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애니메이션 <버즈 라이트이어>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15일 개봉한 픽사 애니메이션 <버즈 라이트이어>는, <토이 스토리>의 허풍 심한 장난감 캐릭터 버즈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Spin-off·파생물을 뜻함)다. <토이 스토리>의 소년 앤디가 버즈라는 장난감을 선물받는 계기가 된 영화라는 설정에서 시작하지만, <버즈 라이트이어> 속 버즈는 <토이 스토리> 속 모습과 달리 책임감과 사명감에 불타는 ‘핵진지’ 우주특공대원이다.
과학자들을 태우고 우주를 항해하던 버즈의 우주선이 한 행성에 착륙한다.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인지 조사하던 버즈와 사령관 엘리샤는 외계생명체의 공격을 받고, 급하게 탈출을 시도하던 이들은 광속추진장치가 파손되면서 행성에 정착하게 된다.
1년 뒤, 자신의 실수로 행성에 발이 묶였다고 생각한 버즈는 수리된 광속추진장치를 장착한 채 우주로 시험비행에 나선다. 광속으로 우주를 비행하다 연료배합 오류로 4분여 만에 귀환한 버즈는, 그 사이 행성의 시간이 4년이나 지났다는 사실에 놀란다. 빛의 속도로 비행하던 버즈에겐 시간이 느리게 흘렀던 것. 모선의 무사귀환을 위해 계속 시험비행에 나서는 버즈가 실패를 거듭하는 와중에 엘리샤는 결혼과 출산을 거쳐 노화의 과정을 겪는다.
픽사 애니메이션 <버즈 라이트이어>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엘리샤가 준 로봇 고양이 삭스의 도움으로 연료배합에 성공한 버즈는 행성 시간으로 62년 7개월 만에 비행에 성공하지만, 그의 지지자였던 엘리샤는 어린 손녀를 남겨 놓은 채 세상을 떠난다. 더욱이 귀환한 행성은 저그라 불리는 로봇군단에 의해 장악돼 있는 상황. 우연히 만난 이들과 함께 버즈는 자신의 마지막 임무인 귀환을 위해 저그에 맞서 싸운다.
앤거스 맥클레인 감독의 <버즈 라이트이어>는 픽사 애니메이션 특유의 유머와 감동이 잘 버무려진 영화다. 남다른 임무로 인해 일종의 선민의식을 갖고 있던 버즈는, 서툰 동료들과 작전을 벌이며 홀로 영웅이 될 순 없다는 걸 깨닫는다. 캐릭터의 매력도 여전하다. 특히 삭스는 사랑스러운 고양이의 특성과 명민한 로봇의 특징을 두루 겸비해 보는 이를 ‘심쿵’하게 만든다. 거친 질감의 비행선과 광활한 우주공간, 실감나는 전투 장면 등은 실사영화를 방불케 하는 볼거리다.
픽사 애니메이션 <버즈 라이트이어>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흑인 엘리샤가 동성 결혼을 한다는 설정으로 인해 중동과 중국을 비롯해 14개국에서 상영이 불허되기도 한 <버즈 라이트이어>는, ‘캡틴 아메리카’로 유명한 크리스 에반스가 버즈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걸로도 화제가 됐다. 지난 7일 국내 언론과의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픽사 애니메이션의 팬이고 스토리텔링 하면 픽사라고 생각한다. 대단한 아티스트들과 함께해 영광”이라면서도 “나만 잘하면 된다는, 실수하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어려웠던 점은 잘하고픈 마음은 있지만 영화와 달리 통제할 수 있는 게 적다는 것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버즈와 캡틴 아메리카, 두 캐릭터가 닮아있다. 본인의 시간을 벗어나 여행한다는 점, 책임감 가진 인물이라는 점이 비슷하다”며 주인공 버즈와 자신의 인생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의 공통점을 피력하기도 했다.
<버즈 라이트이어>는 픽사 소속 한국인 아티스트의 참여로도 눈길을 끈다. 전성욱 레이아웃 아티스트는 가상공간 속 배우와 세트를 카메라로 찍듯 영화 속 신을 구현하는 역할을 했고, 이채연 애니메이터는 캐릭터에 표정을 넣어 살아 움직이는 배우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데 기여했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