 녹여낸 작품이다. 에이스메이커 제공
정지연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겸한 영화 <앵커>(20일 개봉)는 여성의 자아실현과 모성 사이의 갈등을 스릴러 문법 속에 녹여낸 작품이다. 세라는 직장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남편과 별거하며 아이도 갖지 않는다. 남편은 관계 회복을 원하지만 세라는 자신의 꿈을 위해 지금의 생활을 고집한다. 그런 세라 뒤에는 늘 최고가 돼야 한다고 요구하던 엄마 소정이 있다. 사회적 성공이라는, 자신의 못다 이룬 꿈을 딸이 대신 이뤄내주길 바라는 소정은 세라를 줄곧 다그친다.
여성에게 부여된 모성은 일종의 신화이며 여성은 자아실현을 위해 모성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인식과 그것으로 인한 파국을 보여줌으로써 영화는 현실과 이상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다.
영화 <앵커>는 여성의 자아실현과 모성 사이의 갈등을 스릴러 문법 속에 녹여낸 작품이다. 에이스메이커 제공
천우희는 19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앵커 역할 준비에 대해 “기초 과정부터 다 배웠다. 발성, 속도, 자세, 표정, 전달 방식 등에서 중립적이고 신뢰를 주는 이미지를 보여드려야 했다”며 “앵커로서는 중립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고 연기적으로는 극적인 모습을 보여드려야 했던 게 쉽지 않았지만 재밌었다”고 말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